[조이뉴스24 이미영 기자] "반복되는 어려운 상황들과 혼자서는 이겨내기 힘들었던 지난 시간들은, 나를 그 어느 때보다 자연스럽게 '초심'으로 돌아가게 했다."
가수 태양의 솔직한 고백이다. 6년의 공백과 불확실성,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시간을 보냈다. 하루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노을'과 반복되는 '밤'의 연속은 지난 6년의 시간 속 자신의 모습과 닮아있었다. 묵묵한 밤을 맞이하는 노을을 보며 자신의 상황을 투영했고, 또 위로 받았다. 다시 힘차게 떠오르는 태양, 새로운 시작이다.
가수 태양이 지난 24일 서울 한남동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에서 솔로 미니앨범 '다운 투 어스'(Down to Earth) 발매 기념 음감회를 개최하고, 자신의 음악과 솔직한 이야기들을 꺼내놨다.
6년 만의 피지컬 앨범을 발표하는 태양은 "공백이 길어지다보니 부담이 됐다. 팬들은 더 많이 기다리게 되고 기대감이 생길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너무 감사하다. 저 혼자 이겨내려고 하다보면 못 했을 것 같다"라며 "부담감이 설렘으로 바뀌었다. 팬들에게 좋은 모습 보여주고 싶다는 자신감으로 바뀌었다"고 미소 지었다.
태양은 지난 1월 지민과 함께 협업해 발매한 디지털 싱글 'VIBE'(바이브)를 발매하며 활동의 시작을 알렸다. 군백기와 빅뱅 멤버들의 논란 등으로 데뷔 이래 가장 길었던 공백기였다. 태양은 "쉽지 않은 상황의 연속이었다"며 힘들었던 시간을 솔직하게 고백했다.
"디테일하게 말할 수 없지만 군에 있었고 세상과 소통하기 힘든 상황 속에서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나서 답답했어요. 전역 후에도 코로나가 닥치면서 쉽지 않았어요. 본의 아니게 음악을 순조롭게 할 수 없는 상황들이 이어졌고, 그런 상황이 연속적으로 이어져 힘들었어요. 음악을 하고 활동을 이어가다가 멈춰진 거잖아요. 오래 멈춰진 시간이 힘들었고, 확실한 비전과 목적을 두고 나아가기가 힘들었어요."
원치 않는 공백 시간을 보내며, 태양을 온전히 마주하게 된 시간이기도 했다. 태양은 "소중한 것이 무엇이었나 바라보게 된 시간이었다. 제 부족함에 대해 많이 바라보게 되고, 마주하게 되면서 더 나은 사람으로, 인간 동윤배로서 더 나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시간들을 많이 모색했다"고 말했다.
인생에 있어서 가장 큰 변화도 찾아왔다. 가정을 꾸렸고, 새 소속사도 찾았다.
빅뱅은 지난해 4월 '봄 여름 가을 겨울 (Still Life)'을 발표했고, 이 앨범을 마지막으로 홀로서기에 나섰다. 탑을 시작으로 태양과 대성이 YG엔터테인먼트를 떠나면서 YG에는 지드래곤만 남았다. 태양은 테디가 수장으로 있는 더블랙레이블에 새 둥지를 텄다.
"제가 이전에 낸 앨범도 더블랙레이블에서 작업해왔어요. 더블랙레이블에 있었던 분들이 YG에 계셨어요. 소속사를 옮기면서 만든 이번 앨범은 솔로 아티스트로서 집중해서 할 수 있었어요. (소속사 이적은) 저도 생각하지 못했어요. 작업들을 계속 하다보니 자연스러운 방법으로 오게 됐어요. '초심'이라는 마음가짐을 가졌을 때 감사했고, 같이 음악을 했던 더블랙레이블 아티스트들이 제 마음을 지지해줬어요."
공백기에 힘든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지난 2018년 배우 민효린과 결혼했고, 아들이 태어났다. 태양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많이 바뀌었다"고 했다.
"그런 변화가 감사하고, 아름다운 변화에요. 아기가 너무 긍정적인 변화를 줬어요. 너무나 힘든 시기를 보냈지만 다른 의미로 행복하고 가치있는 시간을 보내게 된 것 같아요. 음악적인 가치관이나 성향, 제가 가지고 있는 마음이 음악이라는 도구로 표현이 되잖아요. 아티스트 태양으로서 포부를 말할 때 진정성을 이야기 했는데, 단순히 음악적인 진정성을 넘어 제 삶에 진정성이 내포되어야 아이에게 좋은 영향을 주고 좋은 가장으로서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깊은 내면에 있는 제 모습을 찾게 된 것 같아요."
새 앨범 '다운 투 어스'(Down to Earth)는 태양의 솔직한 감정들이 담긴 결과물이다.
"여러 어려움이 많았어요. 노을을 보면서 많은 위로를 받았어요. 제 지난 시간이 녹아져있는 앨범이에요. 노을이 질 때 다양하게 뿜어내는 색깔처럼 다양함이 담겼어요. 저와 관계를 맺고 열심히 해주신 분들의 결과물이라, 이번 앨범이 저에게 있어 큰 의미가 있어요."
태양에게 영감을 준 '노을'은 이번 앨범의 시작점이다. 실제로 노을을 바라보며 위로와 큰 감동을 받았고, 노을로 인해 이번 앨범의 콘셉트와 주제를 생각하게 이르렀다고.
"가장 힘든 시기에 노을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어요. 노을도 태양이 만들어내는 현상이잖아요. 제가 태양이라는 이름을 지었을 때, 태양이 스스로 빛을 내는 행성이기도 하지만 가장 성실한 존재이지 않을까. 정확한 시간에 뜨고 지고 항상 그 자리에 있어요. 그런 성질을 닮고 싶어 태양이라는 이름을 짓게 됐어요. 노을이 마주하는 건 반복되는 어두운 밤인 것처럼, 제 상황이 계속 어려움들만 닥치는 것 같았어요. 노을에 저를 투영하게 됐어요, 아무런 불평, 불만 없이 너무나 아름다운 모습으로 밤을 맞이하고 있구나 생각했어요. 저 또한 이 상황이 어렵고 힘들지만 제가 할 수 있는 가장 작은 일들이 무엇일까. 그런 마음이 초심으로 돌아가게 했고, 그런 감정을 불어넣게 됐어요."
이번 앨범에는 '바이브'(VIBE), '슝!', '나의 마음에'(Seed), '나는', '인스피레이션'(Inspiration), '나이트폴'(Nightfall) 등 6곡이 담겼다. 태양은 전곡의 작사 작업에 참여해 자신만의 음악적 감성을 앨범에 녹였다.
타이틀곡 '나의 마음에'는 서정적인 가사와 멜로디 전개로 태양만의 감성을 담은 발라드 곡이다. '슝!'은 중독성 강한 멜로디와 트렌디한 힙합 비트가 어우러진 R&B 트랩 장르의 곡으로, 블랙핑크 멤버 리사가 피처링 아티스트로 참여했다.
태양은 이날 음감회에서 한 곡 한 곡 애정을 꾹꾹 눌러담아 소개했다. 블랙핑크 리사가 참여한 '슝!'은 가벼운 마음으로 장난치며 나온 노래다.
"어떤 곡을 만들고 메시지를 줘야할지 제 방향성에 대해서 고민이 많았어요. 더블랙레이블 프로듀서와 고민을 하다가, 장난을 치면서 곡을 만들게 됐어요. 말장난을 하고 또 받아치면서 멜로디를 만들고 곡을 만들었어요. '내가 이렇게 즐겁게 음악을 했었는데' 하는 가벼운 마음이 생겼어요. 다른 음악을 만들게 된 물꼬를 터준 노래에요."
타이틀곡 '나의 마음에'는 태양의 목소리와 깊은 감정들이 노래를 꽉 채워, 감정선을 건드리는 노래다.
"K팝이 글로벌하게 성공을 거두고 있고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지만, 가장 아름다웠던 K팝, 우리나라의 골든 에이지는 제 개인적으로 8,90년대였다고 생각해요. 아름다운 한글로만 채워진 노래가 아닐까. 그런 감성을 현대적인 스타일로 해석하면 의미가 있겠다. 이 곡은 그간 있었던 생각과 많은 감정들, 제가 마주하고 싶은 모습을 담아냈어요."
태양은 지난 2006년 빅뱅으로 데뷔해 '거짓말' '하루하루' '뱅뱅뱅' '판타스틱 베이비' '꽃길' 등을 발매해 K팝 역사에 많은 기록을 썼다. 솔로곡 '눈 코 입' '나만 바라봐' '웨딩드레스' 등으로 음악성을 인정 받았다. 지금의 아이돌 시장을 열어준 K팝 선배이며 현역 가수다.
태양에게 이번 앨범은 '끝'이 아닌 새로운 챕터를 여는 한 페이지다. 거창한 꿈이나 목표보단, 오랜 기간 기다려준 팬들에게 위로를 해주고 싶은 마음으로 달려왔다.
"예전부터 저와 팬들, 그리고 저희 팀, 모든 관계에 대해서 나무로 표현을 많이 했어요. 지나온 저희 시간과 추억들이 아름다운 꽃이 되어 피기도 하고, 열매가 되기도 하고 건강한 나무가 되기도 했어요. 이 음악이 씨앗이 되서 다시 한 번 건강한 나무를 만들어내고 싶어요. 그 수많은 고민을 다시 공유할 수 있는 시간을 맞이하고 싶어요."
태양은 25일 오후 6시 각종 음악플랫폼을 통해 앨범 전곡 음원을 공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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