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조용히 강하다. 화려하지 않지만 묵직한 한 방이 있다. '대행사'로 자신의 존재감을 제대로 입증하며 배우로서 한 발 더 성장하는 계기를 마련한 배우 조복래다.
조복래는 최근 종영된 JTBC 드라마 '대행사'(연출 이창민, 극본 송수한)에서 VC기획의 본사 부사장이자 VC그룹의 대표 자리를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한 강한수 역을 맡아 열연했다. 동생인 강한나(손나은 분)를 라이벌로 삼고 고아인(이보영 분), 최창수(조성하 분) 등과 긴장감 넘치는 관계를 형성했다.
자신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뒤에서 수를 쓰는 일명 '빌런'이지만 뭔가 2% 부족해서 고아인에게 당하고 최창수에게 화풀이를 한다. '빌런'인데 이렇게 짠해도 되나 싶은, 어딘지 안쓰러운 강한수다. 조복래는 이런 강한수를 자신만의 매력으로 소화하며 시청자들에게 특별한 재미를 선사했다.
현재 JTBC 드라마 '기적의 형제' 촬영에 한창인 조복래는 최근 소속사 BH엔터테인먼트 사옥에서 진행된 조이뉴스24와의 인터뷰에서 '대행사' 촬영 비하인드를 전하며 애정을 듬뿍 드러냈다.
- '대행사'를 무사히 마친 소감은?
"오래 작품을 하다 보면 지인들에게서 연락이 오는 경우가 많지 않다. 그냥 그러려니 한다. 하지만 작품이 잘 되면 연락을 많이 한다. 제 주변에선 재미있어서 보는데 제가 나와서 연락을 하는 경우였다. 그러다 보니 실감을 하게 됐다."
- 지인들은 어떤 얘기를 해줬나.
"'너 왜 바보 같냐'고 한다.(웃음) 주변에선 다 저를 까는 스타일이다. '잘 봤다', '살 좀 빼라'라고 한다.(웃음)"
- 재벌 3세 역할을 위해 사전에 준비한 부분이 있다면?
"'미치지 않고서야'에서 재벌 역할을 했다. 그 때 샤프하게 보이고자 12kg을 뺐다. 하지만 이번엔 관리에 실패했다.(웃음) 스트레스를 받아서 한수가 살이 찌지 않았나 싶다. 밥 먹는 신도 많았는데 옷 단추가 터지기도 했다. 그래서 한나 역 손나은 배우와 친해지게 되는 계기가 됐다. 재벌까지는 아니고, 기업 대표 자제분 같은 저와 정반대의 삶을 살고 있는 분들을 만나서 얘기를 들었다. 직접 묻진 않았지만 부모님과의 대화에서도 경직되어 있다고 하더라. 사업체를 운영하는 후계자이다 보니 텐션 자체가 저와는 달랐고 물론 모든 것이 그렇지는 않겠지만 생각보다 엄격하다. 이번 뿐만 아니라 보좌관 역이면 보좌관 분들을 만나서 얘기를 듣고 의사 역할이면 병원에 가서 간접 경험을 하기도 했다. 그렇게라도 삶을 묻혀야 표현을 할 때 그 분들이 봤을 때 기분이 안 나쁠 수 있겠다, 하는 적절한 선이 생기고 과감하게 표현도 할 수 있다. 자신감 있게 도움을 받는 것이 있어서 최대한 그렇게 하려고 한다. 직업이 배우다 보니 다른 직업 분들에 대한 호기심도 많다."
- 강한수는 자격지심과 열등감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다. 이 사람이 가진 불안의 근원이 무엇이라고 생각했나.
"할아버지는 단호하고 엄격한 분이다. 지금까지 할아버지와 같은 방향성을 가지고 살았는데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전국환 선배님은 실제로도 본인 스스로에 대해 엄격하시고 철저하신 편이다. 대사를 하실 때 명확하시고, 목소리나 눈빛도 각이 잡혀 있다. 아무렇지 않게 유머를 던져도 놓칠 수 없는 묘한 긴장감이 있었다. 극에 집중을 할 때 정말 좋았다. 선배님처럼 오래 연기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저렇게 훌륭한 배우로 갈 수 있으면 좋겠다, 진중한 배우의 모습을 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 강한수는 겉으론 다 가진 인물인 것 같지만 실제로는 여기저기 치이고 당하기 일쑤였다. 전형적이지 않은 재벌3세였는데 어떻게 연기하려 했나.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인물이지만 다양하게 해석을 해서 자유분방함, 허당미 있는 모습을 녹일 수 있지 않을까 했다. 하지만 감독님은 한나와 정반대로 갔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 그래서 스탠다드하게 표현을 하려고 노력했다. 웬만하면 표현을 하지 않고 정적이게 하려고 했다. 그런데 나오는 대본마다 허당스럽다. 그래서 당황하기도 했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긴장을 줄 수 있는 신에서 도움을 받았다. 저는 전체 극의 흐름을 다 볼 수는 없다 보니 그 안에서 새로운 것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을 했다. 제 나름대로 시도를 했고, 감독님도 편집을 하고 나선 '네가 뭘했는지 알겠더라. 좋았다'라고 하셨다. 뭐가 좋았는지 여쭤보니 최창수를 다그치는 장면이 통쾌했다고 하시더라."
- 최창수와 강한수 모두 짠한 느낌이 있다.
"가가멜과 아즈라엘이라는 표현이 딱인 것 같다. 저와 붙지 않는 신에선 어떻게 하시는지 모르는데, 조성하 선배님은 폴더 인사를 하고 고개만 든다. 그러면 현장에서 귀엽다고 박장대소를 했다. 코미디로 가는건가 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 현장 분위기가 굉장히 유쾌하고 좋았던 것 같은데 어땠나.
"선배님들과 같이 하다 보니 어려울 수 있는 분위기인데 다들 유쾌하시다. 막내인 손나은은 수줍음이 많았다. 감독님이 분위기를 다 살려주셨다. 닉네임을 붙여주시곤 했는데 저는 '야인시대'라고 불렀다. 정장을 입고 서류 가방을 들고 걸어가면 그렇게 '야인시대' 같다고 하시더라. 제가 걸어가면 배경 음악으로 노래를 부르시곤 했다. 박차장 같은 경우엔 무하마드 알리라고 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촬영 현장을 그렇게 즐겁게 이끌어주는 분들이 많지 않아 유독 기억에 남을 것 같다."
- 이보영, 조성하, 손나은 배우와의 호흡은 어땠나.
"이보영 선배님은 생각했던 이미지와 달리 되게 털털하고 잘 챙겨주신다. 친근하게 먼저 표현을 해주신다. 저를 시아버지와 닮았다고 하시면서 사진도 보여주셨는데 정말 닮았더라. 상대를 편안하게 해주는 상황에서 시작하다 보니 연기할 때 조금 더 과감하게, 또 릴렉스한 상태에서 할 수 있었다. 저는 놀라면서 연기를 했고 재미있었다. 리액션도 잘하고 섬세하게 표현을 해주신다. 흥미로웠던 기억이 있다. 카메라에 담기면 멋있겠다 싶을 정도로 정말 세밀하게 연기한다. '어떻게 저렇게 미세하게 연기를 하나' 싶어서 소름이 돋더라. 상대가 바로 앞에 있는데 조그마한 표현 하나로 내가 빨려들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보면서 쾌감이 있었고 '멋있다' 감탄이 나왔다."
"조성하 선배님은 너무 편안하게 해주셨다. 학교 선배님이라 더 많이 챙겨주셨다. 항상 미소를 지으며 말씀해주시고, 촬영 끝난 후 술도 한잔 하고 그랬다. 좋고 따뜻한 말씀을 많이 해주셨는데 아빠라고 할 정도로 품어주는 느낌이 강했다. 조성하 선배님과는 상하 관계라, 혼을 낼 때 부들부들하는 것이 짠하고 죄송스럽고 한편으로는 감사한 감정이 들었다."
"나은이에겐 미안한 게 있다. 제가 컷하면 풀어져 있다가 액션하면 진지하게 해야 하다 보니 몰입이 안 된다. 단추까지 터지고. 그게 너무 웃겨서 계속 '웃참'을 하면서 촬영에 임해 미안했다. 물론 단추 터진 건 의도한 것이 아니다. 대사를 하다가 그렇게 된거다. 메이킹 영상에도 몇 개 나오더라. 한나를 와인잔으로 가린다거나 하는 실수가 있다. 이것도 일부러 한 것이 아니다. 너무 미안하더라."
- 강한수와의 싱크로율은 어떤가.
"성격적으로 많이 비슷한 것 같다. 열심히, 진중하게 하고 싶지만 잘 안 되는 부분이 있다. 부족함이 많다. 마음으로는 잘하고 싶은데 그렇지가 못하다. 실제론 옷도 트레이닝복만 입고 다닌다."
- 연기 외적으로는 굉장히 수줍음, 부끄러움이 많고 자신감도 낮은 편인 것 같다.
"결여되어 있다. 제 모습으로 나서는 것이 부끄럽다. 그래서 예능도 못한다. 예능하시는 분들은 재치, 유머가 있는데 제 삶은 그렇지 못하다. 대중 앞에는 역할로 서는 것이 익숙하고 편하다. 가면을 벗고 나서는 건 상상도 못한다."
- '대행사'에 이어 차기작 촬영 중인데 쉼 없이 작품을 하는 것 같다.
"놀면 뭐하나 싶다. 이번에 '복면가왕' 준비를 하면서 배운 것이 많다. 경험도 많이 되고 없던 의욕도 생겼다. 큰 변화인 것 같다. 가리지 않고 하다보면 다양한 분들을 만나 배우는 것이 있다. 캐릭터 해석을 할 때도 갇혀있던 것을 깬다거나 태도 역시 배우게 된다. 그걸 가치있게 생각한다. 스스로 느끼는 반성도 있다. 그렇게 계속 공부하고 발전을 시켜야 된다고 생각한다. 아직 갈 길이 멀다."
- '대행사'를 통해선 어떤 걸 배웠나.
"선배님들에게 열정을 많이 배웠다. 전국환 선배님은 무섭도록 프로페셔널하고, 송영창 선배님은 유연함이 있다. 준비되어 있지 않은 신인데도 그 자리에서 '괜찮아' 하면서 바로 준비를 하신다. 또 조성하 선배님의 겸손함도 배웠다."
- 차기작 JTBC '기적의 형제'에서 '쎄시봉' 이후 정우 배우와 오랜 만에 호흡을 하게 됐다. 감회가 새로울 것 같다.
"기적의 형제'에선 형사로 돌아가 정우 형의 조력자 역할을 한다. 열심히 사건을 풀어가는 친구다. 오랜 만에 형과 만났는데 20대에 형을 만났던 시절이 떠오른다."
- 앞으로 대중들에게 어떤 배우로 기억되길 바라나.
"한 가지 모습을 원하지는 않는다. 다양한 이미지를 잘 소화하고 믿고 볼 수 있는 안정감을 주는 배우가 되고 싶다. 코미디, 액션, 스릴러도 좋고, 멜로는 욕심일 수도 있지만 다양한 역할을 하고 싶다. 큰 관심 덕분에 좋은 기운을 얻었다. 데뷔한 지 13년 정도 된 것 같은데 이렇게 많은 힘을 얻어 다음 작품을 계속 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아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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