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20년 넘게 배우 생활을 해온 이보영에게도 연기는 어려운 것이었다. 또 상상력이 부족하다는 이보영은 딸 지유의 상상력에 놀라곤 한단다. 이미 연기대상을 거머쥘 정도로 탄탄한 연기력의 소유자이지만, 매 순간 치열하게 고민하고 연기하는 배우이기에 매 작품마다 시청자들에게 짜릿함을 안겨줄 수 있을테다. 이것이 이보영의 연기를 기다리는 이유다.
지난 26일 종영된 JTBC 토일드라마 '대행사'(극본 송수한, 연출 이창민)는 VC그룹 최초로 여성 임원이 된 고아인(이보영 분)이 최초를 넘어 최고의 위치까지 자신의 커리어를 만들어가는 모습을 그린 우아하게 처절한 광고대행사 오피스 드라마다.
이보영은 고아인 역을 맡아 조성하, 손나은, 한준우, 장현성, 전혜진, 이창훈 등과 연기 호흡을 맞췄다. 고아인은 도박꾼이자 술꾼인 아빠와 가출한 엄마 덕분에 7살 때부터 고모가 주는 눈칫밥을 먹으면서 자랐다. 이에 '나는 절대 도망치지 않는다. 반드시 싸워서 이기는 사람이 될 거다'라고 결심하고 성공만 바라보며 달려왔다.
이 때문에 연애도 결혼도 하지 않고, 술과 약에 의존해 고립된 생활을 이어간다. 하지만 상무가 된 후 팀원들과 조금씩 교류하고 마음을 나누면서 벽을 허물기 시작했고, 뒤늦게 만난 엄마와도 화해를 하면서 트라우마를 극복한다. 스스로 성장을 이뤄낸 고아인은 위기를 기회로 바꾸고 빌런들과 맞서면서 시청자들에게 통쾌한 대리만족을 선사했다. VC그룹 대표라는 직책을 버리고 새 출발한 결말 역시 고아인다웠다. 이에 '대행사'는 최종회에서 자체 최고 시청률 16%(닐슨코리아, 유료가구 기준)를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실제 유쾌하고 털털한 성격의 소유자인 이보영은 이번 '대행사'로 다시 한번 '믿보배'임을 입증했다. 남편인 배우 지성과 2013년 결혼한 이보영은 두 아이의 엄마이기도 하다. 이보영은 최근 진행된 조이뉴스24와의 인터뷰에서 가족에 대한 사랑과 함께 배우로서 '대행사'를 통해 얻은 바를 솔직하게 고백했다.
- 원톱으로서 드라마를 이끄는 것에서 부담은 없었나.
"저는 저의 원톱 드라마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세 여자의 이야기다. 대본을 보면 딱 3분의 1씩 나온다. 저 뿐만 아니라 한나(손나은 분)와 워킹맘 은정(전혜진 분)의 이야기도 있다. 그럼에도 왜 포스터를 저만 찍어서 부담을 주냐고 뭐라고 하기도 했는데, 여자들의 각 상황들이 나온다. 은정이는 아인을 부러워하고, 아인인 은정에게 '그렇게 사는 게 행복하니?'라고 묻는다. 또 한나는 20대가 부러워하는 부분이 있다. 각기 다른 여자들의 이야기고 셋 다 성장을 한다. 신도 20개에서 25개 정도였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 같은 경우엔 50개 정도였으니 확 줄어든 분량이다."
- 은정의 이야기에도 공감을 했나.
"아니다. 우리 애들은 저에게서 잘 떨어진다. 엄마와 떨어지기 힘들어하는 아이들이 있다고 하는데, 저희 아이들은 '잘 갔다 와'라고 한다. 그것이 고맙다는 생각이 들더라."
- 엄마가 되고 난 후 연기적으로 영향을 받거나 변화된 지점이 있나.
"예전에는 드라마를 찍고 난 후에도 마음이 아프고 눈물이 났다. 떠나보내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하지만 지금은 집에 들어가면 다 까먹는다. 예전엔 다 안고 있고 마음이 아프고, '너 행복하니?'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제는 분리가 된다. 그렇게 해야 살 수 있다. 좋은 점도 있고 아쉬운 점도 있다. 예전에 섬세하면서도 예민했던 제가 그리울 때도 있다. 이젠 대본 보고 생각하다가 '아인이 너는 내일 보자'라고 하고 집에 오는 상황이다."
- 아이가 엄마, 아빠(지성)가 배우인 것을 인지하나.
"딸이 8살이다. 제가 연기하는 사람이라는 것에 대한 인지는 한다. 하지만 정확히는 모르고, 아빠도 TV에 나오고 하니까 다들 나오나 보다 하는 것 같다. 별로 관심이 없다. 제가 방송을 보고 있어도 같이 보거나 하지 않는다."
- 2002년 데뷔해 20년이 넘게 배우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데, 배우 이보영에게 '연기'는 어떤가.
"연기는 답이 없다. 받아들이는 건 주관적이다. 저는 하면 할수록 너무 어렵다. 더 잘하고 싶고, 그래야만 오래 버틸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지?'라는 물음이 생긴다. 몰입을 더 할 수밖에 없는데 진짜 하면 할수록 어렵다."
- 배우는 여러 직업의 인물을 연기한다는 것에서도 남다른 재미가 있는데 이번엔 광고 대행사 직원이었다. 어떤 지점을 느꼈나.
"드라마를 찍으면서 저는 창작을 하는 사람이 될 수 없다는 생각을 했다. 대본을 볼 때도 어떻게 이런 대사와 상황, 인물을 만드나 하는 생각을 한다.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들이 참 대단하다. 상상력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딸 지유를 보면서도 놀란다. 지유가 그림을 그리고 뭔가를 만드는 것을 보면서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까, 이 상상력을 깎지 말아야지 생각했다. 저는 굉장히 현실적이라 상상력이 없다. 남이 쓴 글을 보고 놀란다."
- 딸 지유의 어떤 지점에서 놀랐나.
"너무 내 자식 자랑하는 것 같아서 구체적으로 말하긴 좀 그렇지만(웃음) 레고를 해도 저는 벽 밖에 못 쌓는데 어떻게 저렇게 만들지? 하는 것이 있다. 신기하다."
- 앞서 엄마가 된 후 분리를 하게 됐다고 했는데, 이보영에게 가족이 가장 중요한 지점이라고 생각해도 되나.
"가족이 가장 중요하다. 아인이를 찍으면서도 중심이 단단해져서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아인이는 세 보이지만 약에 의존하고 무너진다. 일에서 성공하는 것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 어떤 작품이든, 배우마다 깨닫거나 얻어가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배우 이보영은 '대행사'를 통해 무엇을 얻었나.
"'마더' 이후 인터뷰를 처음 한다. '내 딸 서영이'나 '마더' 때는 하고 싶은 말이 참 많았다. 하지만 이번 '대행사'는 할 말이 없다고 했다. 재미있게 찍었고, 너무 즐거워서 이 캐릭터에 대해 뭐라고 할지 모르겠더라. 훅 아프고, 떠나보내기 힘든 것이 없고 즐겁고 행복한 감정만 있다. 이런 즐거운 현장이 또 올까 하는 걱정이 되기도 한다. 특히 협업의 즐거움을 느꼈다. 나 혼자가 아니라 여러 명이 함께 하는 즐거움을 깨달음을 얻은 작품이다. 한땀 한땀 정성스럽게 재미있게 만들었다."
- 최근 들어서는 확실히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를 자주 연기하는 것 같다.
"주체적인 캐릭터를 좋아한다. 신인 때는 수동적이고 눈물 흘리는 첫사랑 캐릭터를 하는데 저 자신이 답답함을 많이 느꼈다. 주체적이고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캐릭터가 좋다."
- 차기작도 궁금하다.
"'하이드'라는 작품인데 3월에 촬영에 들어간다. 캐스팅은 다 됐다."
- 밝은 로맨스 장르의 이보영도 보고 싶다.
"저에게 밝은 것이 안 들어온다. 사연이 있고 부모 복도 없고 감정 연기 많이 하는 것만 들어오는데 밝은 것 하고 싶다. 코믹도 잘할 수 있다. 기사로 써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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