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배우 유연석이 '로맨스 장인'이라는 수식어를 공고히 하며 '사랑의 이해'로 다시 한 번 인생 캐릭터 경신에 성공했다.
유연석은 JTBC 수목드라마 '사랑의 이해'(극본 이서현, 이현정, 연출 조영민)에서 KCU은행 영포점 종합상담팀 3년 차 계장 하상수 역을 맡아 문가영, 금새록, 정가람, 문태유 등과 연기 호흡을 맞췄다.
'사랑의 이해'는 각기 다른 이해(利害)를 가진 이들이 서로를 만나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이해(理解) 하게 되는 이야기를 담은 멜로드라마로, 사랑에 대한 각각의 이해 관계를 현실감 있게 그린 캐릭터들의 촘촘한 서사와 배우들의 감정 열연에 힘입어 시청자들 사이 뜨거운 반응을 일으켰다. 지난 9일 방송된 마지막 회는 유료가구 기준 전국 3.6%, 수도권 4.4%(닐슨코리아)를 얻으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유연석이 연기한 하상수는 상수라는 이름답게 '상수값'을 유지하며 살아가는 인물이다. 하지만 안수영(문가영 분)이라는 변수가 생기면서 주춤하고 후회하고 감정에 허우적거린다. 망설임으로 안수영과 엇갈리고 난 후엔 후배였던 박미경(금새록 분)과 사귀게 되지만, 여전히 안수영에 대한 마음을 지워내지 못하고 갈등하고 만다. 이후 박미경과 헤어진 그는 안수영에게 직진을 하면서 애틋한 감정을 터트린다.
유연석은 이런 하상수를 특유의 멜로 연기로 소화하며 '로맨스 장인'이라는 평가를 얻었다. 눈빛과 목소리 속에 혼란, 아련함, 애틋함, 슬픔 등 복합적인 상수의 마음을 온전히 담아내며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끌어올렸다. 이에 유연석은 새로운 인생 캐릭터를 쓰며 열렬한 지지와 응원을 얻었다.
유연석은 종영을 앞두고 진행된 조이뉴스24와의 인터뷰에서 '사랑의 이해' 속 하상수를 떠나보내는 소회와 함께 뜨거웠던 시청자 반응에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 멜로판 '나의 아저씨' 같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
"촬영 감독님이 '나의 아저씨' 촬영 감독님이시다. 또 촬영 스태프들 중에 '나의 아저씨'를 하신 분들이 계셔서 그런 톤앤매너가 있는 것 같다. 요즘의 드라마들 보다는 느린 템포의 호흡을 가져가다 보니 분위기적으로 '나의 아저씨'와 비교를 해서 얘기하는 것 같다. 저도 '나의 아저씨'를 좋게 봐서 초반 미팅을 했을 때 촬영팀이 그렇다는 얘기에 반갑고 기대도 했는데 덕분에 영상미가 좋게 나온 것 같다."
- 시청률과는 별개로 방송 내내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그래서 종영을 맞이하는 소감이 더 남다를 것 같다.
"주변 분들에게 재미있게 보고 있다는 연락을 많이 받았다. 드라마를 잘 챙겨보시지 않는 분들, 영화쪽에 계신 분들도 재미있게 본다고 해주셨고, 웰메이드 표현을 해주는 것이 고마웠다. 시청률만으로 판단하기에는 애정이 많은 드라마라고 생각하고, 보시는 분들 사이에 대화거리가 많이 있다. 보면서 할 얘기가 많아지는 드라마다. 저도 실시간 드라마를 볼 때 톡을 같이 켜놓고 본다. 이렇게 열띤 토론을 하면서 볼 수 있나 싶어서 재미있게 보게 된다. 애정을 가지고 몰입을 해서 보는 분들이 많다는 것을 감사하게 생각한다. 그런 작품을 만나서 저라는 배우와 캐릭터를 많이 기억해주시는 것 같아서 시원섭섭하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하다."
- 이런 반응들을 실감하기도 했나. 뿌듯했던 점이 있다면?
"열띤 토론을 하시면서 본인 각자의 입장에서 '나는 이렇다', '공감한다'라고 하시면서 의견을 얘기하고 궁금해한다. 단순히 시청률 수치와는 별개로 화제가 되고 넷플릭스 순위도 점점 올라가는 것을 보면서 많이들 보시는구나 싶었다. 각각의 인물에 대해 모든 분들이 납득을 하고 이해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상수의 감정 표현이나 변화들을 시청자들이 공감을 해주시고 제 연기에 대한 좋은 평을 해주시니 배우로서 기분이 좋은 것 같다."
- 상수라는 캐릭터와 비슷한 점과 다른 점은 무엇이었나.
"예전에 이뤄지지 못한 사랑에 대한 연기를 할 때 잘 표현을 한다는 얘기를 해주셨다. 온전히 잘 이뤄지는 사랑만 했던 것이 아니고 짝사랑도 많이 했고 아픔들도 있고 하다 보니 상수가 외사랑을 하는 것이 공감이 됐던 것 같다. 다른 점이라고 한다면 저는 직장 생활을 해본 적이 없다. 매일 출근을 해서 반복적인 일상을 하고 복잡한 감정 소모를 하지 않았다. 물론 작품 활동을 하면서 많이 만나지만 몇 개월이다. 이렇게 직장 생활을 몇 년동안 해보진 않아서 다른 것 같다. 사내연애도 그렇고."
- 상수는 주변 상황 속 수많은 변수 때문에 고민을 하는 인물이다. 인물을 표현하는 데 있어서 고민이 됐던 지점은 무엇인가.
"촬영 들어가기 전 원작에서 가져가는 인물의 성향이나 전개에 대해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원작과 같이 갈 수는 없다 보니, 원작은 떠올리지 않고 드라마 안에서의 인물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감독님과 '우리 주변 평범한 인물이면 좋겠다'는 얘기를 했다.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는 호감형이고 멋진 모습을 보여주는 포인트가 있었는데 작가님, 감독님과 평범한 느낌을 가져가려고 나름대로 노력했다. 일부러 멋지게 상수를 그리거나 하지는 않았다. 초반에 조금 더 지질해도 될 것 같고, 저는 그게 더 편한 사람이라고 했다. 수영이는 영포점 여신으로 그려지는데 상수는 '평범하고 싶었다'라는 대사처럼 평범하다. 그래서 제가 할 수 있는 한 평범하고 지질한 모습이 그려져도 되겠다는 얘기를 했다. 저는 상수에 대해 굉장히 공감을 하면서 연기했다. 감정적인 충동이나 고민들을 이해했다. 남들이 봤을 때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겠지만 전 공감했다."
-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만 초반을 제외하고는 알콩달콩한 장면이 거의 없이 무거운 감정이 끝까지 이어진다. 상수도 후반부로 갈수록 휘몰아치는 감정에 눈물을 쏟기도 했는데, 이런 감정 연기를 하는 것에서 힘든 점은 없었나.
"상수가 말을 많이 하기 보다는 수영의 옆에 말 없이 계속 있고 찾아가고 바라보는 신이 많다. 눈물 흘리는 경우도 많아서 대사를 아끼고 감정 표현을 하는 것들이 쉽지는 않았다. 그런데 촬영이 깊어질수록 자연스러워졌다. 미경이와 라면을 먹으면서 헤어지는 신에서는 고민을 많이 했다. 미경에 대한 미안함이 굉장히 컸다. 촬영 때 한 번에 오케이가 났다. 원래는 커버리지로 한 번씩은 더 갔는데 그 때는 감독님도 제가 표현했던 것이 좋았나 보다."
- '사랑의 이해'는 엔딩 맛집이기도 하다. 보고 놀랐다 싶은 엔딩이 있다면?
"종현(정가람 분)이 찾아와서 경필(문태유 분)을 때리는 12부 엔딩이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그 신을 보신 분들도 소리를 질렀다고 하더라."
- 상수가 처음 망설임 때문에 돌아서던 모습이나 일 뿐만 아니라 사랑에 있어서도 계급이 나눠져 있다는 내용이 시청자들의 공감을 많이 얻었다.
"상수는 어릴 때 트라우마 때문에 어느샌가 결말 시뮬레이션을 한다. 수영과의 만남에서도 갈등하고 멈칫하고 망설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갔지만 망설임을 들켰고, 어긋나기 시작했다. 은행에서도 돈을 다루고 대출 심사 과정에서 상대의 무언가를 수치상으로 평가한다. 사랑할 때 감정적인 마음 뿐 아니라 평가하고 갈등하는 배경이 은행이라는 공간과 잘 비유가 됐다고 생각한다. 드라마를 하면서도 계급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다. 보시는 분들고 열변을 토하더라. 현실적인 드라마, 하이퍼리얼리즘이라고 한다. 이걸 부정할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깝기도 했던 것 같다."
- 결말에 있어서는 이해가 됐나.
"사랑은 모르겠지만, 결말은 이해는 됐다. 뚜렷한 선택을 하지 않고 열린 결말로 끝이 난다. 그럴 수 있겠다 생각한다. 수영이 늘 마음 쓰였던 상수니까, 상수는 변수가 아닌 상수값을 유지한다."
- 만약 실제라면 어땠을 것 같은가.
"이런 상황에 대해 이해를 못하지는 않을거다. 답답함이 있고 갈등도 있지만, 충분히 이해하고 부정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 저는 배우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다 보니 비교하기는 힘들겠지만 비슷했을 것 같다."
- '사랑의 이해'를 하면서 연애관이나 가치관의 변화가 생기기도 했나.
"일단 MBTI가 바뀌었다. E였는데 I가 됐다. 상수의 감정을 생각하고 지내서 그런지 모르겠는데 ENFP에서 ISTP로 바뀌더라. 사랑이나 그런 것에 대해서는 스스로에게 물어보고 고민했던 시기였다. 생각하면 할수록 정의가 안 되는 것이 사랑인 것 같다. 자꾸 사랑에 대해 정의를 해달라고 하는데 못하겠다. 'NO이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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