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배우 김고은이 '영웅'을 통해 스펙트럼을 확장시키며 또 한번 배우로서의 성장을 이뤄냈다. 연기와 노래를 동시에 해야 했기에 두 배 그 이상의 노력을 해야 했고 그 만큼 부담도 컸지만, 결국 완벽하게 해낸 김고은이다. 더욱 깊어진 감정선에 노래까지 잘하는, 그야말로 '사기캐'다.
오는 21일 개봉되는 국내 최초 오리지널 뮤지컬 영화 '영웅'(감독 윤제균)은 1909년 10월,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뒤 일본 법정의 사형 판결을 받고 순국한 안중근 의사(정성화 분)가 거사를 준비하던 때부터 죽음을 맞이하던 순간까지, 잊을 수 없는 마지막 1년을 그린다. 동명의 뮤지컬을 원작으로 하며, 국내 최초 '쌍천만'을 이룬 윤제균 감독의 8년 만 신작이다.
김고은은 조선의 마지막 궁녀이자 독립군의 정보원인 설희 역을 맡아 놀라운 가창력과 깊이 있는 감정 연기를 뽐냈다.
최근 영화 '파묘' 촬영으로 인해 부득이하게 조이뉴스24와 화상 인터뷰를 진행하게 된 김고은은 중간 중간 기침을 해 걱정을 샀다. 이에 대해 김고은은 "요새 산에서 촬영을 해서 감기가 왔고, 소리를 계속 지르면서 촬영을 하다 보니 목이 갔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영웅' 속 김고은은 기대 이상의 노래 실력을 뽐내며 베테랑 뮤지컬 배우인 정성화까지도 깜짝 놀라게 했다. 특히 김고은이 연기한 설희는 고음에 감정까지 폭발시켜야 했기에 쉽지 않은 배역으로 꼽힌다.
김고은 역시 "설희 노래가 다 어려웠다. 노래를 소화할 줄 알아야 촬영에서 연기를 할 때 감정을 담을 수 있는데, 초반 연습 때부터 소화하기가 힘들었다"라며 "대사가 거의 없는 인물이라서 이 가사가 대사라고 생각하면서 불렀다. 감정이 아무리 올라와도 가사를 뭉개지 않으려고 더 노력을 했던 것 같다"라고 전했다.
또 "초반엔 설희를 연기해오셨던 배우들의 영상을 많이 보면서 준비를 했다. 영화에서는 설희의 서사나 감정선을 더 그려주셔서 고민을 많이 했고, 대한민국 국민 한 사람으로서의 마음가짐으로 설희를 대했던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김고은은 첫 촬영 당시를 떠올렸다. 그는 "초반 부분만 딱 부르면 되는 건데 연습 겸 끝까지 다 불렀다. 그 때 음이탈을 엄청 냈다. 감정이 실리니까 정말 말도 안 되게 불렀다. 음이탈이 나도 무시하고 불렀는데, 컷 하고 나서 감독님과 눈이 마주쳤다. 그 때 둘이서 '어떡하냐'며 박장대소를 했다"라며 "웃으면서도 마음 속으로 큰일났다 싶더라. 그래서 노래를 불러야 하는 신 전까지 무조건 연습을 해오겠다고 다짐했고, 감독님 역시 음향적인 것을 다시 연구하겠다고 같이 결의를 다졌다. 함께 크로스, 파이팅 하고 헤어진 것이 기억에 남는다. 그 때 창피함을 느끼고 나니 더 이상 창피할 것이 없더라. 그 다음부터는 '두려움 없이 될 때까지 해보자'는 마음가짐으로 촬영에 임했다"라고 창피했지만, 다시 힘을 내 결의를 다질 수 있었던 첫 촬영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고백했다.
김성철, 이상이 등 뮤지컬을 하는 친구들에게 목 관리 비법을 묻고 조언을 듣기도 했다는 김고은은 "촬영 중간에 화장실 가는 걸 귀찮아하는데 '영웅'에서는 귀찮음에도 불구하고 물을 엄청 마셨다"라고 말했다. 또 일본어를 원어민처럼 했어야 했기 때문에 일본어 선생님과 반복적으로 연습을 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김고은은 "대사가 많거나 길지 않아서 그게 감사했다"라고 덧붙이며 웃었다.
김고은이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자 넘버는 '당신을 기억합니다 황후마마여'다. 그는 "말하듯이 쓰여져 있는 가사라서 와닿았고, 감정적으로도 훅 오르는 넘버이기도 했다"라며 "고음으로 올라기 전 중간음인데 제일 소화하기 어려웠고 제일 연습도 많이 하고 저를 가장 많이 울리기도 했던 넘버다. 모든 장면에 공을 들였지만, 설희의 서사가 잘 드러나는 장면이라 좋아한다"라고 그 이유를 말했다.
김고은이 설명한대로 명성황후 시해 장면은 짧지만 설희의 서사에 개연성을 부여하는 가장 중요한 신이다. 그렇기에 김고은은 "고통스러웠고, 어떻게 하면 잘 표현할지에 대한 고민을 했다"라고 회상했다. 이어 "설희의 심경을 가사를 통해 함축적으로 잘 표현해야 했다. 촬영 들어갔을 때는 너무 극단적인 상황이기도 하고 눈 앞 상황이 처참해서 격해졌다. 불 타는 장면을 보면서 궁녀들이 울부짖을 때는 하도 소리를 질러서 '얌얌얌'했을 때 목에서 피맛이 나기도 했다. 감독님도 정말 신경을 많이 쓰셨던 장면인데, 심장 같은 것도 너무 사실적이라 힘들었다"라고 전했다.
또 명성황후 역으로 등장한 이일화의 호흡에 대해선 "너무너무 감사했고 좋았다. 정말 따뜻하셨다. 특별출연인데 정말 고생이 많았다. 감독님과 제가 감사하다는 말을 많이 했다"라며 "영화 속에서 설희와 명성황후가 인간적인 친밀함이 있는 것으로 그려졌는데, 선배님이 잘 표현해주셔서 연기를 할 때 도움을 많이 받았다"라고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다.
사실 '영웅' 속 김고은의 분량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럼에도 김고은은 "독립군 분들과 일원이 되고 싶었고, 의미가 있는 영화에 출연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라며 "그렇기에 꼭 주연일 필요는 없다"라고 '영웅'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감독님이 첫 미팅에서 제안을 해주셨을 때 떠셨다. 그게 당황스럽고 신기했다. 나중에 그 때 왜 떨었는지 여쭤보니 '그만큼 절실했다'라고 하셨다. 그렇게 말씀하셔서 또 놀랐고 되게 멋진 분이라는 생각을 했다"라고 윤제균 감독과의 특별했던 에피소드를 공개했다.
이어 "작업을 하기 전에는 너무나 큰 감독님, 명장이라 약간 멀게 느껴지는 것도 있고 큰 어른 같은 느낌이었는데 권위적인 느낌이 1도 없고 모든 이들과 수평적인 관계를 가지시는 것에 너무 놀랐다. 또 너무 유쾌하고 유머가 있으시다. 그런 것이 굉장히 큰 반전이었다"라며 "현장이 무거울 줄 알았는데 정말 웃으면서 유쾌하게 촬영했다. 그게 참 감사했다. 이런 작품을 연출하고 연기하는 것에서 부담, 책임감을 느낄텐데, 그건 그거대로 있고 현장은 재미있게 하니까 현장 가는 것이 즐거웠다"라고 '영웅'과 윤제균 감독에 대한 애정 어린 마음을 표현했다.
엄청난 노력 끝에 '영웅' 속 설희를 무사히 해낸 김고은에 극찬이 쏟아지고 있고, 정성화 역시 김고은을 뮤지컬 무대로 데리고 오고 싶다는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김고은은 단호하게 "뮤지컬 도전 생각은 없다"라고 말했다. 김고은은 "뮤지컬 무대는 쉽게 도전을 하면 안 될 것 같다. 하루만 하는 것도 아니고 몇 달에 걸쳐서 라이브로 공연을 해야 하는 것이지 않나"라며 "뮤지컬을 하는 친구들이 공연 기간에 정말 예민하게 자기 자신을 관리하는 걸 보면서 대단하다고 생각했다"라고 전했다.
이어 "'영웅'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지점이 '내 마음대로 안 되는 순간'이 있다는 것이었다. 뮤지컬 무대에서 그런 순간이 오면 너무 좌절을 할 것 같다"라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그리고 '내 마음대로 안 되는 순간'이 오면 "'아무것도 아니야'라면서 자기 최면을 건다"고 한다. 김고은은 "어렵다고 생각이 들고 거기에 빠지는 순간 더 안 되고 조급해지는 것 같다. 그래서 저 스스로에게 말을 계속 한다"라며 "'고은이 오바하네', '이거 아무것도 아닌데 왜 심각해?', '안 되면 될 때까지 하면 돼', '그냥 해'라고 하면서 극복한다"라고 자신만의 극복법을 고백했다.
그렇기 때문에 '영웅'은 김고은에게 도전이자 '결국엔 해낼 수 있다'라는 느낌을 준 작품이다. 그는 "매 작품마다 두려움이 크고 잘해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이런 것을 이겨내는 반복인 것 같다. 이번 '영웅'은 노래와 연기를 같이 했고, '내가 잘하고 있나'라는 생각을 했는데 이 또한 지나가고 잘해낼 수 있다는 생각으로 다독여줄 수 있었던 작품이다"라고 배우로서의 성장 포인트를 짚었다.
올해 데뷔 10주년을 맞이해 팬미팅을 진행하기도 했던 김고은은 "너무 감사한 한 해였다. 드라마 두 편('유미의 세포들2', '작은 아씨들')이 나왔는데 사랑을 많이 받고 상도 받아서 정말 잊지 못할 것 같다"라고 의미를 전했다. 이어 "배우로서의 책임감은 항상 있다. 작품의 흥행은 제가 어떻게 할 수 없지만 저에게 맡겨주시는 역할에 대해서는 더 잘 표현하고자 앞으로도 노력 할 것이다. 연차가 쌓여도 더 쉬워지는 건 없고, 내가 연기하는 방향에 따라 이 인물이 공감을 받을 수도, 못 받을 수도 있어서 허투루 하지는 않아야지 하는 것이 저의 책임감인 것 같다"라고 연차가 쌓일수록 더 커지는 배우로서의 책임감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다작을 하고 싶다. 배우가 직업이니까 열심히 한 작품 한 작품 해갔던 거고 앞으로도 흥행이 되면 정말 너무나 감사한 일이고 배우로서도 뿌듯하겠지만, 흥행은 될 때도 있고 안 될 때도 있음을 안다. 그것에 큰 영향을 받기 보다는 계속 해나가고 싶다"는 바람을 덧붙였다. 또 스스로가 생각하는 장점에 대해선 "싫다고 하는 것이 딱히 없다는 것"이라며 "제한을 주고 싶지 않고 한계를 단정짓고 싶지 않아서 어떤 역할이든 맡겨만 달라. 정말 못할 것 같은 것도 있기야 하겠지만, 일단 맡겨만 달라"라고 귀엽게 포즈를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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