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는 우리 삶의 많은 것들을 바꿔놓았다. 극장의 대형 스크린에서 즐기던 영화는 휴대폰과 브라운관의 작은 화면으로 옮겨왔고, 홀로 즐기는 엔터테인먼트에 어느덧 익숙해졌다. 개인 맞춤형 동영상 스트리밍(OTT) 서비스 기업의 성장과 일상이 된 유튜브, 1인 크리에이터들의 콘텐츠가 새로운 엔터 강자로 떠올랐다. 하루에도 무수히 쏟아지는 콘텐츠의 홍수 속에서 발견한 보석같은 작품들을 조이뉴스24가 엄선해봤다. '방구석 OTT'에서는 범람하는 콘텐츠에서 길어 올린 반짝이는 작품들을 다뤄본다. [편집자주]
수지가 아닌 안나, 상상할 수 있을까.
배우 수지가 '안나'를 통해 인생 연기를 완성했다. 단 2회 만에 안나가 왜 수지여야 했는지, 그 이유를 완벽하게 입증하며 극찬을 이끌었다.
지난 24일 첫 공개된 쿠팡플레이 '안나'는 사소한 거짓말을 시작으로 완전히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게 된 여자의 이야기를 그린 시리즈로, 연출을 맡은 이주영 감독이 정한아 작가의 소설 '친밀한 이방인'에 '리플리 증후군'이라는 소재를 접목시켜 만든 작품이다.
잘 하는 것도, 하고 싶은 것도 많은 고등학생 유미(수지 분)는 미대를 꿈꿨지만, 선생님과의 교제가 탄로나면서 강제 전학을 가게 됐다. 이로 인해 대학에도 떨어지고 만 유미는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부모님에게 대학에 합격했다는 거짓말을 하게 된다. 처음엔 사소했던 거짓말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건 순식간이었다.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 이후 온갖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계를 이어가던 유미에게 나타난 부잣집 딸 현주(정은채 분). 걱정 하나 없는 안하무인 현주의 모든 일을 처리하던 유미는 현주의 아버지가 내뱉은 막말에 돈과 현주의 학위 증명서, 여권 등을 챙겨 나온다. 그렇게 이유미가 아닌 이안나의 새로운 삶이 시작되고, 가짜 부모까지 동원해 청년 사업가 지훈(김준한 분)과 결혼에도 성공한다. 그런 안나가 현주와 마주하면서 모든 진실이 탄로날 위기에 놓이게 된다.
'안나' 1, 2회는 어린 시절부터 30대가 되기까지의 긴 시간 속 안나가 될 수밖에 없었던 유미의 처절한 삶과 감정 변화를 속도감 있게 그려냈다. 지루할 틈 하나 없이 촘촘하게 쌓아올린 극적 재미는 이주영 감독의 섬세한 연출력, 배우들의 호연과 만나 더 큰 시너지를 냈다.
특히 수지가 이렇게 연기를 잘했나 싶어 감탄하게 된다. 유미는 외모와 능력을 타고 났지만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고단하게 살아간다. 하나로 묶은 머리, 화장기도 웃음기도 다 지워낸 얼굴, 굽 낮은 구두 등 수지가 그려낸 유미는 그 자체로 안쓰럽다.
타인을 완전히 속이고 전혀 다른 삶을 사는 안나일 때의 수지는 아름답게 반짝인다. 150벌의 의상을 입어야 했다는 수지의 말처럼, 매 장면 달라지는 수지의 비주얼을 감상하는 재미도 '안나'의 관람 포인트 중 하나.
특히 "난 사람이 여유가 있는지 없는지를 볼 때 머릿결과 구두를 본다"는 안나의 대사처럼, 구두는 유미와 안나를 구분짓는 가장 중요한 소품 중 하나다. 이 때문에 구두를 비추는 컷이 굉장히 많이 등장한다. 흙 묻은 단화에서 점점 높아지는 구두는 안나의 사회적 지위 상승을 의미한다. 또 습관적으로 했던 거짓말과 그 거짓을 진실로 믿고 살아가는 안나의 변화 과정을 담는다.
거짓된 삶 속 불안함은 계속된다. 수지는 미소 짓는 얼굴 속에서도 고단함과 슬픔을 내비치며 안나의 위태로움을 보여준다. 순간 순간 변모하는 표정과 눈빛은 극에 끝까지 몰입하게 하는 긴장감을 더한다.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일임에도 나도 모르게 안나의 감정에 몰입해 응원하게 만든다. 이것이 윈톱 수지의 저력이라 할 수 있다. 수지의 연기와 비주얼에 또 한번 반하게 되는 시간, '안나'를 기다리게 되는 가장 큰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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