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박찬욱 감독이 칸을 휩쓸고 돌아왔다. '헤어질 결심'으로 해외에서 먼저 인정을 받은 박찬욱 감독이 탕웨이, 박해일과 국내에서도 좋은 결과를 얻을지 기대가 쏠린다.
2일 오전 서울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에서 영화 '헤어질 결심'(감독 박찬욱) 제작보고회가 진행됐다. 현장에는 박찬욱 감독, 탕웨이, 박해일이 참석했다.
'헤어질 결심'은 산에서 벌어진 변사 사건을 수사하게 된 형사 해준(박해일)이 사망자의 아내 서래(탕웨이)를 만나고 의심과 관심을 동시에 느끼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박찬욱 감독의 4번째 칸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진출작이자 감독상 수상작인 '헤어질 결심'은 '아가씨' 이후 박찬욱 감독이 6년 만에 선보이는 한국 영화이자 첫 수사멜로극이다.
탕웨이는 갑작스러운 남편의 죽음 앞에서도 쉽사리 동요하지 않는 사망자의 아내 '서래'를, 박해일은 '서래'에게 의심과 관심을 동시에 품는 담당 형사 '해준'을 연기했다.
이날 박찬욱 감독은 칸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한 것과 관련해 "그 전에는 상장밖에 없었다. 트로피가 생겨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한국에서 개봉해서 관객분들이 어떻게 봐줄지가 중요한 문제다. 전에 만든 영화보다 좀 더 한국인만이 이해할 수 있는 점들이 많다. 탕웨이 한국어 대사가 특별하다"라고 전했다.
또 그는 "그런만큼 저에게는 외국 영화제 수상보다 기다리고 있는 한국 개봉 결과, 한국분들이 어떻게 봐주실지가 제일 궁금하고 긴장된다"라고 덧붙였다.
스웨덴 소설을 읽고 형사 이야기를 쓰게 됐다는 박찬욱 감독은 "특정 배우를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를 쓰지 않는다. 캐스팅이 안 되면 어쩌나 해서 그렇다"라며 "이번에는 이미지를 상상해보자는 마음이었다. 이름도 박해일의 '해'를 따서 해준이라고 지었다"라고 설명했다.
또 그는 "형사 이야기와 정훈희의 노래인 '안개'를 사용하는 로맨스를 합쳐서 하나의 영화를 만들어보자고 했다"라고 덧붙였다.
탕웨이는 "감독님께 처음 이야기를 들었을 때 한시간 반 정도 구두로 이야기를 해주셨다. 듣는 동안 물을 많이 마셨고 흥분이 됐다"라며 "천천히 감독님 얘기 속에 진입을 할 수 있었다. 감독님 눈빛이 굉장히 따뜻했다. 외국어 연기를 해야 하지만 안심이 되고 걱정이 없어졌다"라고 출연을 결정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이어 탕웨이는 "감독님 영화 스타일을 매우 좋아한다. 같이 작업을 한 것이 행운이라고 생각했다. 배우들에게 안심을 시켜주는 감독님이다. 제가 집중해야 하는 일만 하면 됐고 편하게 일을 했다. 감독님께 큰 감사를 드리고 싶다. 저 때문에 용인하고 인내해주셔서 감사하다"라고 박찬욱 감독에게 감사한 마음을 고백했다.
박찬욱 감독과 처음으로 작업을 하게 된 박해일 역시 박찬욱 감독에게 30분 정도 줄거리를 들었다며 "호기심이 컸던 건 형사 캐릭터다"라고 말했다. 그는 "주변에서 멜로 영화 장르를 언제 다시 해보냐는 말을 하곤 했다"라며 "감독님께서 수사극 안에서 멜로와 로맨스 사이 지점들을 보여주신다고 하니 궁금해지더라"라고 전했다.
또 그는 "시나리오를 읽어보니까 감독님이 해오신 작품과는 새롭게 변화가 된 부분도 느껴졌고 담백한 톤도 느껴졌다"라며 "제가 뛰어들어갈 수 있는, 도전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한 호기심이 커졌다. 감사드리고 수상 축하드린다. 한국 관객들 앞에 개봉하는 입장이 너무나 기분이 좋다"라고 덧붙였다.
형사 역할은 처음이라는 박해일은 "많은 남자 배우들이 형사 역할을 한다. 제가 왜 안 해봤나 하는 생각을 해봤는데 형사물에서 제가 소화하기엔 어색할 것 같고 잘 못할 것 같은 느낌이라서 미루고 미뤘나 했다. 감독님이 제안한 형사 캐릭터는 저와 옷이 잘 맞을 것이라 예상을 했다"라고 형사 캐릭터를 연기하게 된 소감을 밝혔다.
박찬욱 감독은 이런 박해일에 대해 "'살인의 추억'에서 용의자일 때도 그 눈빛이 맑아서 사람들을 혼란에 빠뜨렸다"라며 "이번엔 형사인데 맑은 눈빛을 볼 수 있다"라고 전했다.
이어 탕웨이는 "촬영을 할 때는 이 영화가 어떤 영화라는 걸 확실히 인지하지 못했다. 영화를 보면서 수사 멜로극이라는 걸 인지하고 해준의 눈빛을 돌아봤다. 시작할 때는 수사에 공정하고 강직한 형사의 모습을 보이지만, 눈빛을 통해서 휘말려드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라며 "정제되어 있고 디테일하다. '살인의 추억'을 비롯해 박해일 씨의 영화를 봤는데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가 해준이다"라고 박해일을 극찬했다.
박찬욱 감독은 이전 작품과 달라진 결에 대해 "이전 영화에서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표현을 해왔다. 폭력과 정사신, 노출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필요한만큼 구사를 했다. 관객에게 들이대듯이 눈 앞에 가져다대는 류의 영화였다"라며 "이번에는 다르게 해보고 싶었다. 감정을 숨긴 사람들의 이야기라 저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가까이 가서 들여다보게 하고 싶었다. 미묘하고 섬세해야 하고, 변화를 잘 들여다 봐야 한다. 그러려면 다른 자극적인 요소는 낮춰야 한다고 생각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탕웨이는 "이전에는 무거운 맛, 진한 김치의 맛이라면 이번엔 청량하고 담백하며 달콤한 맛이 있는 것이 특징이다"라고 차별점을 맛으로 표현했다.
또 박찬욱 감독은 "탕웨이의 한국어는 훌륭하다, 문장도 완벽하다. 문자를 보낼 때 더 그러한데 맞춤법, 띄어쓰기가 완벽하다. 잘 배운 한국어다. 독특하고 신선하고 매력이 있으며 고상하고 우아다는 생각이 든다"라며 "다만 억양이나 발음이 조금 다르다. 그런 말을 들으면서 묘하다, 낯설다는 인상을 받길 바랐다. 그래서 우리와 타자 관계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기회가 됐으면 했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코로나로 인해 후반작업이 길어져서 본의 아니게 제 영화 중 후반작업 완성도가 가장 높아졌다"라며 극장에서 꼭 봐주길 당부했다.
'헤어질 결심'은 오는 6월 29일 국내 개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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