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스케일에서는 역시 압도적이다. 탄탄하게 쌓아올린 서사 속 감정 변화들도 잘 돋보인다. 하지만 통쾌한 액션을 기대했다면 다소 실망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마동석의 적은 분량도 아쉬움을 남긴다.
28일 오후 서울 용산CGV아이파크몰에서 첫 공개된 영화 '이터널스'(감독 클로이 자오)는 수천 년에 걸쳐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살아온 불멸의 히어로들이 '어벤져스:엔드게임' 이후 인류의 가장 오래된 적 데비안츠에 맞서기 위해 다시 힘을 합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지난 10여년 동안 대한민국 관객들을 뜨겁게 사로잡았던 '어벤져스'의 전설을 이어가며, 히어로 무비의 차원을 한단계 더 높일 것을 예고해 제작 단계부터 큰 기대를 모았다.
'이터널스'가 가장 특별한 이유는 향후 마블이 가장 큰 비전으로 삼고 있는 다양성을 중시하며 새로운 도전과 시도를 보여줬다는 점이다. 여기에 마블의 거대한 세계관을 더욱 확장해 나갔다는 점 역시 주목할 만한 지점이다.
"MCU의 전통을 이어가면서도 새로운 지평을 열어 앞으로 펼쳐질 MCU의 미래에 방향을 제시할 작품"이라는 케빈 파이기의 설명처럼 '이터널스'는 다채로운 마블의 세계를 예고한다. 7천년 전 지구에 온 태초의 히어로 이터널스의 여정을 통해 인류의 오래된 역사와 지금껏 본 적 없는 방대한 서사를 전한다.
국내에서 '이터널스'를 가장 기대했던 이유는 바로 마동석이 길가메시 역으로 마블 입성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그가 맡은 길가메시는 이터널스 중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으며 이터널스와 인류의 보호자 같은 존재다. 그간 마동석이 '부산행', '범죄도시', '신과 함께' 등에서 보여줬던 인간적이고 위트 넘치는 모습에 강력한 파워가 더해져 길가메시 캐릭터가 더욱 친숙하게 다가온다.
하지만 분량이 다른 캐릭터들에 비해 워낙 적어 길가메시의 매력과 능력치를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적다는 점에서 큰 아쉬움을 남긴다. 하지만 안젤리나 졸리가 맡은 '전쟁의 여신' 테나와의 감정적인 교류는 마지막까지 큰 여운을 안겨준다. '누군가를 사랑하면 지켜주게 되고, 이것이 가장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명대사와 함께.
'이터널스'에서 가장 눈여겨 볼 캐릭터는 젬마 찬이 연기한 세르시와 리차드 매든이 맡은 이카리스다. 새로운 '여성 리더'로 떠오른 세르시와 후반 반전 이후 강력한 존재감을 뽐낸 이카리스는 고뇌와 갈등을 반복하며 이 영화가 가진 메시지의 의미를 더욱 증폭시킨다. 이들의 향후 관계 변화와 감정선이 기대가 되는 대목이다.
이들 외에도 이터널스의 영원한 리더 에이잭(셀마 헤이엑 분), 태초의 발명가 파스토스(브라이언 타이리 헨리 분), 정신을 지배하는 능력의 드루이그(배리 케오간 분), 양손 강력한 에너지를 발산하는 킨고(쿠마일 난지아니 분), 세상 가장 빠른 스피드로 인류의 방대한 지식을 습득하는 마카리(로런 리들로프 분), 이야기꾼 스프라이트(리아 맥휴 분) 등이 NEW 히어로 군단 이터널스 라인업을 완성했다. 인종, 성별, 장애의 편견을 넘어 '다양성'을 담아내려 했던 마블 스튜디오의 노력이 돋보인다. 여기에 인류애에 대한 묵직한 성찰도 인상적이다.
7천년에 이르는 긴 세월 속 변화하는 지구의 자연 경관은 눈을 황홀하게 만들 정도로 엄청난 스케일을 자랑한다. 메소포타미아부터 고대 바빌론, 아즈텍 제국, 동남아시아 굽타 제국까지 인류 문명의 시초를 배경으로 삼아 거대한 서사를 써내려간다. 아프리카 해안 근처의 스페인령 카나리아 제도의 두 섬 푸에르테벤투라와 란사로테를 찾아 실제 로케이션 촬영을 진행, 생생하면서도 압도적인 비주얼을 완성했다.
다만 서사가 너무 길고, 볼 만하다 싶은 액션은 중반이 훌쩍 지난 후에야 등장한다. 그마저도 통쾌한 재미가 크지는 않아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이터널스는 다시 돌아온다"고 했으니, 앞으로 마블 스튜디오가 '이터널스'로 써내려갈 새 역사가 어떨지는 계속해서 지켜봐야 할 듯 하다.
11월 3일 개봉. 러닝타임 155분. 12세 이상 관람가. 쿠키영상 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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