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는 우리 삶의 많은 것들을 바꿔놓았다. 극장의 대형 스크린에서 즐기던 영화는 휴대폰과 브라운관의 작은 화면으로 옮겨왔고, 홀로 즐기는 엔터테인먼트에 어느덧 익숙해졌다. 개인 맞춤형 동영상 스트리밍(OTT) 서비스 기업의 성장과 일상이 된 유튜브, 1인 크리에이터들의 콘텐츠가 새로운 엔터 강자로 떠올랐다. 하루에도 무수히 쏟아지는 콘텐츠의 홍수 속에서 발견한 보석같은 작품들을 조이뉴스24가 엄선해봤다. '방구석 OTT'에서는 범람하는 콘텐츠에서 길어 올린 반짝이는 작품들을 다뤄본다. [편집자주]
배우 공유와 박보검의 만남은 두 말 할 것 없이 환상적이다. 영화가 대놓고 강조하던 '감성 브로맨스'는 두 사람의 투샷만으로도 특별하다. 하지만 서사만 놓고 본다면 아쉬움이 남는다.
기헌(공유 분)은 과거 트라우마를 안겨준 사건으로 인해 외부와 단절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전직 요원이다. 그런 그가 죽음을 앞두고 내일의 삶이 절실한 상황에서 정보국으로부터 거절할 수 없는 마지막 제안을 받는다. 줄기세포 복제와 유전자 조적을 통해 만들어진 실험체 서복(박보검 분)을 안전하게 이동시키는 일을 맡게 된 것. 하지만 임무 수행과 동시에 예기치 못한 공격을 받게 되고 가까스로 빠져나온 기헌과 서복은 둘만의 특별한 동행을 시작한다.
서복은 실험실 밖 세상을 처음 만나 모든 것이 신기하기만 하다. 하지만 기헌은 생애 마지막 임무를 서둘러 마무리 짓고 싶다. 이에 두 사람은 가는 것마다 사사건건 부딪히지만, 어느샌가 서로에게 특별한 존재가 되어간다. 특히 기헌은 귀찮기만 했던 서복에게 연민을 느끼고, 교감을 나눈다. 그런 사이 둘에게 위기가 닥친다. 인류의 구원이자 재앙이 될 수도 있는 서복을 차지하기 위해 나선 여러 집단의 추적은 점점 거세지고 이들은 결국 피할 수 없는 선택을 한다.
이용주 감독이 '건축학개론' 이후 9년 만에 내놓은 '서복'은 인류 최초의 복제 인간을 중심으로 인간들의 삶에 대한 욕망을 담아냈다. 죽음을 앞둔 남자, 그리고 죽지 않는 존재. 극과 극의 상황에 놓인 기헌과 서복은 끊임없이 삶과 죽음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그 누가 죽음 앞에 초연할 수 있을까"라는 공유의 말처럼, '서복'은 살기 위해 끊임없이 발버둥치는 인간들의 두려움과 욕망을 통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한다.
특히 이용주 감독은 복제 인간 자체 보다는 서복을 향한 기헌의 시선을 따라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복제 인간과의 특별한 동행을 통해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죽음의 두려움을 극복하는 한 인물의 변화와 성장을 담고 싶었다"는 것. 이는 ‘서복’을 기헌과 서복의 로드무비라고 칭한 이유이기도 하다.
‘감성 브로맨스’의 완성 주역은 역시나 공유와 박보검이다. 공유는 4개월이 넘도록 식단 조절을 하며 체중 감량을 해 시한부 캐릭터의 외적 이미지를 완성했다. 또한 촬영하는 내내 영화 속 주제 의식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며 극적 깊이감을 더했다. 액션부터 감성 열연까지, 공유의 존재감이 돋보인다.
박보검은 특유의 맑은 이미지에 무표정, 매서운 눈빛으로 복제 인간 서복을 탄생시켰다. 진짜 인간이 아니기 때문에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으면 한다는 미션을 제대로 소화해냈다. 그러면서도 기헌이 왜 서복에게 연민을 느낄 수밖에 없는지, 그 깊은 눈빛에 많은 이야기를 담아내며 관객들을 설득시킨다. 초반 서로에게 날이 서 있던 기헌과 서복이 점차 교감하고, 나아가 서로의 구원자가 되어 주는 과정은 그 자체로 큰 울림을 전한다. 서복의 "민기헌 씨는 살릴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인가"라는 질문 역시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는 계기를 마련한다.
하지만 서사만 놓고 봤을 때는 허술함이 있다. 서복이 가진 초월적인 능력에 대해서는 그저 '부작용'으로만 설명된다. 세상을 쓸어버리고 아무도 대적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힘이지만 별다른 이유가 없다. 그러다 보니 서복의 위력이 커지면 커질수록 몰입도는 오히려 반감되는 역효과가 생긴다. 캐릭터 설정은 진부하고, 전개는 느리다. 결말 역시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해 긴장감이 덜하다.
후반부 서복이 분노로 폭주하게 되는 이유 역시 개연성이 부족해 작위적이라는 시선도 생긴다.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의미가 크고 복제 인간이라는 새로운 시도를 한 것은 맞지만,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뼈대가 튼튼하지 않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15일 극장, 티빙 동시 공개. 러닝타임 114분. 15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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