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이미영 기자] "탈락 아쉬움 없다면 거짓말이죠. 등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나 자신과의 도전에서 '나를 깼다'는 것에 큰 수확이 있어요."
데뷔 12년차 '현역' 윤희는 TV CHOSUN '미스트롯2'에 출전했다. 고민 많았던 출연이었지만, 사람들의 편견에서 자유로워지고 싶었고 갇혀있는 틀을 깨고 싶었다. 준결승 문턱에서 탈락했지만, 가수 인생이 끝난 건 아니다. 윤희의 진짜 노래는 지금부터 시작된다.
◆ "사람들 선입견에 무대 기피증도…'미스트롯2' 출연 고민 많아"
윤희는 지난해 '트롯신이 떴다'에 출연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미스트롯2'에 출연했다. 현역부 A조로 출전한 윤희는 패자부활전 끝에 다음 라운드에 진출했으며, '미스유랑단'의 맏언니로 존재감을 새겼다.
연달아 두 번의 오디션을 치른 윤희는, 사실 '미스트롯2' 참가를 두고 고민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미스트롯' 첫번째 시즌 때 오디션을 봤고, 이번에 제작진에게 연락이 왔어요. 고민이 많았죠. 2020년에 심적으로 다친 것들이 많아 '저기 나갈 수 있을까' 싶었어요. 그런데 피해버리면 이 알을 못 깰 것 같더라구요. 고민 끝에 출연하게 됐죠."
앞서 방영된 '트롯신이 떴다'에서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던 터. 당시 많은 눈물을 쏟으며 무대를 망쳤던 기억이 발목을 잡았다.
"2020년에 이슈가 있었어요. 나를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인격 비하를 하고, '쟤는 이럴거야' 라는 편견을 갖더라구요. 그 때 마음을 많이 다쳐서 무대 기피증이 살짝 생겼어요. 청심환 3개를 먹고 '트롯신이 떴다' 판정단 앞에 섰는데, 수많은 사람들이 저를 보고 있으니까 숨이 안 쉬어지고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갇혀있다가 나간 무대라 그랬어요. 그 무대가 끝난 다음에 가수를 그만 해야 하나 싶었어요. 내가 십 년을 이 생활을 했는데, 사람들의 시선에 흔들리고 주눅이 드니까. 그래서 '미스트롯'을 안하려고 했어요. '어차피 나가면 욕 먹을텐데'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죠. 그런데 조금 생각해보니 '내가 이걸 못 이기면 가수 생활 11년을 부정하는 것 밖에 안 되겠다 싶더라구요. 미친 척 하고 나가보자 싶었죠."
'미스트롯2' 출연을 하며 이같은 사람들의 시선에서 자유로워졌고, 고마운 응원도 받았다. 윤희는 "득과 실이 모두 있지만 하길 잘했다"고 미소 지었다.
"제 스스로에게 테스트 해보고 싶었던 것들이 있었어요. '나이가 많다' '세고 차가워보인다'는 이미지가 있었어요. 주변에 친한 가수들도 저를 무서워하다가 친해지면 '반전이네'라고 해요. '미스트롯2' 이후에 그동안 저를 색안경 끼고 봤다는 글들을 봤어요. 저에겐 큰 수확이죠. '미스트롯2'을 안했다면 끝까지 그런 이미지로 남았을 텐데... 저를 알아봐주는 사람도 생기고, '미스유랑단' 봤다고 연락 오는 분들도 있어요."
◆"미스유랑단 무대, 마음 비우고 화음 넣었다…멤버들 고마워해"
'미스트롯2'을 본 많은 시청자들은 윤희를 '미스유랑단' 맏언니로 기억한다. '미스유랑단' 윤희와 윤태화, 양지은, 김태연, 전유진 등은 본선 3차 팀미션에서 '미인' '범내려온다' '부초 같은 인생' 등으로 완벽한 합을 보여줘며 흥 넘치는 무대를 완성해 화제를 모았다.
동생들과 한 팀을 이뤘던 윤희는 "나이 차이가 많이 났다. 육아한다고 고생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웃었다. 멤버 중 유일하게 걸그룹 경험이 있었던 그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동생들을 다독이고 보듬었다.
"팀 미션 준비할 때가 가장 재미있었던 시간이었어요. 실력있는 동생들이라 최대한 밀어주고 싶었고 도움을 줘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진득하게 서서 노래 한 번 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팀 미션이라 퍼포먼스를 하게 됐어요. 춤 가르치는 것이 힘들었어요. 지은이나 태화는 춤이 안 됐고(웃음). 태연이는 솔직하게 표현하는 편이니, 하고 싶은 걸 다하게 해주고 싶었죠. 이것만 넘기면 14인이니까, 욕심을 부릴 수도 있었죠. 그래도 내 포지션이 있으니까, 마음을 비우고 화음을 넣었어요. 그것에 집중했는데 알아봐주셔서 감사했죠."
윤희는 "팀원들이 많이 고마워했다. 탈락하고 나서도 태화나 유진이, 태연이 모두 다 통화하면서 보고 싶어했다. 등수는 아쉬웠지만 사람은 얻었다"고 웃었다.
생뚱맞다는 평을 들은 '마리아' 무대에 대해서도 아쉬웠다고 토로했다. 그에게 '만약'을 묻자 "다시 기회가 주어진다면 100인부터 노래하고 싶다. 퍼포먼스를 안 하고 노래 한 번 제대로 해보고 싶다. 그거 한 번 해보고 싶어서 나간건데 그걸 못하고 왔다"라며 못내 아쉬움을 드러냈다.
◆데뷔 12년차 윤희 "유명보다 무명,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
가수 윤희는 올해 데뷔 12년차 트로트 가수다. 2009년 '빨리와'를 통해 데뷔해 2011년말부터 2017년까지 트로트 걸그룹 오로라 멤버로 활동했다. 7년 동안 오로라 리더로 활동한 그는 '책임감'으로 팀을 지켰고 어느 순간 애정이 아닌 '일'로 트로트를 하고 있었다고 고백했다.
"오랫동안 팀의 리더도 활동했는데 멤버들이 계속 바뀌고 하니 새로운 걸 알려줘야 하는 위치였어요. 반복되다보니, 팀은 하향 평준화가 되고 제 에너지는 많이 빠져있었죠. 하고 싶은게 없어졌고 고민이 생겼어요. 결정적인 건 어느 분의 한마디 때문이었어요. '넌 멘트도 하고, 춤도 추고, 노래도 하고, 니가 다 해먹어라'고 웃으면서 이야기 했는데 그 말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어요. 나는 열심히 하려고 했는데, 남들 눈에는 욕심쟁이로 비춰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윤희는 그래서 홀로서기를 결심했다. 2018년 다시 솔로로 전향해 '아뿔싸'와 '나혼자 산다'를 통해 활동을 했다. 오로라 활동 당시 밝고 통통 튀는 이미지를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색깔에도 도전하고 싶었다. 그는 "춤 잘 추고 에너지 넘치는 모습을 갖고 가면서도 노래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욕심도 있다"라며 "지금도 내 색깔을 스스로 찾아가고 있다"라고 말했다.
녹록치 않은 시간들을 버텨낸 윤희는 단단해졌다. 더디지만, 꾸준히 나아갈 거라는 자신과 확신도 있다. 윤희가 자신을 향한 편지, '윤희에게'를 띄웠다.
"힘든 과거가 너무 많지만, 한 번도 원망을 해본 적이 없어요. 그 시간들이 없었으면 여기 앉아있을 수 없어요. 절대 굴하지 않았던 것이 너무 자랑스럽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아요. 다른 분들이 보기엔 11년 동안 유명하지 않으니 안타까울 수 있겠죠. 한순간에 일확천금 얻은 것도 기쁘겠지만 전 계속 걸어가고 있고 그 땅이 단단해졌으면 좋겠어요. 지금은 그런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느리지만 뒷걸음 치거나 후퇴 안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이제는 조금만 더 속도를 내서 앞으로 나아갔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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