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류한준 기자] '우리가 천적.' 남자프로배구 삼성화재가 두 라운드 연속으로 KB손해보험 발목을 잡아챘다.
삼성화재는 지난 5일 의정부체육관에서 열린 2020-21시즌 도드람 V리그 KB손해보험과 원정 경기에서 풀세트까지 가는 접전 끝에 3-2로 이겼다. 삼성화재는 이날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4연패를 끊었고 5새트 경기 8연속 패배에서도 벗어났다. 삼성화재는 지난달(12월) 17일 대전 충무체육관에서 열린 KB손해보험과 3라운드 맞대결에서도 이겼는데(3-0 승) 공교롭게도 두 차례 모두 연패를 끊는 귀중한 승리였다. 3라운드에서 7연패에서 벗어났다.
5일 맞대결 승리 주역은 각각 15, 20점씩을 올린 좌우 쌍포 신장호와 김동영이 꼽혔다. 그러나 주장 박상하와 함께 삼성화재 미들 블로커(센터) 자리를 든든하게 지키고 있는 안우재도 쏠쏠한 활약을 했다.
안우재는 지난 11월 10일 트레이드를 통해 삼성화재 유니폼을 입었다. 상무(국군체육부대) 전역을 앞두고 있던 상황에서 팀을 옮겼다. 삼성화재 합류 후 안우재는 '감초' 노릇을 톡톡히하고 있다. 센터 전력 보강이 필요했던 삼성화재는 베테랑 세터 김광국을 한국전력에 보내고 안우재를 포함해 아웃사이드 히터(레프트) 김인혁, 신인 세터 정승현을 함께 영입했다.
고희진 삼성화재 감독은 "신영석(한국전력)을 제외하면 V리그에서 뛰고 있는 센터 중 안우재가 가장 서브가 좋다"고 말했다. 서브에 강점을 갖고 있는 이유는 있다. 그는 레프트에서 센터로 포지션을 옮겼다.
안우재는 송림고와 경기대를 나와 지난 2015-16시즌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5순위로 한국전력에 지명됐다. 고교와 대학시절 공격형 레프트로 뛰었고 한국전력에서는 당시 전광인(현대캐피탈, 현 군 복무 중)과 서재덕(현 군복무 중)의 휴식 시간을 보조하는 레프트 유망주로 꼽혔다.
그런데 변화가 필요한 상황을 맞았다. 당시 한국전력 사령탑과 수석코치를 맡고 있던 신영철 감독(현 우리카드 감독)과 김철수 코치(전 한국전력 감독)은 안우재의 자리를 센터로 돌렸다. 높이 보강이 필요한 상황이라서 내린 결정이다. 안우재는 2017-18시즌부터 본격적으로 센터로 코트에 나왔다.
안우재가 삼성화재로 온 건 선수 개인에겐 좋은 기회다. 선수 시절 삼성화재 높이 한 축을 든든하게 맡았던 고 감독과 만났기 때문이다. 안우재는 상무 전역 후 삼성화재에서 센터로서 기량을 뽐내고 있다.
그러나 고 감독은 안우재의 레프트 복귀를 두고 고민했다. 팀내 사이드 블로커 높이가 낮아서다. 박철우(한국전력) 이적 후 삼성화재가 안고 있는 걱정이다. 하지만 고 감독은 센터 안우재에 좀더 초점을 맞췄고 그는 해당 포지션에 연착륙했다.
안우재는 "사실 트레이드 소식을 들었을 때 놀랐다. 하필 '왜 나일까?'라는 생각도 들었다"며 "그러나 나를 필요로 하니까 성사된 거라고 여겼다"고 말했다. 그는 서브에 대해 "2단 연결이나 하이 볼 상항에서 공격을 해 본 경험이 있고 서브에 대한 생각은 예전부터 많이 햤다"며 "감독님도 '장점을 살려야한다'고 늘 강조한다. 우리팀은 강한 서브로 상대 수비와 리시브 라인을 흔들어야하기 때문에 서브에 당연히 신경을 써야한다"고 설명했다.
안우재가 갖고 있는 서브 루틴도 있다. 그는 "서브를 넣기 전 왼손으로 공을 올리는데 컨트롤이 좋은 편이 아니라 오른손으로 공을 먼저 잡은 뒤 올린다"며 "손에 땀이 많이 나는 편이라 잘 미끄러진다"고 웃었다.
센터의 주 임무 중 하나인 블로킹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안우재는 "사이드 블로커로 계속 나오다 가운데로 옮겼을 때는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다"며 "포지션 변경에 대해 후회가 되는 생각도 가끔 들긴 했지만 지금은 아니다"라고 다시 한 번 웃었다.
고 감독은 "상대팀 주포를 주로 맡고 있는 외국인선수 공격을 막아내는 블로킹 방법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고 감독이 선수 시절 네트를 사이애 두고 상대한 외국인선수와 경험을 안우재에게 전수하고 있다. 안우재도 "감독님 얘기를 잘 듣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화재 선수단은 올 시즌 들어 서로 영어 이름으로 부른다,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이 예전 활용한 것과 같은 방식이다. 안우재는 'Woody'로 불린다. 그는 "예전부터 팀 선, 후배들이 내 이름에 맞춰 '우지'라는 별명을 붙여 부르곤 했다"며 "그래서 비숫한 발음인 영어 이름을 생각해 그렇게 결정했다"고 말했다.
안우재는 새 소속팀 성적이 썩 좋지 않지만 포지션 변경 성공 사례를 쓰고 있다. 그는 올 시즌 종료 후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는다. 올 시즌 마지막까지 활약을 이어갈 경우 삼성화재 뿐 아니라 센터 보강을 원하는 팀에게는 충분히 '블루칩'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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