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수향 "지수와 키스 해버릴까 싶기도, '내가예' 섹시해서 좋았다"

[조이뉴스24 이미영 기자] 형제의 사랑을 받는 여자, 두 남자가 지키고 싶어했고, 갈망했던 여자. 그 파격적인 스토리 속에서 임수향은 단연 빛났다. 순수했고, 아찔했다.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했던, 전쟁 같았던 여정 속에서 임수향은 드라마 제목처럼 '가장 예쁜 순간'을 완성했다.

임수향은 최근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MBC 드라마 '내가 가장 예뻤을 때'(이하 내가예) 종영 인터뷰를 갖고 드라마를 마친 소회를 전했다.

임수향은 "이번 작품은 제가 연기자로서 많이 배운 작품이다. 고민도 많이 하고 부족함도 느끼고, 다양한 감정. 깊은 감정을 연기할 수 있었던 작품이다. 이런 연기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왔다는 것에 감사했다"라고 활짝 미소 지었다.

'내가 가장 예뻤을 때'는 한 여자를 동시에 사랑하게 된 형제 서진(하석진 분)과 서환(지수 분)과 그 운명 속에 갇혀버린 오예지(임수향 분)의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 임수향은 오예지 역을 맡아 동생 서환과는 이뤄질 수 없는 멜로, 자신에게 직진했던 형 서진과는 배신 당한 사랑을 연기, 두 남자 사이에서 아찔하고 쫀쫀한 멜로 텐션을 완성했다.

드라마는 형과 결혼했지만, 자신을 짝사랑했던 동생에게 이끌리는 파격적인 설정으로 화제가 됐던 터. 임수향은 "각오하고 선택했다"라며 "이 여자의 선택을 설득력 있게 전달하기 위해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말했다.

임수향은 "두 남자 사이에 있는 여자라 욕을 먹을 수 밖에 없다. 서진과 잘되면 환이팬들에게 욕먹고, 서환과 잘되면 서진 팬들에게 욕먹는다"라며 "그럼에도 오예지의 운명과 서사가 잘 그려져있었다. 어떻게 풀어낼 것인가 고민을 많이 했고 굉장히 재미있었다"라고 작품에 끌린 이유를 밝혔다.

자칫 불륜으로 비춰질 수 있었지만, 임수향은 오예지와 서환의 감정에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처음부터 형수로 만난게 아니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형수가 된 것이다. 그 때는 그 감정을 자각하지 못하고 현실을 도피하고 싶었던 여자가 자신이 내린 선택에 대한 댓가라고 생각한다. 저에겐 그 감정이 충분히 설득됐다"라고 말했다.

극중 오예지와 서환의 애틋했던 감정은 끝내 이루어지지 못했다. 손 한 번 잡을 수 없었던 '금기의 사랑', 눈빛으로 모든 것을 표현했던 사랑이었기에 더욱 안타까울 수 밖에 없었다.

임수향은 "드라마 방영 시간이 청소년 보호시간대라 작가님도 심의를 받으면서 썼다고 들었다"라며 "대본의 초고에는 두 사람의 키스신이 있었다"고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줬다.

그는 "미국 센트럴파크에서 예지와 서환이 키스를 하고 '너 미쳤니'라며 과거로 돌아가 이야기가 시작됐다. 코로나 상황 때문에 설정이 제주도로 바뀌었고, 대본이 전폭 수정된 부분도 있었다"라며 "뭔가 파격적으로 했어도 나쁘지 않았을 것 같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그러면서 "사실 그건 금기였고, 그래서 그들의 사랑이 아름답게 남았던 것 같다"라고도 했다.

드라마 결말에 대해서도 이야기 했다. 예지가 자신을 찾아온 서환과 꿈같은 재회를 한 후 그를 떠나며 긴 여운을 남겼다.

임수향은 "제가 상상한 엔딩은 중년이 된 예지와 환이 추억의 장소에서 재회하는 것이었다. 젊은 시절, 내가 가장 예뻤을 때 받았던 사랑을 추억하고 있으면 중년이 된 환이 나타나 이루어지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그들이 서로를 잊지 않고 살아가고 잇었다는 것을 보여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했다"라고 상상했다.

임수향은 "우리 드라마로서는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예지 입장에서 해피엔딩이고, 환은 불쌍하다고 하는데 예지는 환이를 위한 선택을 한 것이다. 예지가 환과 도망가서 살았을 수도 있지만, 가족을 뺏을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찐멜로' 드라마지만 서환과 오예지는 그 흔한 키스신 한 번 없었다. 그는 "후반부로 갈수록 저는 예지가 된 것 같고 지수는 환이 된 것 같았다. 키스신이 없는데 키스를 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 인물들의 감정이 그랬다"라며 "할랑말랑 하는 신들이 많았는데, 우리끼리 '해버릴걸 그랬나'라고 한 적도 있다"라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만큼 임수향은 예지의 감정에 몰입했다. 서환이 "내 인생 망치는거 하고 싶어요"라며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는 신은 화제가 됐다. 오글거리는 듯 하면서도 두 주인공의 애틋함을 부각 시킨 장면이었다.

임수향은 "심장을 폭격하는 대사다. 정말 잘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원래 울면서 찍는 것이 아닌데, 둘다 너무 울었다"라고 떠올렸다. 그는 "키스를 하고 싶은데 하지 못하고 들숨과 날숨이 오가는 것이 이 드라마의 매력 포인트라고 생각했다"라며 "그 섹시한 텐션이 끝까지 살아야 된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임수향은 그러면서 "이 드라마가 섹시해서 좋았다. 스킨십이 많아서 섹시한 것이 아니라 호흡이 섹시했다. 금지된 사랑을 갈망하고 원하는 것들이 잘 표현됐다"라고 드라마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어려웠던 드라마였지만, 그만큼 임수향의 연기는 돋보였다. 감정 북받치는 오열 연기부터 섬세한 심리까지 표현하며 호평 받았다.

임수향은 그러나 "연기적으로 더 표현하고 싶고 아쉽다. 부족한 부분도 캐치했다. 에너지를 발산하고 싶은데 한계에 부딪힌 부분도 있었다. 감정의 강약 조절에 대해서도 많이 배웠다"라고 냉정하게 평가를 내렸다.

꼭 한 번쯤은 해보고 싶었던 '첫사랑' 이미지에 대한 만족도는 컸다고 활짝 웃었다. 그는 "감정 소모가 많았지만 칭찬해주는 댓글을 보면서 힘이 났고, 원동력이 됐다. 전작 '우아한가'에서 센 캐릭터를 연기했는데 이번엔 모 음료신처럼 여리여리하고 첫사랑의 이미지도 보여줬다. 아련한 첫사랑을 해보고 싶었는데 샤랄라하게 잘 나왔다"고 말했다.

임수향에게 마지막으로 물었다. 드라마 제목처럼 '내가 가장 예쁘다고 느낀 순간'은 언제였을까.

임수향은 "인생을 살면서 '내가 언제 가장 예뻤지'라고 할 시간이 없는데, 제목이 주는 힘이 있어 계속 생각을 하게 되더라. 아역 친구를 보면서, 20대 후배를 보면서 예쁘다고 생각한다. 보통 지금의 내가 힘드니까 과거를 추억하고 그 때가 예뻤다고 생각하고, 오지 않는 미래가 예쁠 거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내가 가장 예쁜 순간은 지금이다. 그걸 나도 모르고 살아가고 예지도 모르고 살아간다. 예지는 정말 사랑을 받았고, 자신은 불행하다고 했지만 그 시절의 예지는 정말 예뻤다"라고 이 드라마의 메시지를 곱씹었다.

'내가 가장 예뻤을 때'를 마친 임수향은 이사도 하고 강아지와 시간도 보내며 충분한 휴식을 가질 예정. 그는 벌써 다음 작품에 대한 기대감도 드러내며 "이번엔 발랄한 캐릭터를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