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신원호 감독이 이우정 작가와 함께 tvN 목요스페셜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통해 그려내고 싶었던 건 역시나 '사람 사는 이야기'였다. 전작 '응답하라' 시리즈, '슬기로운 감빵생활'이 그러했듯, 진한 인간애가 묻어나는 소소한 이야기. 그 중심에는 '세상 모두가 다 좋은 사람이길' 바란다는 신원호 감독의 판타지가 깊이 뿌리박혀 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누군가는 태어나고 누군가는 삶을 끝내는 인생의 축소판이라 불리는 병원에서 평범한 듯 특별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과 눈빛만 봐도 알 수 있는 20년지기 친구들의 케미스토리를 담은 드라마로, 지난 28일 시청자들의 뜨거운 관심 속 열린 결말로 시즌1이 종영됐다.

'응답하라' 시리즈의 신원호 감독과 이우정 작가가 의기투합했고, 조정석과 전미도, 유연석, 정경호, 김대명이 의대 동기 5인방을 맡아 방송 전부터 큰 기대를 모았다. 이에 부합하듯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첫 방송부터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를 장악하는 동시에 매회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며 큰 인기를 구가했다. 특히 최종회는 케이블, IPTV, 위성을 통합한 유료플랫폼에서 가구 평균 14.1%, 최고 16.3%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의대 5인방 '99즈'가 결성한 밴드 '미도와 파라솔'이 부른 합주곡은 방송 후 큰 화제를 모았고, OST는 음원 차트 줄 세우기를 했다. 특히 조정석의 '아로하'와 전미도의 '사랑하게 될 줄 알았어'는 음원 차트 1위를 오랫동안 달성하며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놀라운 파워를 실감케 했다. 콘서트 요청도 쇄도했다.
이에 제작진과 '99즈'는 지난 4일 스페셜 방송이 끝난 후 온라인 생중계를 통해 라이브 합주와 시청자들을 향한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날 생중계는 무려 30만 명이 시청해 또 한 번 놀라움을 안겼다.
첫 방송 전 제작발표회에서 전작과는 달리 "꼭 성공해야 한다"는 간절한 바람을 전했던 신원호 감독은 최근 진행된 조이뉴스24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홀가분하다. 전작까지는 '끝났다'라는 느낌과 함께 긴장이 풀어졌었는데,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시즌제라서 그런지 아직 안 끝났다는 생각이 있어 긴장감이 온전히 풀어지지 않은 것 같다. 아마 시즌 2가 끝나면, 이 여파가 몰려오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소회를 전했다.

이어 "주 1회 방송이라는 편성도, 명확한 기승전결이 아닌 소소한 이야기를 꾸려나가는 구성적인 면도 저희에게는 큰 도전이었는데, 많이 좋아해 주셔서 다행이다"라며 "지금까지 했던 그 어떤 작품들의 결과보다도 안도하게 되는 지점이고, 주 1회 방송을 버티면서 따라와 준 시청자분들께 감사드린다. 개인적으로는 모든 작품이 끝나고 나면 스스로가 100% 마음에 들거나 만족하진 못하는 성격이다. 그럼에도 점수로 따지면 70~80% 정도는 만족할 수 있는 것 같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제목은 '슬기로운 의사생활'이지만 신원호 감독은 '의학 드라마'는 아니라고 강조했었다. 하지만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교수, 전공의, 인턴, 실습생 등 병원에서 일하는 의사들의 고충과 노력들을 섬세한 터치로 담아내 '의드 이상의 의드'를 만들어냈다. 자문을 담당했던 의사들은 인터뷰를 통해 "정말 현실적이고 디테일했다"고 평하기도.
이에 신원호 감독은 "인터뷰를 하면서 힘든 경우들도 있었다. 수술 장면의 경우 일반인이 보기에는 일상적인 풍경이 아니기 때문이다. 수술 모니터를 보고 있으면 의사는 정말 어려운 직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외과 의사 선생님들이 수술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 타고나야 한다', 'MBTI가 맞아야겠다', '의사 안 해서 다행이다'라고 느꼈다.(웃음)"라고 연출자로서 느낀 바를 전했다.
"여전히 의사라는 직업은 신기하다"고 밝힌 신원호 감독은 "저런 삶을 살아가고, 저런 일을 하고 계시는 의료진들의 하루하루가 정말 신기하고 존경스럽다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또 그는 "제작발표회 때도 말씀드렸듯이,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슬기로운 감빵생활'과 같이 기획을 시작했다. 중간에 '슬기로운 감빵생활' 제작 기간을 포함해 물리적인 준비 기간이 4년 정도 된다. ('슬기로운 감빵생활' 촬영 중간에도 작가들은 '슬기로운 의사생활' 취재를 다녔다.) 자문 선생님을 계속 귀찮게 하고, 인터뷰를 통해 이야기를 듣다 보니 과가 정리되기 시작했다"며 "'슬기로운 감빵생활'이 끝난 후에는 본격적으로 수술과 외래 진료 현장을 보려 다녔다. 선생님들이 감사하게 협조를 잘 해주셨다. 하지만 그럼에도 실제 의료진들을 따라잡을 순 없었다. 분위기를 눈에 익히는 수준이었다. 왜 의학드라마가 이렇게 힘들고, 그게 하나의 장르가 될 수 있는지를 준비 기간 동안 깨달은 것 같다"고 쉽지 않았던 취재 과정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본 단계에서부터 근 4년간 각 과마다 자문교수님들과 세세한 부분까지 커뮤니케이션을 하며 대본을 만들었다. 그에 근거해서 작가들이 별첨으로 세세한 자료사진까지 준비해줬지만 사진만으로는 알 수 없는 부분들이 많아 현장에 별도로 자문 선생님을 모셨다. 수술 전 손 닦는 방법, '와칸다' 제스쳐 같은 수술방에서의 자세, 수술복을 입혀주는 방법 등 하나하나 다 물어봐야 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자문 선생님 없이는 한걸음도 진행할 수가 없었다"며 "밴드신 촬영도 대략 한 곡에 6~7시간씩 걸리는 힘든 작업임에도 불구하고 수술신을 찍고 나면 '차라리 밴드신을 찍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수술신은 가장 에너지가 많이 소모된 장면이었다"라고 힘들었던 촬영 당시를 회상했다.
그럼에도 일각에서는 5인방 캐릭터가 완벽에 가까운 의사로 표현되는 것이 비현실적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신원호 감독 역시 이런 지적을 알고 있다고 밝히며 "'세상 모두가 다 좋은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라는 것이 저의 판타지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그간 '교도소에 저렇게 좋은 사람이 어디 있어', '병원에 저렇게 좋은 의사가 어디 있어' 하는 댓글도 많이 봤다. 하지만 그게 판타지일지언정 그걸 보면서 마음이 좋고, '나도 저런 좋은 사람들과 같이 있었으면', 그래서 '나도 좋은 사람이 되어야지'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 그런 목표를 위해 매번 좋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게 되는 것 같다"라며 "좋은 사람들의 집단이 판타지라고 여겨지는 현실은 슬프지만, 그래서 더욱더 좋은 사람들이 펼치는 선한 이야기가 수많은 드라마 속에 하나쯤은 꼭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드라마 연출자로서의 소신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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