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류한준 기자] 10년 만에 정든 팀을 떠났다. 베테랑 아포짓 스파이커(라이트) 박철우가 삼성화재 대신 한국전력 유니폼을 입는다.
박철우는 2019-20시즌 도드람 V리그 종료 후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었다. 프로 원년 멤버(2005년 겨울리그)인 박철우에게는 3번째 FA 기회다.
그는 지난 2010년 첫 번째 FA 자격을 얻었을 때 변화를 줬다. 친정팀 현대캐피탈과 재계약하지 않고 삼성화재를 선택했다. 삼성화재 시절 맞은 두 번째 FA때는 큰 고민 없이 소속팀과 재계약을 택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그는 10년 만에 다시 변화를 주기로 마음억었다. 박철우의 한국전력행에는 금액도 있었지만 계약기간이 중요했다.
삼성화재는 계약기간 2년을 제시했지만 한국전력은 3년을 보장한다는 조건을 내세웠다. 여기에 박철우가 마음을 굳힌 계기가 있다. 권영민 한국전력 코치다.
둘은 인연이 있다. 경북사대부고 졸업반 당시 현대캐피탈과 계약한 박철우는 고졸 선수의 성인무대 직행으로 많은 화제를 모았다. 그리고 그때 현대캐피탈 주전 세터가 권 코치였다.
박철우는 주전 라이트 후인정(현 경기대 코치)의 뒤를 받치는 백업을 먼저 맡았다. 시간이 흐르면서 자기 자리를 찾아갔고 현대캐피탈과 국가대표팀에서 권 코치가 보낸 패스(토스)를 스파이크로 연결하는 횟수도 늘어났다.
같은 팀에서 뛴 시기는 길게 가지 않았다. 2009-10시즌 종료 후 박철우는 FA 이적으로 삼성화재로 떠났다. 권영민도 2014-15시즌 종료 후 정든 현대캐피탈을 떠나 KB손해보험으로 유니폼을 바꿔입었고 한국전력에서 선수 은퇴했다.
권 코치는 '선택'을 두고 고민하던 박철우에 연락을 했다. 그는 "처음을 같이 시작했으니 마지막도 함께하는게 어떻겠냐?"고 박철우에게 말을 건냈다. 문성민(현대캐피탈) 김요한(은퇴)과 함께 한국 남자배구를 이끌 '공격수 트로이카'로 꼽히던 박철우도 이제는 어느덧 30대 중반이 됐다.
박철우도 지금부터는 선수 생활 마무리에 들어가야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비록 친정팀에서 마무리는 아니지만 자신의 신인 시절과 그리고 주축 선수로 성장하는 것을 바로 옆에서 지켜본 권 코치의 말이 마음을 움직이게 만들었다.
장병철 한국전력 감독과는 직접적으로 한 팀에서 뛴 인연은 없다. 그러나 둘 사이에는 공통점이 있다. 장 감독도 현역 선수 시절 삼성화재에서 뛰었다. 그리고 둘 다 왼손잡이 라이트였다.
장 감독은 선수 시절 소속팀 선배이기도 한 김세진(전 OK저축은행 감독)과 박철우에 상대적으로 밀려 오히혀 손해를 봤다는 평가를 들은 왼손 라이트였다. 그러나 장 감독도 오랜만에 검증된 라이트 토종 공격수와 함께 2020-21시즌 준비를 할 수 있게 됐다.
장 감독은 '조이뉴스24'와 가진 전화 통화에서 "(박)철우는 당연히 라이트 자리에서 뛸 것"이라며 "팀 사정상 미들 블로커(센터) 전력이 떨어지지만 철우를 해당 포지션으로 돌리지 않겠다"고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박철우는 올 시즌 삼성화재에서 센터로도 나와 뛴 적이 있었다.
또한 산탄젤로(이탈리아)로 영입 후 주전 라이트가 아닌 '조커' 임무로 코트로 나선 적도 많았다. 장 감독은 "체력적인 부분에서 조절이 필요한 상황도 있겠지만 철우가 당연히 우리팀의 주전 라이트"라고 못박았다.
박철우의 가세로 차기 시즌 외국인선수에 대한 가이드 라인도 정해진 셈이다. 장 감독은 "아웃사이드 히터(레프트)로 영입 방침을 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시즌 종료 후 포지션별 전력 보강에 대해 코칭스태프 및 사무국과 많은 얘기를 나눴다. 센터 전력 보강도 중요했지만 철우와 새 외국인선수로 사이드쪽 공격 전력을 강화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영입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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