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김양수 기자] 故 김성재 사망 미스터리를 다룬 '그것이 알고싶다'가 또한번 불방됐다. 이에 대해 한국PD연합회 측이 성명서를 통해 '사법부 제식구 감싸기'라고 지적했다.
23일 한국PD연합회는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금지는 '사법부 제 식구 감싸기'인가'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성명서에서 한국PD연합회는 "김성재 사망 미스터리를 다룬 '그것이 알고 싶다'(12월 21일 방송 예정)가 또 불방됐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반정우 부장판사)는 20일 "이번 방송은 신청인이 김성재를 살해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암시한다는 점에서 이전 방송과 동일하다"며 방송을 금지했다"라고 밝혔다.
'그것이 알고싶다' 제작진은 21일 방송에 앞서 △8월 가처분 판결에서 법원이 방송금지를 명령한 이유를 적극적으로 반영했고 △진실을 밝힐 단서가 될지도 모르는 새로운 제보가 들어왔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 8월 방송금지가처분을 내린 판사가 4개월 만에 똑같은 판결을 내린 것. 이에 대해 한국PD연합회는 "제작진의 합당한 노력에 똑같은 판사가 똑같은 판결로 응답한 게 과연 합리적인지 우리는 심각한 의문을 제기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재판부는 공공의 관심사에 대한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했다"며 "재판부와 제작진이 상반된 입장을 밝히는 상황에서 정작 시청자들은 방송을 볼 수 없어서 판단 기회를 잃은 채 소외됐다. 재판부의 판단대로라면, 공공의 관심이 집중된 미제사건을 취재하여 방송하는 것을 시청자가 보아서는 안 된다는 말인가"라고 되물었다.
이어 "재판부는 SBS와 제작진을 부당하게 모욕했다"라며 "판결문 중 '진정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표현은 제작진에게 깊은 좌절과 모멸감을 안겨주었다"고 했다. 또한 "'SBS가 오로지 공익 목적으로 방영하려 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대목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한국PD연합회는 "판결문은 '방송 내용의 가치가 신청인의 명예보다 우월하지 않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밝혔는데, 이는 표면적으로 내세운 이유일 뿐 실제로는 '사법부의 제식구 감싸기'가 최우선 판단기준 아니었냐는 의심을 피하기 어렵다"라며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온 사건에 대해 일개 방송이 감히 의문을 제기하다니, 내용과 구성을 어떻게 바꾸든 결론은 '방송금지'로 이미 정해져 있었던 게 아닌가. 이 정당한 질문에 재판부는 어떻게 대답할 것인가"라고 물었다.
'그것이 알고 싶다' 배정훈 PD는 "사법부라는 이름의 기관에서 시작되는 이 사회의 질서와 약속을 존중할 뿐"이라며 "방송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한국PD연합회는 "배 PD를 비롯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에게 심심한 위로와 격려를 보내며, 진실을 향한 우리 PD들의 노력이 정의로운 사법부의 판단을 만나서 훌륭한 결실을 맺는 날이 오리라는 신념을 간직해 주기를 당부한다"고 글을 마쳤다.
이하 성명문 전문
김성재 사망 미스터리를 다룬 <그것이 알고 싶다>(12월 21일 방송 예정)가 또 불방됐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반정우 부장판사)는 20일,“이번 방송은 신청인이 김성재를 살해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암시한다는 점에서 이전 방송과 동일하다”며 방송을 금지했다. 지난 8월 방송금지가처분을 인용한 바로 그 판사가 똑같은 판결을 내린 것이다. 제작진은 △8월 가처분 판결에서 법원이 방송금지를 명령한 이유를 적극적으로 반영했고 △진실을 밝힐 단서가 될지도 모르는 새로운 제보가 들어왔다고 밝혔다. 제작진의 합당한 노력에 똑같은 판사가 똑같은 판결로 응답한 게 과연 합리적인지 우리는 심각한 의문을 제기한다.
먼저, 재판부는 공공의 관심사에 대한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했다. 재판부와 제작진이 상반된 입장을 밝히는 상황에서 정작 시청자들은 방송을 볼 수 없어서 판단 기회를 잃은 채 소외되고 말았다. 재판부는“신청인의 인격과 명예에 중대하고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방송금지 사유를 밝혔다. 신청인 김모씨의 인권은 물론 존중해야 한다. 그러나 김성재 사망사건은 △인기 절정의 스타가 갑자기 사망했고 △타살 의혹이 여전히 있는데도 △정작 범인은 확정되지 않은 미제사건이다. 재판부의 판단대로라면, 공공의 관심이 집중된 미제사건을 취재하여 방송하는 것을 시청자가 보아서는 안 된다는 말인가?
게다가 재판부는 SBS와 제작진을 부당하게 모욕했다. 판결문 중“진정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표현은 제작진에게 깊은 좌절과 모멸감을 안겨주었다. 재판부는 궁예처럼 독심술이라도 쓰겠다는 건가? 제작진의‘진정성’을 자의적으로 규정한 것은 사법부의 오만과 독선을 드러낸 경솔한 표현으로, 재판부는 제작진에게 정중하게 사과해야 한다. “SBS가 오로지 공익 목적으로 방영하려 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대목도 마찬가지다. 합리적인 근거 없이 자의적인 판단을 되풀이 하는 것은 사법부의 신뢰 회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음을 재판부는 깨달아야 한다.
“국민의 알권리 충족이나 올바른 여론 형성은 SBS가 방송을 하기 위해 표면적으로 내세운 기획 의도일 뿐“이라는 구절도 눈에 띈다. 재판부는 이 말이 부메랑이 되어 자신에게 돌아올 수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판결문은 “방송 내용의 가치가 신청인의 명예보다 우월하지 않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밝혔는데, 이는 표면적으로 내세운 이유일 뿐 실제로는 ‘사법부의 제식구 감싸기’가 최우선 판단기준 아니었냐는 의심을 피하기 어렵다.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온 사건에 대해 일개 방송이 감히 의문을 제기하다니, 내용과 구성을 어떻게 바꾸든 결론은 ‘방송금지’로 이미 정해져 있었던 게 아닌가? 이 정당한 질문에 재판부는 어떻게 대답할 것인가?
김성재 사망 사건의 수사와 재판은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다. △초동수사가 부실했다. 피의자 김모씨(방송금지가처분 신청인)가 호텔을 떠난 시간을 확인할 수 있는 CCTV 영상 등 결정적 증거를 확보하지 않았다. △‘전관예우’의혹이 파다했다. 2심부터 김모씨의 변호를 맡아서 1심의 무기징역 판결을 뒤집고 무죄 판결을 이끌어 낸 사람이 서울고법 부장판사 출신이었다. 이 점을 잘 알고 있는 가처분 재판부는 <그것이 알고 싶다>가 방송될 경우 사법부의 떳떳치 못한 구석이 다시 거론되는 게 마땅치 않았을 것이다.
김성재 사망사건이 일어난 지 25년이 지났다. 그 때와 수사기록이 똑같겠지만, 1995년 사건 발생 당시의 과학 수준으로 충분히 해명하지 못한 사인을 규명할 가능성이 있으니 지금의 첨단 과학 지식으로 다시 짚어보자는 제작진의 취지를 재판부는 받아들여야 했다. 제작진은 53명의 국내외 전문가와 접촉하고 25편의 논문을 공부하고 해외취재까지 진행하며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PD 혼자 만든 게 아니라, 작가들과 토론하고 데스크의 의견을 구하며 1년 가까이 자료조사와 취재과정을 거친 결과물이다. SBS 자체 심의기구도 엄연히 활동하고 있다.
이 자체검증 시스템을 무시한 채 똑같은 판사가 똑같은 이유로 방송금지를 되풀이한 것은 설득력이 부족하다. 재판부는 <그것이 알고 싶다>의 어떤 부분이 미흡한지 구체적으로 지적하지 못했다. 나아가, 누군가 진실을 감추려는 자들에게 이 판결이 진실 은폐의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했다. 빈약한 근거로 허위 주장을 방송할 경우 우려되는 인권침해를 예방하자는 가처분 제도의 입법취지에 충분히 부합하는 판결인지 의심스러운 것이다.
사법부의 최종판결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어느 사회에서든 금기에 가까운 일이다. 그러나 사법부의 권위는 이성과 양심의 마지막 보루라는 사회적 신뢰를 획득해야만 비로소 정당성을 가질 수 있다. 사법부의 판결은 존중해야 하지만, 그 누구도 가릴 수 없는 진실의 차원 또한 존재한다. 재판부도 사람이기 때문에 오류를 범할 수 있다. 그 오류 때문에 정의가 실종됐다면 문제제기를 하고 시정을 요구하는 게 언론의 당연한 임무다. 제작진은 “미제사건을 해결할 수 있는 제도적 대안을 모색하자”고 제작 의도를 밝혔는데, 이는 사법부가 반대할 일이 아니다. 재판부는 안일하게 방송금지 결정을 되풀이 할 게 아니라, 김성재 사망사건의 재심 가능성을 검토해야 정의롭지 않았을까?
배정훈 PD는 “사법부라는 이름의 기관에서 시작되는 이 사회의 질서와 약속을 존중할 뿐”이라며 “방송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배 PD를 비롯,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에게 심심한 위로와 격려를 보내며, 진실을 향한 우리 PD들의 노력이 정의로운 사법부의 판단을 만나서 훌륭한 결실을 맺는 날이 오리라는 신념을 간직해 주기를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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