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정미희 기자] 지난 28일 방송된 ‘MBC 스페셜-바다의 경고, 사라지는 고래들' 편에선 그 어느 현장보다 치열하게 담아낸 돌고래의 슬픈 마지막 이야기가 공개됐다.
제주 바다에는 꼬리 잘린 어린 돌고래가 산다. 한창 성장하며 바다에 적응해갈 나이의 어린 돌고래는 낚싯줄이나 어구의 밧줄에 얽혀 꼬리가 잘려나간 것으로 추정된 상처를 가졌다. 꼬리지느러미가 없어 추진력이 떨어지다 보니 몸을 비틀거리며 힘겹게 유영한다. 무리에서 이탈하지 않고 살아남기 위해 꼬리 없는 돌고래는 매일 매일을 치열하게 살아내고 있다. 더 우려되는 건 제주 바다에서 해양 쓰레기에 꼬리가 다친 어린 돌고래들이 지난 몇 년간 지속적으로 발견되고 있다는 것이다.
작은 쇠돌고래 상괭이는 한 해 일만여 마리 이상 죽어가고 있다. 연안 개발이 계속되면서 제주 남방큰돌고래들도 점차 서식지를 잃어가고 있다. 상괭이 유통업 25년 경력 고래상인의 증언은 충격적이었다. 상괭이가 2016년 해양생물보호종으로 지정되기 전 인천 경기지역에서만 해마다 백 톤, 약 삼천삼백여 마리의 상괭이가 죽어갔고, 충남에서는 일 년에 최소 오천 여 마리의 상괭이 사체가 유통됐다.
바다에서 쓸어내다시피 한 떼죽음, 그 원인은 혼획이다. 특정 어류를 잡으려고 친 그물에 상괭이가 걸려들어 질식사로 죽어가는 것이다. 현재 상괭이의 개체 수는 90%가 급감한 상황, 즉 멸종위기에 처해있다. 상위포식자가 사라지고 바다 생태계의 균형이 깨지게 될 것이 우려되는 가운데 상괭이의 몰살을 막기 위한 노력도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해양포유류 탈출망을 설치할 경우 고기가 빠져나갈 것을 우려하는 어민들과의 갈등도 피해갈 수 없다.
상괭이는 국제적 멸종위기종으로 2016년 ‘해양보호생물’로 지정됐다. 박겸준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센터 박사는 “개체 수가 90% 이상 감소한 수준이 아닐까 생각한다. 서해 전체 면적으로 봤을 때 (남이있는) 만 삼천 마리라는 개체 수는 현재 상황도 위태로운 것”이라고 했다.
주강현 국립해양박물관 관장은 “바다에서 모든 생물종은 상위 포식자, 하위 포식자 모두 먹이사슬 관계가 있어야지만 균형이 유지되는데 먹이사슬이 깨지면 바다가 이상해지는 거다. 상위 포식자는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굉장히 중요한 거다. 상위 포식자가 있어야지만 생물이 (건강하게) 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일환 해양수산부 어업정책과 과장은 “어떤 어업에서 고래들이 (그물에) 걸려 죽는지 분석하고 고래한테 위협이 될 수 있는 어구어법을 고래가 잡히지 않도록 개량하는 해양보호 프로그램을 마련해서 시행하게 됐다. 미국에 수산물을 수출하는 국가는 미국과 같은 해양포유류 보호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수출할 수가 없다”며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상괭이 혼획 저감장치 장착) 의무화를 추진할 텐데. 당장 내년은 어업인들의 협조를 받아 상괭이 혼획 저감장치를 안강망에 최대한 보급할 계획”이라고 했다.
오랜 세월, 서해에서 공존해온 상괭이와 어민들이 과연 그물(안강망)을 바꾸고 상괭이를 지켜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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