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배우 조정석이 짠내나서 더 공감가고 응원해주고 싶은 '히어로'로 변신했다.
조정석은 지난 3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팔판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진행된 영화 '엑시트'(감독 이상근) 관련 인터뷰에서 "SBS 드라마 '질투의 화신' 끝나고 '엑시트' 시나리오를 받았다"며 "렌즈 삽입 수술을 받아서 시나리오를 볼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는데, '그럴 때 봐야 하는 영화다'라고 하시더라"라고 출연 계기를 설명했다.
그는 "굉장히 독특하고 신박한 영화라는 느낌을 받았다. 감독님이 대사를 재미있게 쓰셨다. 유독 가스라는 소재가 신선하게 다가왔고, 에필로그 없이 끝나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고 '엑시트'를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
31일 개봉되는 '엑시트'는 청년 백수 용남(조정석 분)과 대학동아리 후배 의주(임윤아 분)가 원인 모를 유독가스로 뒤덮인 도심을 탈출해야 하는 비상 상황을 그린 재난탈출액션 영화다. 조정석이 맡은 용남은 대학 시절 왕성한 산악부 활동 덕에 자타공인 에이스로 통했지만 졸업 후 취업에 실패하면서 집안에서 찬밥 신세를 면하지 못하는 청년이다.
극 초반 짠내를 유발하던 그는 유독가스로 뒤덮인 도심에서 의주와 함께 사람들을 구하는 동시에 위기 탈출을 하기 위해 고난이도의 액션 연기를 보여준다. 재난 상황 발생 이후 펼쳐지는 맨손 클라이밍, 고공낙하 연기 등을 완벽하게 소화하기 위해 촬영 수개월 전부터 암벽등반 수업을 받으며 체력과 실력을 키웠다.
액션 연기에 대해 걱정이 있었다는 조정석은 "고소공포증 정도는 아니라고 하지만 무서움이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극 전체를 봤을 때 재미가 있었다. 시나리오를 읽는데 상상이 잘 됐다. 저희 어머니가 연세가 많으셔서 벌써 칠순 잔치를 했다. 또 삼수의 경험이 있고, 제가 막내다. 게다가 제가 성룡의 팬이다. 어릴 때부터 좋아했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서 공감되는 것이 많았다"라고 용남이라는 인물에 크게 이입할 수 있었던 이유를 밝혔다.
삼수를 했던 경험을 통해 연기적인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도 했다. 그는 "용남이한테는 칠순 잔치에서 가까운 친척을 만나는 것마저도 재난일거라고 생각한다. 제가 삼수를 했을 때 어머니 칠순 잔치를 했다면 힘들었을 것"이라며 "제가 삼수를 하다가 연극과를 들어갔는데 오랜만에 만난 분들은 'TV에 언제 나오냐'는 얘기를 하시곤 한다. 그 때의 생각들이 나서 그런지 공감이 많이 됐다"고 설명했다.
용남은 지질하고 짠내나는 캐릭터이기는 하지만, 위기의 순간에 가족들을 구하기 위해 건물을 오르내리고 뛰어다닐 수 있는 용기있는 인물이다. 조정석 역시 이런 용남과 닮은 점이 있다고. 그는 "용남이처럼 건물을 뛰어넘지는 못하겠지만, 평소에도 몸이 먼저 반응을 하는 스타일이라 누구든 한 명은 구했을 것"이라며 "예를 들어 촬영을 할 때 갓난아기가 출연을 하면 먼지 때문에 힘들지는 않을까. 온통 안테나가 그 쪽으로 쏠리는 성격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용남을 연기할 때 가장 중점을 둔 건 완급이다. 저희는 후반부 촬영을 초반에, 중간에 찍을 때도 있고, 첫 장면을 뒤에 찍을 때도 있다"며 "순차적으로 촬영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시간의 순서대로 변해가는 용남의 심경을 중점으로 생각해야 했다"고 연기를 하면서 가장 심혈을 기울인 부분을 언급했다. 이어 "용남이가 멋있어지면 안 된다는 생각이 있었다. 용남이가 지질하고 짠내가 날수록 더 멋있다고 생각했다. 진짜 히어로가 아니기 때문에 슈퍼히어로라는 생각이 있었다. 산악부 동아리를 하면서, 클라이밍을 취미로 배웠는데 그걸로는 돈을 벌 수 없다. 쓸모없는 재능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열심히 했더니 빛이 난다는 희망적인 메시지가 담겨 있다"고 전했다.
'엑시트'는 용남과 의주의 탈출기를 다루고 있는만큼, 관객들 역시 이들의 탈출을 응원하게 되는 순간들이 있다. 이 과정에서 울컥하는 감정까지 느끼게 된다. 조정석 역시 영화를 봤을 때 그런 감정을 느꼈다고. 그는 "마지막에 구조가 됐을 때, 엄마를 업어주고 싶다고 한다. 그 때 울라했다. 엄마를 만나면 부둥켜안고 울 것 같은데 업어주고 싶다는 말을 한다. 칠순 잔치 때 용남이가 업어주려고 하다가 못 그랬던 장면이 있는데, 그 때와 이어지는 장면이라 굉장히 현실적이었다. 촬영할 때나 볼 때나 울컥했던 장면이다"라고 설명했다.
히어로물이 아니기 때문에 용남과 의주의 탈출기는 의상부터 짠내를 유발한다. 쓰레기 봉투를 뒤집어쓴 그들의 비주얼은 '웃프다'는 표현이 딱 맞아 떨어진다. 이를 언급하자 조정석은 "굉장히 힘들었다. 촬영이 8월에 시작해서 12월에 끝났다"며 "완전 더울 때부터 선선할 때까지 찍었는데, 우리는 뛰면 열이 난다. 하지만 배출이 안 되다 보니 안이 온통 물방울로 끈적끈적했다. 화장실 갈 때도 힘들었다. 쓰레기봉투 촬영이 끝나고 나서는 너무 좋아서 환호성을 내질렀다"라고 힘들었던 촬영 당시를 회상했다.
세트장 역시 12~15m정도 높이의 건물을 지어서 촬영을 했다고. 실제로 무서운 감정이 들었기 때문에 영화 속에서 올라갈 때의 표정은 진짜 리얼한 표정이었다는 설명이다.
조정석은 얼마 전 SBS 드라마 '녹두꽃'을 마쳤고, 곧바로 '엑시트' 홍보에 돌입했다. 그리고 최근엔 신원호 PD의 신작 '슬기로운 의사생활'을 차기작으로 결정지었다. 누가 봐도 쉼 없이 일하는 조정석이다. 하지만 조정석은 "쉬어야지 생각을 하지만 대본을 보면 재미있어서 계속 일을 하게 된다. 배우들은 그런 경험을 많이 한다"며 "하지만 그 사이 사이 알차게 잘 쉬고 있다. 이번에도 영화 개봉 후 무대 인사 일정을 소화하고 나면 잠깐 쉴 수 있다"고 전했다.
"작품을 고를 때 시나리오에서 느낄 수 있는 메시지를 생각 안 할 수 없지만, 재미가 있으면 푹 빠져서 읽곤 한다. 연기자로서 변주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가득 찬다. 독특함을 추구한다기 보다는 배우라는 플레이어로서 새로운 얼굴을 보여줄 수 있다면 집중을 하게 되는 것 같다. 물론 작품이 재미있어야 하는 것이 첫 번째다. 또 안 해본 것을 계속 시도하고 싶은데 '엑시트' 같이 신선한 느낌이 있다면 계속 함께 하고 싶다. 물론 스릴러나 느와르 같은 장르도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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