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류한준 기자] "분위기 메이커요? 옆에 있는 두 선수를 얘기하고 싶긴 하지만…"
까르르 웃음이 터졌다.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스테파노 라바리니 한국 여자배구대표팀도 미소를 지었다.
한국 여자배구대표팀은 남자대표팀과 함께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강화 훈련 중이다. 남녀팀 모두 오는 8월에 있는 2020 도쿄올림픽 배구 세계예선전에 참가한다.
남녀부 6개조 나눠 치러지는 세계예선전은 각조 1위에 도쿄행 본선 티켓이 주어진다. 라바리니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는 여자대표팀은 8월 9일부터 11일까지 러시아 칼린그라드에서 열리는 세계예선전에 나선다. 목표는 당연히 조 1위를 차지해 일찌감치 도쿄행을 확정하는 것이다.
여자배구대표팀이 이번에 도쿄행 티켓을 손에 넣으면 2012 런던과 2016 리우에 이어 3개 대회 연속 진출이다. 선수들이 한창 구슬땀을 흘리는 가운데 18일 오후 진천수촌에 있는 챔피언하우스 3층 대강당에서 대표팀 미디어데이가 열렸다.
여자대표팀은 이날 오후에 연습 일정이 잡혔다. 그래서 임도헌 감독이 이끌고 있는 남자대표팀이 오전에 먼저 미디어데이 행사를 가졌다. 여자대표팀 미디어데이에는 라비리니 감독을 비롯해 선수단들 대표해 주장 김연경(엑자시바시) 미들 블로커(센터) 양효진(현대건설) 아웃사이드 히터 이재영(흥국생명)이 참석했다.
김연경은 주장답게 행사장에서도 '입담'을 자랑했고 분위기를 주도했다. 그는 현장 취재진으로부터 팀내 분위기 메이커를 꼽아달라는 물음에 "자리에 함께 온 양효진과 이재영이라고 하고 싶지만 둘은 아닌 것 같다"고 웃었다. 김연경은 "리베로 오지영(KGC인삼공사)이 한 번씩 재미있는 장난을 친다. 그래서 분위기 메이커 노릇을 잘하고 있다고 본다"고 얘기했다.
김연경은 앞서 치른 국제배구연맹(FIVB) 주최 발리볼 네이션스리그(VNL)에서 예전보다 인상이 부드러워졌다는 얘기도 들었다. 그는 "자꾸만 주변에서 내게 '센 언니'라는 별명을 붙이는 것 같은데 누군지 정말 궁금하다"며 "사실 어떤 이미지로 보여지는지 잘 모르겠다. 항상 변함 없다. 대표팀에 처음 들어왔을 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라고 다시 한 번 웃었다.
그러면서 행사에 함께 온 후배 양효진과 이재영을 향해 '그렇지 않냐?'고 반문했다. 김연경 덕분에 딱딱해질 번 한 미디어데이 행사는 한결 부드러워졌다. 김연경도 그렇고 양효진과 이재영도 취재진 질문에 막힘 없이 대답했고 폭소도 나왔다. 그만큼 '라비리니호' 분위기가 좋다는 방증이다.
김연경은 수원전산여고(현 한봄고) 시절인던 지난 2005년 아시아선수권을 통해 처음으로 성인대표팀에 선발됐다. 시니어대표팀 경력은 올해로 14년차다. 도쿄올림픽이 어쩌면 그에게는 마지막이 될 수 있다.
김연경은 "마지막이 안 될 수 도 있겠지만 사실상 마지막 올림픽 본선에 나가는 것이 1차 목표"라며 "그다음 목표를 얘기하기 위해서라도 8월에 치러지는 세계예선전을 통과해 본선행 티켓을 손에 넣는 것이 중요하다. 배구선수로서 가장 큰 목표를 이루기 위한 하나의 과정을 잘 달성했으면 좋겠다"고 힘줘 말했다.
국내 V리그 코트를 넘어서 해외리그에서도 최고의 아웃사이드 히터(레프트) 중 한 명으로 꼽히는 김연경에게 아직 올림픽 메달은 없다. 2012 런던대회가 가장 근접했던 때다.
당시 김형실 감독(전 배구협회 전무이사 겸 KOVO 경기위원장)이 지휘봉을 잡았던 여자대표팀은 1976 몬트리올대회 이후 36년 만에 올림픽 4강 진출에 성공했다. 그러나 3, 4위 결정전에서 라이벌 일본에 덜미를 잡히면서 4위로 대회를 마쳤다.
메달을 눈 앞에서 놓쳤지만 김연경은 런던 대회에서 화려한 조명을 받았다. 그는 토너먼트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김연경은 "올림픽 예선전도 내게는 이제 세 번째"라며 "예전에 하던 방식과 달라졌기 때문에 이번에는 쉽지 않을거라고 본다"고 했다. 하지만 티켓 획득 가능성이 낮은 편은 아니다.
김연경은 "선수들 모두 준비를 많이 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좋은 결과가 있을거라고 보고 또 그렇게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