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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태의 백스크린]김경문호 순항, '정운찬 리스크' 줄이기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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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뉴스24 김형태 기자] 무척 달라진 풍경이었다.

전임감독제가 필요하지 않다며 목청을 높이던 인물이다. 다른 자리도 아닌 전국민이 지켜보는 국회 국정감사 자리에서다. 최근 투기 또는 이해 충돌 논란으로 여당 당적을 벗어던진 강성 의원 앞에서였다. 그렇지 않아도 매서운 목소리의 손혜원 의원이 서릿발처럼 추궁하자 맞은편의 그는 설설 기는 표정으로 "개인적으로 전임감독이 대표팀에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감독이 야구장에 가지 않고 TV로 선수들을 체크하는 건 경제학자가 현장에 가지 않고 지표만 보고·분석 대응하는 격"이라고도 했다.

 [정소희기자]
[정소희기자]

한 마디 한 마디가 모두 야구대표팀 초대 전임감독 선동열의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말이었다. 선 감독은 그가 수장으로 있는 KBO가 선임한 인물이다. '유체 이탈 화법', '자기 조직을 부정하는 사람', 야구계의 컨센서스를 한꺼번에 무시한 인물'이란 평가가 자연스럽게 뒤따랐다. 심지어 "지금 총재와 사무총장 체제로는 한국 야구에 미래가 없다는"는 말도 공공연하게 나돌았다. 자기보신에만 급급한 총재, 행정경험이 전무한 총장 밑에서 프로야구가 제2의 부흥을 누리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였다. 다름 아닌 KBO 내부에서 나온 목소리들이었다.

여론의 뭇매를 맞은 정운찬 총재는 달라졌다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던 모양이다. 그는 전날 2번째 전임감독 발표 자리에 직접 나왔다. 중책을 맡은 김경문 감독과 함께 서서 환하게 웃었다. " 베이징올림픽 당시 한국에 금메달을 안긴 김 감독이 다시 대표팀을 맡은 것을 환영한다"고 했다. 지난해 자신이 저지른 큰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그는 올해 신년사에서 "국민 여러분의 정서를 제대로 헤아리지 못했다"며 "제 부족함으로 인해 상처를 받으신 국민 여러분에게 깊은 사과를 드린다"고 했다.

김경문호(개인적으로는 대표팀을 특정 개인의 사단쯤으로 치부하는 이런 표현을 좋아하지 않는다)의 앞날은 험난한 편이다. 지난해 아시안게임에서 우승했지만 한국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2개 대회 연속 아시아 지역 예선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선수들의 국제대회에 대한 열정도 예전만 못하다. 수십억·수백억원 대 몸값을 받는 선수들은 대표팀 차출을 그다지 내켜하지 않는다. 당장 올해말 예정된 프리미어12에선 4년 전 수모를 당한 일본이 칼을 갈고 있다. 100% 전력을 꾸리기도 힘들지만 그렇게 해도 큰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장담하지 못한다.

'최종 목표'인 2020 도쿄올림픽 전망도 현재로선 밝지 않다. '마지막 올림픽 야구'였던 2008년 베이징 때와 달리 여러 나라들이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 태세다. 주최국 일본은 일시적이나마 야구를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부활시켰다는 자부심으로 가득하다. 안방에서 열리는 대회에서 반드시 금메달을 따 일본 야구의 힘을 과시하겠다고 벌써부터 힘을 주고 있다. 반면 한국은 대표팀 풀전력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에이스 류현진, 마무리 오승환, 중심타자 추신수를 쓸 수 없다. 메이저리그 정규시즌 도중 빅리거들의 올림픽 출전이 금지된 상황에서 결국 국내파로만 승부를 걸어야 한다. 2020년이면 '베이징 세대' 대부분이 퇴장할 시기다. 결국 '젊은 피' 수혈이 필요한데 어떻게 선수들을 조합해 소기의 성과를 거둘지는 김 감독에게 달렸다. 그의 어깨가 결코 가볍지 않은 이유다.

무엇보다 지난해와 같은 KBO 상층부의 돌출행동은 더 이상 없어야 한다. 앞장서서 조직을 챙기고 야구인들을 보호해야 할 총재가 오히려 논란의 불씨에 기름을 퍼붓는 행동은 해선 안 된다는 게 야구계의 일치된 의견이다. 선 감독은 지난해 11월 대표팀 감독 자리를 벗어던지면서 "전임 감독제에 대한 총재 생각도 비로소 알게 됐다. 내 자진사퇴가 총재의 소신에도 부합하리라 믿는다"고 쏘아붙였다. 정 총재는 해가 바뀐 뒤 "지난해 쏟아졌던 비난이 격려로 바뀔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정운찬 리스크' 줄이기가 한국 야구의 또 다른 과제가 됐다. 김경문호의 앞날도 여기에 크게 좌우될지 몰라 우려하는 사람이 하나둘이 아니다.

조이뉴스24 김형태 기자 tam@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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