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김형태 기자]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한국체대)의 성폭력 고발 뒤에는 빙상계의 고질적인 '끼리끼리 문화'가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빙상, 쇼트트랙은 전통적인 한국의 효자종목으로 메달을 따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구습이 결국 국가대표 성폭행이라는 충격적인 사건으로 나타난 셈이다.
쇼트트랙의 곪은 지도 관행은 예전부터 큰 잡음으로 나타났다. 2004년 여자 대표팀 주축 선수들이 코치들의 폭압적인 지도에 견디다 못해 태릉선수촌을 이탈했다. 이듬해에는 남자 선수들이 특정 코치진 선임에 반발해 선수촌 소집을 거부했다.
정작 문제를 일으킨 지도자는 제대로 된 처벌을 받지도 않은채 잠시 후 다시 현장에 복귀했다. 폭력과 폭언이 근절될 수가 없는 환경이었다. 여기에 세계선수권 및 올림픽에서 메달이라도 따면 해당 지도자는 영웅 취급을 받았고, 빙상계에서의 위치는 더욱 공고해졌다.
심석희 사태는 이런 해묵은 악습이 쌓일대로 쌓이다가 법정소송이라는 형태로 일거에 터져나온 셈이다.
쇼트트랙 특유의 '도제식' 지도방법도 또 다른 원인으로 꼽힌다. 심석희는 폭행 사건의 가해자인 조재범 전 코치가 어려서부터 발굴해 지난해까지 지도한 인물이다. 선수생활의 거의 전부를 한 지도자와 보낸 것이다. 지도자는 선수에게 별다른 제약 없이 손을 댈 수 있고, 격려인지 추행인지 모를 행동이 가능한 환경이 조성된 셈이다.
어린 소녀 선수들의 경우 지도자의 이런 행태에 큰 상처를 입으면서도 선수생명을 걸 각오가 없으면 관련 사실을 폭로하기가 쉽지 않다. 심석희 역시 오랫동안 참으면서 곪은 상처가 국가대표 간판스타의 반열에 올라서면서 터지자 국민적인 관심을 받을 수 있었다.
이와 관련해 문체부는 9일 긴급 브리핑을 갖고 체육계 성폭력 근절 대책을 밝혔다. 이에 따르면 성폭력 관련 징계자는 국내외 체육관련 단체 종사가 금지되는 등 처벌이 강화된다. 체육계 성폭행에 대한 '원스트레이크 아웃제'도 도입할 예정이다. 노태강 문체부 2차관은 "3월부터 성폭력 등 체육단체 비위 근절을 위한 체육단체 전수조사를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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