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이미영 기자] '이산' '동이' '신데렐라언니' '시그널', '우리가 만난 기적', '백일의 낭군님', '킹덤'….
작품을 보면 제작사의 방향이 보인다. '시그널'은 대한민국 스릴러 드라마에 새 지평을 연 장르물이었고, 일본에서 리메이크 될 정도로 작품성을 인정 받았다. 최근 종영한 '백일의 낭군님'은 드라마 불황 속 반전 흥행을 썼고, 김은희 작가의 차기작 '킹덤'은 넷플릭스의 첫 한국 오리지널 드라마로 제작 단계부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에이스토리는 이상백 대표와 최완규 작가, 유철용 PD가 의기투합해 2004년 설립된 드라마제작사다. 지금까지 만든 드라마 수가 30여편에 이르고, 올해 매출액이 500억원을 바라보는, 탄탄한 국내 대표 드라마제작사 중 하나다. 좋은 대본이 좋은 콘텐츠를 만든다는 신념으로, 또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장을 두드리며 성공 롤모델이 됐다. 조이뉴스24가 창간 14주년을 맞아 에이스토리 이상백 대표를 만났다.
◆"드라마는 대본의 힘"…작가 발굴 노력
이상백 에이스토리 대표는 음악PD 출신이다. 케이블채널 KMTV(현 Mnet)에 입사해 국민일보, 스포츠투데이 신문 창간위원을 거쳤고, 케이블 PP인 NTV편성기획 국장과 엔터원 대표 등을 역임하며 자연스럽게 드라마 콘텐츠에 눈을 뜨게 됐다. 최완규 작가, 유철웅 PD와 의기투합 하면서 2014년 에이스토리가 시작됐다.
"방송쟁이가 과연 돈 없이 뭘하면 살 수 있을까, 파워풀한 콘텐츠는 무엇일까 고민했어요. 영화는 그 당시만 해도 투자사가 많지 않아 하이리스크가 강한 산업이었죠. 드라마가 가장 파워풀한 콘텐츠라고 생각했어요. 진입장벽이 높지만, 최완규 작가라는 킬러콘텐츠가 있으니 안정적으로 진입을 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있었죠."
에이스토리의 출발점에 "작가 중심의 회사를 만들어보자"라는 목표를 세웠다. "드라마는 대본의 힘"이라는 생각은 지금도 변함 없다.
"이전에는 연출자 중심이 만든 제작사들이 많았어요. 연출가가 핵심이 되면 한 작가에게 의존을 해서 퀄리티가 업그레이드 되기 힘들지 않을까. 우리는 작가가 중심이 되자. 미국처럼 집단 창작을 하면, 우리나라에서도 '24시' 같은 드라마가 나오지 않을까. 한 명이 써서는 안되고, 작가끼리 힘을 모아서 해보자. 그런 생각이었어요."
에이스토리는 '주몽' 최완규 작가를 비롯해 '시그널' 김은희 작가, '백일의 낭군님' 노지설 작가, '배가본드' 장영철, 정경순 작가, '굿닥터' '김과장' 박재범 작가, '힘쎈여자 도봉순' '우리가 만난기적' 백미경 작가 등 스타 작가가 대거 소속돼 있다. 신인 작가와 데뷔작을 내지 못한 기성작가를 대상으로 한 '에이스토리 드라마 작가 데뷔' 프로그램도 진행 중이다. '좋은 대본'을 찾기 위해 얼마나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
이 대표는 "이미 대본을 써본 경험이 있는 작가들, 혹은 운이 없어 통로를 못 찾은 분들이 있다면 그런 분들을 도와주는게 빠르겠다고 생각했다. 재작년에 1차적으로 해서 결과물들이 나온 것이 있고, 내년에 런칭을 하려고 하고 있다. 자기 창작을 하는 작가들도 있고, 저희가 찍고 있는 넷플릭스 드라마 서브 작가로 실질적인 활동을 하는 분들도 있다"고 했다.
◆좋은 작품 선구안…"신선한 소재, 막장 지양, 해외시장 전제"
드라마는 차고 넘치는데, 불황은 깊다. 지상파에서도 1~2%대 시청률 드라마가 넘쳐나고, 두자리수 드라마는 손에 꼽을 정도다. 스타 캐스팅을 앞세운 드라마도 줄줄이 참패했다. 에이스토리는 높은 타율을 자랑한다.올 상반기 방영된 KBS2 '우리가 만난 기적'은 10%를 넘었고, '백일의 낭군님'은 tvN 효자 드라마가 됐다.
이상백 대표에게 좋은 작품을 보는 '선구안'을 물었다. 에이스토리의 제작 방향과도 맞닿아있다.
"첫째는 소재가 신선해야 해요. 장르가 유행한다고 해서 따라가는 것이 아닌, 남들이 안하는 이야기를 끄집어내야 해요. 두 번째는 가족끼리 보기 불편한 이야기를 쓰는 건 아닌가, 자극적인 장르는 아닌가 염두에 두는 거죠. 웬만하면 막장은 지양해요. 시청률이 잘 나오더라도 피하려고 해요. 마지막으로 해외 시장에 대한 전제를 깔아둬요. 새로우면서 대작인 작품이요. 예전에는 제작비가 들면 겁을 먹고 안정주의를 추구했지만 지금은 남들이 안하고 가치가 있다면 돈은 구애받지 말고 해보자는 마음이에요. '백일의 낭군님'도 돈 걱정을 했다면 제작을 못 했을 테고, '킹덤'은 저희에게 도전적인 작품이죠."
1억 자본금으로 시작한 에이스토리는 이제 매출액 500억을 바라보는 공룡 제작사가 됐다. 탄탄한 결과물을 내놓으며 안정적인 회사가 됐지만, 위기의 순간들도 많았다.
"2010년이 에이스토리에 최악의 해였죠. 편성을 세개 받았는데, 새로운 작품들이 들어오면서 KBS, MBC, SBS 편성이 다 엎어져서 위기에 빠졌어요. 그 때 초기 함께 했던 작가들이 큰 도움을 줬어요. 김규영 작가의 '신데렐라 언니'는 회사에 큰 역전을 만들어준 작품이고, 정유영 작가의 '결혼해주세요'로 회사가 바닥을 치고 올라왔죠."
"한한령으로 손해도 많이 보고, 힘들었죠. 2016년 '아이가 다섯'이 크게 히트를 했지만 한한령으로 중국 수출을 못 했어요. 50부작 작품인데, 중국 시장이 막히는 말도 안되는 상황이 일어났죠. 중국 드라마 제작을 하다가 7,8억원을 날리기도 하고. 2016년, 2017년은 중국 시장 때문에 피해를 봤지만, 2017년 말부터 넷플릭스와 접촉을 했어요. 넷플릭스라는 더 큰 시장이 있으니 좋은 기회가 오지 않을까 탈출구를 찾은 거죠."
◆"해외 시장 적극 개척, 드라마계 방탄소년단 꿈꾼다"
에이스토리는 한국 시장에 갇히지 않고 적극적으로 해외 판로를 뚫고 있다. 한한령으로 중국 시장이 막히면서 한국 드라마 제작사들이 허우적 될 때, 더 큰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해외 리메이크작과 넷플릭스와의 협업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드라마 '시그널'은 일본에서 리메이크 됐다. KTV에서 '시그널, 장기 미제 사건 수사반'이라는 제목으로 방영되며 현지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다. '시그널' 뿐만 아니라 다른 작품들도 리메이크 논의 중이다. 이 대표는 "'시그널'은 이제 이익이 되서 분배가 되는 시점까지 돌아갔다. 다음달에 최초로 저희에게 도움을 준다"고 웃었다.
'킹덤'은 넷플릭스의 첫 한국 오리지널 드라마로, 김은희 작가의 차기작으로 제작 단계부터 큰 주목을 받았던 작품. 조선을 배경으로 한 좀비 드라마로, 6부작에 100억원을 훌쩍 넘는 대규모 제작비가 들어간 대작이다. 일찌감치 시즌2도 준비 중이다. 넷플릭스와 손잡고 풋풋한 청춘 로맨스 '첫사랑은 처음이라서'도 제작 중이다.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했어요. '시그널'은 일본에서 리메이크 되기도 했고, 한국과 아시아에서는 브랜드화가 잘된 작품이에요. 그래서 미국 시장의 '킹덤'과도 연결될 수 있었죠. 한국 가요계가 방탄소년단이라는 아이돌 팀으로 큰 파급효과를 낼 수 있었던 콘텐츠가 미국과 해외시장에서 성과를 거뒀기 때문이에요. 마찬가지로 드라마 제작사가 한국 콘텐츠만 지향하면 선순환이 안되요. 시장이 작으니 큰 제작비가 들어간 작품은 하지도 못해요. 해외 시장의 도움을 받고 그들의 자금을 받아서 한국의 젊은 제작자들에게 퀄리티 높은 작품을 할 수 있는 경험을 하게 하고, 제작 노하우가 쌓이고, 더 좋은 퀄리티를 만들어내는 그런 구조가 되는거죠."
이상백 대표는 '우물 안 개구리'가 아닌, 우물 밖을 내다보는 제작자가 되고 싶다고 했다. "에이스토리가 해외 시장에서 대박이 날 것을 기대하고 있다. 드라마계의 방탄소년단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 작업들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에이스토리의 내일을 이야기 하는 이 대표의 얼굴에 자신감과 미소가 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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