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정병근 기자] 미스터리남 이제훈과 사고뭉치 채수빈의 인연은 크게 새로울 것 없게 그려졌다. 캐릭터의 독특함과 속도감 있는 전개 덕에 크게 지루하지는 않았다는 게 위안거리. 이들의 로맨스가 펼쳐질 무대는 인천공항. 초반부터 몇몇 사건들을 연이어 등장시키며 공항의 특수성을 살렸고 흥미를 높였다.
SBS 월화드라마 '여우각시별'은 비밀을 가진 의문의 신입 이수연(이제훈)과 애틋한 사연을 간직한 사고뭉치 1년 차 한여름(채수빈)이 인천공항 내 사람들과 부딪히면서 서로의 결핍과 상처를 보듬는 휴먼멜로다. 1~4회 방송을 통해 각각의 캐릭터 설명이 효과적이고 흥미롭게 이뤄졌다. 질질 끄는 전개 없이 이수연과 한여름의 첫 만남과 과거 인연까지 속도감 있게 그려졌다.
가장 눈길을 끈 건 이수연 캐릭터.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유능한 사원이지만 사람들 눈에 띄지 않고 조용히 살아가려는 인물이다. 평소 차가운 모습으로 자신의 진짜 모습을 감추려 하지만 종종 어쩔 수 없이 따뜻한 모습을 보여줘 어떤 사연을 가진 캐릭터인지 궁금증을 자극했다. 한쪽 팔에서 고통을 느낄 수 없다는 점이 독특하고 이 설정이 향후 어떻게 활용될지 기대를 모은다.
한여름 캐릭터는 다소 불안하다. 한여름은 제작발표회부터 '민폐 캐릭터'에 대한 우려가 있었던 인물. 채수빈은 "'좀 못해도, 실수해도 괜찮아'라는 위로를 받으셨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지만 아직까지는 '민폐 캐릭터'에 가깝다.
한여름은 주어진 임무에 충실하기보다 계속해서 과한 욕심과 고집을 부리고 있다. 어렵게 인천공항에 입사한 뒤 몇 번의 사고를 쳐 입지가 위태롭고 그래서 더 상사들에게 인정받고 싶어한다는 상황이 그려지긴 했지만 그것만으로는 한여름의 무책임한 행동들을 설명하기에 역부족이었고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기도 무리였다.
한여름 캐릭터가 어떻게 그려지냐에 따라서 공감을 얻을지 반감을 살지 결정되고 이는 드라마의 성패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제훈과 채수빈의 관계는 수많은 로맨스물에서 취한 방식을 따라가고 있다. 스쳐지나갔던 과거의 인연, 티격태격하다 싹트는 특별한 감정이 그것. 차이라면 질질 끌지 않았다는 것. 이수연이 특별한 능력으로 한여름을 몇차례 위기에서 구해내는 모습과 앙숙처럼 지내다 서로를 조금씩 이해하고 다가가는 모습이 방송 첫주에 다 펼쳐졌다. 그 과정도 딱히 억지스럽지 않았다.
다른 드라마라면 몇주에 걸쳐서 풀어갔을 내용을 몰입도 있게 압축해 그려내면서 확보한 분량을 어떤 내용들로 채워갈지 기대를 모은다.
'여우각시별'이 기대를 모았던 가장 큰 이유는 인천공항이다. 제작진은 여객서비스처를 주된 배경으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치열하게 세상을 움직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실감나는 에피소드와 함께 담아낼 것을 예고했다. 공항 내 보안 구역에서도 촬영을 진행, 더욱 가감 없는 에피소드와 기존에 공개되지 않았던 비하인드 스토리를 담아냈다고 자신했다.
실제로 '여우각시별'은 초반부터 진상 고객, 폭발물 설치 장난 전화, 탑승객을 이용한 금괴 밀수, 조현병 환자로 인한 위기 상황, 항공기 게이트 배정 문제로 인한 갈등, 면세점 광고판 문제 등 공항에서만 일어날 수 있는 일들로 빼곡하게 채워졌다. 차별화된 에피소드들은 '여우각시별'을 이끌어가는 가장 중요한 요소고 흥미를 끌기 충분했다.
'여우각시별'은 이동건(서인우 역)이 본격적으로 등장하면서 김지수(양서군 역)와 함께 드라마의 또 다른 한 축을 이끌고 갈 예정이다. 동시에 교통서비스팀, 상업시설팀을 비롯해 계류장운영팀, 보안팀 등 공항을 움직이는 각 팀들의 이야기들도 펼쳐진다. 드라마의 중심 축인 이제훈-채수빈의 본격화될 러브라인까지, 불안 요소보다 기대 요인이 더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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