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김형태 기자] 당초 목표인 금메달을 따긴 했지만 환호성은 없었다. 오히려 차가운 눈길 속에 무거운 숙제만 한가득 떠안았다.
선동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 대표팀이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을 마치고 3일 귀국했다. 한국은 지난 1일 결승전에서 일본을 3-0으로 꺾고 금메달을 따냈지만 자랑스럽다기보다는 멋쩍은 결과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아마추어 선수들을 배제하고 프로 올스타들로 선수단을 구성하고도 사회인 및 실업야구 선수들이 주축인 타 국가들을 상대로 졸전에 그쳤기 때문이다. 생소한 투수들에게 '낯가림'이 심했다고 하지만 순수 아마추어 선수들에게 대회 내내 고전하는 모습에서 '프로 대표팀 무용론'까지 불거졌다.
◆독이 된 리그 중단
아시안게임을 위해 KBO리그 중단이라는 결단까지 내렸지만 결과적으로는 악수라는 평이 많다. 프로 올스타들을 선발하는데 그치지 않고 자국 리그까지 '휴식기'를 가지며 대표팀을 서포트했지만 과연 아시안게임이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대회인지 의문이라는 반응이 많다. 사실 리그 중단은 대표팀에 주축 선수들을 다수 내보낸 팀들의 전력약화를 우려(?)한 배려 성격이 짙다.
'공평한 상황에서 경기하지 못할 바에야 아예 전부 쉬자'는 행정편의주의적인 발상이 밑바탕에 깔렸다는 것이다. 한 야구인은 "이건 아니다. 아마추어들이 나서야 할 대회에 프로들이 나가는 것도 모양이 이상하지만 올림픽도 아닌 아시안게임을 위해 2주 가량 리그를 중단한다는 건 있을 수도 없는 발상"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병역 기피 수단은 이제 그만
프로 선수들이 주축이 될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병역을 해결하지 못한 선수들이 아시안게임을 병역 해결의 장으로 삼으면서 논란을 자초한 측면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오지환(LG)과 박해민(삼성)의 경우 지난해 경찰청과 상무 입대에 지원했다가 철회하고 아시안게임을 노렸다. 선수 선발의 전권을 가진 선동열 감독은 당초 공언과 달리 이들을 선발하면서 스스로 논란을 자초한 측면이 컸다.
명색이 대표팀을 구성하면서 기술위원회가 가동되지 않은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전문가들이 중지를 모아 최적의 선수들을 선발해도 부족할 판에 사령탑 한 명에게 모든 걸 떠넘긴 듯한 모양새가 됐기 때문이다. KBO의 무책임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은 이유다.
◆목표는 2020 도쿄올림픽
논란은 있었지만 이번 아시안게임은 결국 2020 도쿄올림픽을 향한 '거쳐가는 과정'이다. 선 감독은 지난해 대표팀 감독에 부임할 때부터 도쿄올림픽까지 지휘봉을 잡기로 했다. 한국 야구는 마지막 올림픽인 2008 베이징대회 우승국이다. 우여곡절 끝에 12년만에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부활한 야구에서 연속 금메달을 노린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선 KBO는 물론 리그 차원에서 지금이라도 구체적인 실행 플랜을 가동해야 할 필요가 있다.
분야별 전문가들로 구성된 기술위원회를 하루 빨리 구성해 유망주 발굴 및 육성은 물론 국제대회 경험이 풍부한 선수들에 대한 모니터링 및 해외 야구에 대한 스카우팅 능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선수 선발에 있어 구단별 안배 및 군미필 선수 우선 선발 등의 논란거리를 처음부터 배제하려는 시도가 있어야 한다. 한국은 도쿄올림픽에 앞서 내년 열리는 2019 프리미어12에서 한 번 더 우승에 도전한다.
한편 선 감독은 "선수들의 부담이 컸다. 우승이 당연하다는 분위기가 압박감으로 다가왔고, 이 때문에 경직된 플레이도 많이 나왔다"며 "그래도 선수들이 좋은 마음으로 뭉쳐서 결과가 난 것 같다. 어려운 와중에도 선수들이 잘 해줬다"고 귀국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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