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권혜림 기자] 배우 박보영이 영화 '너의 결혼식'에서 현실에 발 붙인 여주인공 승희로 분해 관객을 만난다. 그간 다양한 장르, 다양한 캐릭터를 통해 빼어난 연기력을 자랑했던 그가 고교시절 첫사랑과 예기치 않게 재회해 입체적인 감정들을 경험하는 평범한 여성의 심리를 그린다. 10대 고교시절부터 30대 사회인이 된 모습까지 매끄럽게 그려낸 박보영의 활약은 극장을 찾은 여성 관객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기 충분하다.
'너의 결혼식'(감독 이석근, 제작 필름케이)은 3초의 운명을 믿는 승희(박보영 분)와 승희만이 운명인 우연(김영광 분), 좀처럼 타이밍 안 맞는 그들의 다사다난 첫사랑 연대기를 그린 작품. 고등학생 시절 첫 만남을 시작으로 대학생, 취업준비생, 사회 초년생 시기에 이르기까지 풋풋함과 설렘, 아련함을 오가는 다채로운 감정의 첫사랑을 담아낸다.
영화의 개봉을 맞아 조이뉴스24와 만난 박보영은 영화에 만족한다고 밝게 말하면서도 극 중 승희의 서사가 조금 덜 보여진 지점이 관객의 이해를 돕지 못할까 우려하는 마음을 내비쳤다. 영화의 감정을 이끌어나가는 인물이 남성인 우연인만큼 승희의 모습은 다소 타자화돼 비춰진 것이 사실. 이에 대해 박보영은 "아무래도 우연의 시점에서 가는 영화다보니 승희의 마음이 어떻게 변하게 됐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줄 수 없다"며 "그것이 조금 더 명확했다면 승희라는 인물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답했다.
인터뷰를 통해 박보영은 영화에 다 담지 못한 승희라는 인물의 속내, 배우 박보영이 본 평범한 여성 환승희의 심리를 친절하게, 또 사려깊게 설명했다. '너의 결혼식'을 볼, 혹은 이미 봤을 관객에겐 맞춤형 해설서가 될만한 내용들이었다.
"제가 본 승희는 자기 감정에 대해서도 솔직하고 어떤 상황에도 휘둘리지 않는 친구 같아요. 명확한 성격을 가지고 있고요. 그게 너무 매력적이었어요. 우유부단하지 않고, 생각하는 것에 확신이 있고 내뱉는 것에 주저하지 않고요. 승희가 고교시절 우연을 떠날 수밖에 없던 이유는 영화에서 명확하게 보여져요. 하지만 그건 이미 지나간 시간이죠. (대학에 입학한 뒤) 승희는 승희의 삶을 살아야 하니까요."
고교시절 열병처럼 사랑했던 승희를 따라 같은 대학에 입학한 우연을, 승희는 달가워하지 않는다. 이제 함께 했던 시간보다도 많은 날들이 지났고, 승희는 전과 다른 환경 속에서 더욱 자유롭고 주체적인 인생을 설계하는 인물로 성장했다. 우연의 등장이 승희에게 갑작스럽고 일방적이기만 한 이유다.
"우연은 승희의 과거를 아는 친구인데, 승희는 이 친구로 하여금 과거 나의 힘들었던 시간을 되뇌이게 됐을 것 같아요. 승희는 과거를 생각하고 싶지 않았겠죠. (폭력적인) 아빠를 피해 도망다닌 기억이 많았을 테니까요. 그런데 우연에겐 그런 상황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요. '무대뽀식'으로 다가오잖아요. 승희가 마음을 열지 않은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었을 것 같아요."
그런가하면 시나리오 속 보다 '찌질한' 인물이었던 우연 역이 배우 김영광을 통해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로 변모했다는 것이 박보영의 이야기다. 그는 "우연 역은 잘못하면 집착적인 인물로 보였을텐데 그걸 김영광이란 배우가 연기하면서 미워할 수 없는 인물이 된 것 같다"며 "김영광 오빠의 힘으로 우연이라는 아이에 공감할 수 있었다"고 답했다.
"촬영하면서도 '어쩌면 저렇게 캐릭터와 '찰떡'일까' 생각했어요. 정말 늘 우연처럼 말하고 행동하더라고요. 그런 이야기도 했어요. '이 관계는 정말 우연이가 아니었다면 진작에 끝났을 거다. 승희도 '우연이였기 때문에' 이렇게 계속 가지 않았을까'라고요. 현장에서 그런 이야길 농담처럼 많이 했죠.(웃음)"
매 캐릭터마다 실제 자신의 모습을 녹여 연기한다는 박보영은 "아예 없는 것을 만들어내 표현할만큼의 연기력이 내겐 없는 것 같다"고 겸손하게 답했다. 이어 "내게 있는 까칠한 면을 승희를 만나 더욱 크게 만들어보자고 생각했다"며 "나는 사람들을 상대할 때 밝은 모습이 나오니, 그간 그런 면을 주로 보여드렸던 것 같다"고 고백했다.
"많은 분들이 제 모습들 중 그런 (밝은) 모습을 많이 받아들이신 것 같아요. 하지만 제게도 승희 같은 모습이 많거든요. 밝지만은 않은 것 같아요. 일을 할 때는 사람들에게 상냥하고 친절하게 대해야 하고 밝아야 한다고 생각해 그간 그런 모습을 많이 보여드렸어요. 많은 분들이 저를 공식석상에서만 보시고, 그런 자리에선 늘 밝을 수밖에 없으니까요.(웃음)"
박보영에게 판타지적 요소가 없는 현대극 로맨스물은 '너의 결혼식'이 처음이나 마찬가지다. 영화 '피끓는 청춘'은 시대극이었고, 드라마 '힘쎈여자 도봉순'에선 괴력을 가진 여주인공으로 분했으니 현실감을 느끼긴 어려웠다. 영화 '늑대소년' 역시 시대극 요소에 판타지적 소재가 결합된 영화였다. '너의 결혼식'의 승희가 박보영에게 쉽지 않은 연기였다면, 그건 '생활 연기'를 스스로의 약점으로 느껴 온 고민 때문이었다. 박보영은 '늑대소년'의 한 장면을 촬영하며 느꼈던 한계와 좌절감을 고백하며 선배들을 통해 연기의 새로운 표현들을 배우고 흡수해왔다고 말했다.
"'늑대소년'에서 밥 먹는 신을 연기하는데, 제가 밥을 못 먹는 거예요. 그저 밥을 먹으며 대사를 치는 건데, 그걸 못 하고 있는 거죠. 입에 밥이 있으니 대사를 못 하고, 그걸 계산하기는 어렵고. 곰곰 생각하니 '평소 밥을 먹으며 대화를 잘 하는데, 왜 연기에선 밥을 못 먹는 걸까?' 싶었어요. 감정 연기만 어렵다 생각했는데, 실생활 연기가 어렵다는 걸 '늑대소년' 때 알게 됐어요. 그날 숙소에서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요. 너무 창피하고 한심해서요. 그 뒤론 오로지 힘을 빼고 하는 연기에 포커스를 뒀어요. '힘쎈여자 도봉순'의 김원해 선배가 연기하는 방법이 너무 궁금하더라고요. '어떻게 해야 그렇게 하는 거예요? 제가 말하는 순간이 언젠지 다 계산하시는 거예요?' 했더니, 극 중 그 말투로 '그냥 하는거야, 기집애야. 너도 그냥 하잖아. 밥풀 좀 튀면 어때?'라고 하셨죠.(웃음)"
아역 배우로 출발해 여러 작품들을 통해 연기 스펙트럼을 넓혀 온 박보영은 스스로에게 꾸준히 숙제를 내는 배우다. 자타공인 연기력과 스타성을 모두 갖춘 배우이지만, 그는 늘 자신에게서 부족한 지점을 찾으려 하고, 또 그를 메꿔 한 발을 나아가려 한다. 어느 배역도 처음부터 제 것이었던 양 소화해냈던 그의 연기들은 자신을 향한 치열한 부정과 긍정의 교차로 빚어진 결과물이다. '너의 결혼식'은 22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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