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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피플]RBW 수장 김도훈 "내 꿈은 작곡가로 돌아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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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곡가로서의 성취와 환희 그리고 미련과 아쉬움

[조이뉴스24 정병근 기자] "작곡가로 불리는 게 제일 좋고 제 꿈은 작곡가로 돌아가는 거에요."

김도훈을 부를 수 있는 호칭은 여럿이다. 마마무를 키워낸 프로듀서이자 제작자고, 엔터테인먼트 회사 RBW를 이끄는 대표다. 그리고 그 이전에 20년 넘게 곡을 쓰고 있는 작곡가다. 작곡가는 그의 가장 오래된 호칭이자 현재진행형인 직업이다. 그런 그가 "작곡가로 돌아가고 싶다"니 어색한 구석이 있지만, 그 말은 김도훈의 정체성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준다. 동시에 작곡가로서의 성취에 가려진 아쉬움도 담겨 있다.

김도훈은 히트 작곡가다. 한때가 아니라 강산이 두 번 변하는 동안 변함 없이 그랬다. 그의 히트곡을 일일이 나열하는 건 꽤 고된 작업이다. 그 수가 워낙 많을 뿐더러 마마무 '너나 해'부터 S.E.S '저스트 어 필링(Just A Feeling)'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하고, 휘성 '위드 미(With Me)', SG워너비 '죄와 벌', 거미 '친구라도 될걸 그랬어', 씨엔블루 '외톨이야' 등 한 사람이 쓴 곡이 맞나 싶을 정도로 장르가 다양하다.

"제가 작곡가로 잘 될 수 있었던 이유를 스스로 생각해 보면 오버를 안 한 것 같아요.(웃음) 제 자신을 잘 알고 제가 가진 걸 잘 활용하지 않았나 싶어요. 사실 제 꿈은 꽤 현실적이어서 곡을 쓰면서 평범한 직장인 월급 정도의 돈을 버는 거였어요. 그런데 그 이상으로 잘 됐죠."

한때 반짝 하는 작곡가는 꽤 있지만 20여년간 꾸준히 히트곡을 만들어내는 작곡가는 손에 꼽힌다. 김도훈 작곡가는 롱런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현실파악을 잘 한 것 같다"고 지난날을 돌아봤다.

"20년 넘게 곡을 쓰면 테크닉은 늘어요. 그런데도 여전히 힘들어요. 이유는 딱 하나 '대체 대중은 뭘 좋아할까'에요. 또 그게 늘 바뀌니까 그걸 맞춰가는게 어려워요. 작곡은 창작이지만 선택해야 하는 순간들이 있는데, 기준이 대중과 달라져 있으면 선택을 다 다른 걸 하게 돼요. 그래서 늘 시대별로 대중이 좋아하는 걸 피부로 체감하고 실현하려고 노력해요. 그게 조금은 더 오래할 수 있는 이유이지 않을까 생각해요."

그래서 그의 히트곡들만 훑어 봐도 최근 20여년간 K팝이 어떤 흐름을 이어왔는지 대략적으로는 파악할 수 있다. 시대가 변하고 시대의 흐름에 발맞춰 변하려고 노력해온 그이기에 '최애곡'도 그에 맞춰 바뀐다.

"제가 만들고 좋아서 발표했는데 잘 안 되면 싫어지진 않는데 잘 안 듣게 되요.(웃음) 사람들이 좋아해주시는 노래가 있으면 저도 그 곡이 좋아지기도 하고요. 그리고 정말 사랑받았던 곡은 그게 10년 정도 지나면 더 명확해지는 것 같아요. 그래서 가장 좋아하는 곡을 꼽으라면 어려워요. 늘 바뀌거든요. 그래도 대중이 많이 사랑해주시는 곡에 더 애정이 가기 마련인 것 같아요."

'최애곡'은 꼽기 애매하지만 사연 있는 곡들은 많다. 김도훈 작곡가는 그 중에서 세 곡에 얽힌 비하인드스토리를 들려줬다. 멜론 연간차트 1위를 한 SG워너비 '죄와 벌'과 소유-정기고 '썸' 그리고 휘성 '위드 미'다.

"휘성이 '안되나요'로 성공하고 2집을 준비할 때였어요. 우리집에 놀러와서 가이드 준비를 하다가 같이 재미로 만들어 놓은 곡이 '위드 미'에요. 그때 전체 프로듀싱을 하던 형이 그 곡을 타이틀곡으로 하자고 하는데 다들 뜬금없다는 반응이었어요. 사실 저도 그건 아닌 것 같다고 했고요. 아예 '그 곡으로 하면 망한다'고 한 분들도 있어요. 그런데 나오자마자 빵 터져서 너무 놀랐어요. 그 이후로 일이 잘 풀렸어요."

"'죄와 벌'은 SG워너비 2집 곡이에요. 제가 그때 알앤비 흑인 음악만 좋아하던 시절이라 곡을 써달라고 하는데 도망다녔어요. 곡 부탁을 한 형이 작업실 앞에 '기다리다 간다'고 쪽찌 써놓고 가고 그랬어요. 나중에 너무 미안해져서 써보자 했죠. SG워너비 1집을 들으면서 스타일을 파악하고 쓴 곡이에요. 제가 쓴 곡 중에서 돈을 제일 많이 벌어다준 곡이지요.(웃음)"

"스타쉽에서 의뢰가 와서 써서 건넨 곡이 '썸'인데 후렴구가 조금 아쉽다고 하더라고요. 문제는 정신이 너무 없던 시기라 수정할 시간이 없었어요. 그때 라이머가 잘 하는 후배가 있는데 맡겨보라고 하더라고요. 그게 제피에요. 그 친구가 '요즘 따라 내꺼인 듯 내꺼 아닌 내꺼 같은 너' 그 부분을 썼어요. 그게 너무 좋았어요. 그런데 제가 인지도가 더 있어서인지 제가 상을 받았는데 너무 미안하고 고맙더라고요."

그렇게 한 곡 한 곡 쌓이고 쌓여 어느덧 음악저작권협회에 등록된 김도훈의 곡은 550여곡에 이른다. 최정점을 찍었던 2009년경부터 5~6년간은 작업한 거의 모든 곡이 그 가수의 타이틀곡이었다. 저작권료는 천정부지로 치솟았고 작곡가상을 받았다. 부와 명예를 모두 거머쥔 것. 하지만 그가 진짜 꿈꾸던 건 그게 아니었다.

"전 1등 작곡가는 꿈도 안 꿨어요. 그런데 하다 보니까 어느 순간 욕심을 내서 하고 있더라고요. 일 년에 40~50곡을 썼으니까 일주일에 한 곡씩은 나오던 시절이었어요. 거의 다 타이틀곡었이니까 압박감도 심했죠. 작곡가 대상을 받은 날 아침 6시까지 작업을 하는데 우울하더라고요. 상을 받았지만 여전히 아침까지 밤새 작업하는 내가 있을 뿐이었어요. 제가 절 봤을 때 그렇게 행복해보이지 않았어요."

김도훈이 가장 좋아하는 일은 곡을 만드는 일이고 그래서 여러 호칭 중에서 하나를 꼽으라면 작곡가로 불리길 원한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좋아하는 일을 온전히 즐기지 못하게 됐다. 그래서 그는 "다시 작곡가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한다.

"제작자로서 충분히 역할을 하고 난 뒤에 작곡가로 돌아갈 거에요. 해치우듯 곡을 쓰는 게 아니라 그땐 정말 한 땀 한 땀 곡을 쓸 거에요. 다 해보니까 그때가 제일 즐거웠더라고요.(웃음) 나중에 마음 맞는 친구들과 모여서 각자 작업실 꾸리고 바베큐 파티도 하고 그러다 프로젝트 음원을 같이 하기도 하고 수익이 나면 거기에 맞춰서 여행도 가고. 그렇게 쭉 살고 싶어요. 그러려면 지금 하는 일들을 잘 해놔야죠."

조이뉴스24 정병근기자 kafka@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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