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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 황정민, 부끄러움에서 초연함으로(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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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 몰랐던 나 부끄러워…힘든 과정 내려놓고 연기에 집중"

[조이뉴스24 권혜림 기자] 배우 황정민이 피 낭자한 액션 신 하나 없는 첩보물 '공작'에 출연한 소감을 알리며 촬영 중 겪은 난관들을 떠올렸다. 예상한 것보다도 쉽지 않았던 작업 과정에서 그는 동료 배우들과 함께 모든 막막함을 내려놓고 배역의 얼굴을 그려내는 데에 집중했다. '흑금성'으로 공작 활동을 펼쳤던 실존 인물 박채서씨를 실제로 만났던 당시 느꼈던 감흥을 전하기도 했다.

1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공작'(감독 윤종빈, 제작 ㈜영화사 월광, ㈜사나이픽처스)의 개봉을 앞둔 배우 황정민의 라운드 인터뷰가 진행됐다.

첩보물인 '공작'은 1990년대 '흑금성'이라는 암호명으로 북핵의 실체를 파헤치던 안기부 스파이 박석영(황정민 분)이 남북 고위층 사이의 은밀한 거래를 감지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는 당대 발생한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 지난 5월 제71회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잇스크리닝 부문에 공식 초청됐다.

'공작'은 첩보물을 연상할 때 흔히 떠오르는 장면들, 거친 액션과 유혈낭자한 결투신이 전혀 없는 영화다. 한국 영화계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정통 액션물이다. 충무로에서 꾸준히 톱배우의 자리를 지켜 온 그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공작'에 출연을 결정한 이유를 알렸다. 모티프가 됐던 실제 사건에 대해 무지했던 스스로에 대해 부끄러움을 느꼈고, 그와 동시에 세계 유일한 분단국가인 대한민국에서만 가능할 이 이야기에 흥미로움을 느꼈다는 것이 그의 이야기다.

황정민은 "그런 사실(영화의 바탕이 된 실화)을 모르고 지나갔던 내 자신이 창피하기도 했고 이야기에 흥미를 느꼈다"며 "분단국가인 우리나라에서만 있을 수 있는 흥미로움이라 생각했다"고 답했다.

정통 스파이물에 대한 '로망'이 있어 출연을 결정했는지 묻자 그는 "그런 건 없다. ('공작'이 공개된 뒤 줄곧 비교되고 있는)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를 좋아하긴 하지만 그런 로망을 가지고 있진 않았다"며 "궁금한 게 제일 먼저였던 것 같다. 궁금하고, 더 파다 보니 민낯을 보게 되고, 사실들을 알게 됐다는 면이 그랬다"고 설명했다.

몸이 아닌 입으로, 대사들을 통해 액션신 못지 않은 긴장감을 유지하는 '공작'에서 황정민이 맡은 인물은 상대에겐 속내를 감추고 또 관객에겐 이를 알게 해야 하는 서사의 축이다. "이렇게까지 어려울 것이라곤 생각하지 못했다"고 고백한 그는 "그냥 대사를 외워서 하면 되겠다고 쉽게 생각했었다"고 웃으며 입을 열었다.

이어 "감독님이 애초 모든 대사들이 관객이 느끼길 액션으로 느껴지길 바랐다고 말씀하셨다. '말을 하는데 액션으로 어떻게 느껴지지?'라고 고민했는데 그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현장에서 더 느끼기 시작했다"며 "'이러다간 큰일나겠다' 생각했다. 나만 힘들어한 게 아니라, 다른 배우들도 그랬더라"고 돌이켰다.

"배우들끼리 작품 이야길 하지만 서로 '힘들다' '연기하기 역할이 불편하다'는 건 잘 이야기 안하지 않나"라고 답을 이어간 황정민은 "괜히 민폐일 수 있고 '짜쳐'보이기도 하니까 잘 이야기하지 않는 부분인데 어느 순간 그런 면을 내려놓게 되더라"며 "'너도 힘들었니? 나도 힘들어'라고 나눴다. 그게 우리에겐 좋은 경험이었고 편안하게 접근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공작' 속 배우들의 연기가 '구강액션'이라는 표현에 어울릴만큼 만족스러웠는지 묻자 그는 "그렇다. 그러려고 노력했고, 나에겐 그리고 우리에겐 새로운 경험이었다"고 답했다. 또한 "(영화 속 대사가) 단순한 일차원적 정보 전달이 아니다. 말을 할 때 오는 느낌과 인물 속에 있는 감정이 다 다르지 않나"라며 "그런 것을 상대에게 들키지 않으려 하는 감정이 또 있고 이것은 관객이 알아야 하는 감정이다. 이런 다중적인 에너지, 느낌들이 관객에게 잘 표현되면 좋겠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황정민은 이 배역을 연기하기 전, 황정민은 캐릭터의 모티프가 된 실존 인물 '흑금성' 박채서씨를 만나기도 했다. 그는 "그 분이 출소한 뒤 촬영 전 만났다"며 "사람 눈이 제일 중요하지 않나. 눈을 보며 이야기하니까. 사람의 눈을 보면 어떤 성향인지 혹은 심리를 대충 파악하게 되는데, (박채서씨와) 이야기할 때 눈을 읽을 수가 없었다"고 돌이켰다. 이어 "오랫동안 그런 내공들이 쌓여서인지, 그 일을 오래 하셔서인지 몰라도 눈을 읽을 수 없었다. 벽 같은 느낌, 턱 막히는 느낌이 있었다"고 말했다.

영화 시사에는 박채서씨와 그의 아내가 참석해 배우들과 함께 영화를 관람했다. 황정민은 "상대가 내 눈을 읽을 수 없는 저 느낌을 어떻게 표현할지가 내게 궁극적 목표였다"며 "어제 뒷풀이 자리에서 사모님(박채서씨의 아내)이 '영화 잘 봤다'고 하면서 '남편과 굉장히 비슷한 얼굴들이 있어 놀라웠다'고 말해줬다. '감사합니다' 했다. (부부가) 어제 영화를 보고 '뭉클했다'고 해주셨다"고 알렸다.

'공작'은 오는 8일 개봉한다.

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lima@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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