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이성필 기자] "절반만이라도 온다면 감사할 것 같습니다."
시민구단 대구FC는 2018 러시아월드컵 특수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조현우(27) 골키퍼가 월드컵 3경기에서 세계 수준의 선방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조현우 한 명을 보기 위해 지난 8일 대구 스타디움에서 열린 FC서울과 K리그1 15라운드에는 평균 관중의 5배가 넘는 관중이 몰렸다.
월드컵에서 조현우의 활약은 재론하지 않아도 된다. 3경기 3실점으로 역대 대표팀의 월드컵 최소 실점에 기여했다. 필드골은 단 한 골이었다. 그마저도 기성용(스완지시티)이 당한 파울을 불지 않아 역습에서 얻어맞은 골이었다.
조현우가 가진 스토리는 풍부하다. 2013년 대구에 입단해 한 번도 팀을 떠나지 않았다. 입단 첫해 이양종과의 경쟁에서 밀리면서도 차분하게 성장했다. K리그2(2부리그)로 강등됐어도 팀과 함께했고 2016년 말 기적의 승격에 주역으로 활약했다.
시민구단의 상징인 조현우에 대한 대구 팬들의 사랑은 대단했다. 지난 3월 대표팀의 북아일랜드 원정 경기가 열린 벨파스트에는 조현우 현수막이 내걸렸다. 주전도 아니었는데 현수막이 걸릴 정도로 조현우는 대구의 보석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대구를 넘어 세계의 시선을 받는 선수가 됐다. 조현우의 서울전 영상은 인터넷 동영상 전문 사이트에서도 화제 대상이다. 클릭 수가 날이 갈수록 늘고 있다.
조현우가 3경기에서 관심을 받으면서 대구 구단은 일찌감치 움직였다. 스웨덴전에서 0-1로 패했지만, 선방한 뒤부터 조심스럽게 계획을 짰고 조현우 인형 등을 앞세워 마케팅에 돌입했다. 근 한 달 가까운 시간을 구단 프런트가 조현우에 공을 들인 셈이다. 조현우의 인지도가 올라감과 동시에 프런트의 역량이 따른 결과다.
서울전에서 승리를 기록하지는 못했지만, 분위기는 정말 좋았다. 저절로 함성이 터져 나왔다. 0-2로 지고 있다가 2-2로 따라붙는 근성까지 보여줬다. 경기 후 선수들 대다수가 그라운드에 누울 정도로 불태웠다.
대구 관계자는 "대구 스타디움이 워낙 커서 분위기가 제대로 나지 않을 것 같았는데 정반대였다. 구단 모두가 합심한 결과다. 다음 경기에서 얼마나 유지되느냐가 관건이다. 평균 관중의 두 배만 넘어도 성공적이라고 본다. 분명 처음 오는 팬들도 있었을 것이다"고 전했다.
대구의 희망은 곧 내년에 사용 가능한 전용구장에 대한 가능성으로 이어진다. 대구는 1만3천석 규모의 전용구장 건립에 집중하고 있다. 보기 좋게 쓰려면 일단 K리그1에서 잔류해야 한다. 조현우의 최후방 방어가 중요한 이유다.
동시에 팬심을 계속 모아야 한다. 대구 구단은 서울전 수준을 유지하기는 어려워도 지속적인 열기가 이어지도록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다행스럽게도 구단주 권영진 대구시장 등 지자체도 협조 모드다. 남은 것은 구단 프런트와 선수단이 현 상황을 인식하고 팬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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