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이미영 기자] 걸그룹 모모랜드가 터졌다. 올 1월 발표한 '뿜뿜'이 크게 히트하면서 인기 걸그룹 반열에 올라섰다. '예쁜' 걸그룹에 갇히지 않고, 건강한 에너지와 발랄한 매력으로 모모랜드의 색깔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해외에서도 러브콜이 쏟아진다.
한 해 쏟아지는 아이돌 그룹만 수백여 팀. 정상급 그룹으로 올라서는 건 바늘 구멍 통과하는 것보다 어렵다. 대형기획사의 막대한 홍보와 투자에도 상승세가 더딘 팀이 있고,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는 팀도 부지기수다.
모모랜드는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방탄소년단, 쏘스뮤직의 여자친구와 더불어 중소기획사가 만들어낸 '기적'으로 통한다. 모모랜드의 놀라운 성장세는 수많은 가요 제작자들에게 부러움과 동시에 희망의 징표다. 모모랜드와 행복한 동행 중인 MLD엔터테인먼트 이형진 대표를 만났다.
◆"매니저에서 걸그룹 제작자까지, '여의도 20년'
모모랜드는 중소기획사의 성공한 아이돌이지만, 단순히 '운'에 기댄 것은 아니다. 모모랜드의 소속사 MLD엔터테인먼트 이형진 대표는 가요계 잔뼈가 굵은 매니저로 통한다.
1997년 월드뮤직에서 매니저 생활을 시작해 컨츄리꼬꼬를 담당했고, 2002년 탁재훈과 독립했다. 공연 사업 등으로 잠시 외도를 했던 이형진 대표는 2011년 드림티엔터테인먼트 매니지먼트 총괄 이사를 맡아 걸스데이를 인기걸그룹에 반열에 올려놨다. 이후 2016년 MLD엔터테인먼트(구 더블킥컴퍼니)를 설립, 모모랜드를 제작했다.
이 대표의 탁월한 기획력이 빛나기 시작한 건 걸그룹 걸스데이와 만나면서부터다. 걸스데이만의 섹시를 고민했고, 그 결과물인 '기대해'와 '여자대통령' 그리고 '썸띵' 등을 연달아 히트시켰다. 걸스데이의 찬란한 전성기를 함께 한 것.
"2012년 걸스데이를 맡게 되면서 멤버들 한 명 한 명 장단점을 파악해서, 걸스데이의 가야할 방향 등에 대해 고민했어요. 트렌드와 걸스데이의 색깔을 통해 향후 몇 년 안에 승부를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걸스데이가 그 당시 섹시 이미지였는데, 섹시가 보는 관점에 따라서 다르잖아요. 엄정화의 '성인식'이나 '초대' 같은 느낌이 10년 정도 지나면 다시 트렌드가 오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었어요. 갑자기 확 바뀌면 거부감이 있을 수도 있어서 '나를 잊지 마요' '기대해' '썸띵' 순으로 갔죠. 다양한 음악으로 변화를 주면서 색깔을 만들어갔어요. 그 당시 그런 음악과 안무를 하는 친구들이 없었지요."
매니저들 사이에서도 이형진 대표의 성실함과 책임감은 유명하다. 일례로 이형진 대표가 휠체어를 탄 채 방송국에 걸스데이 홍보 CD를 돌리러 다녔던 일화도 있다.
"당시 걸스데이 컴백 시기에 대해 생각이 많았던 때였어요. 정신을 잠깐 놓은 상태에서 교통사고가 나고 목뼈가 부러져서 병원에 입원했죠. 병원에서는 움직이지 말라고 했는데, 제 생각에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어요. 휠체어를 타고 방송국에 CD를 돌리러 가고, 하루종일 일한 다음에 다시 병원으로 퇴근을 했죠. 그 때는 굉장히 책임감이 컸어요. 다행히 결과가 좋아서 보상 받은 느낌이었어요."
올해로 매니저로 일한지 20년이 된 이형진 대표는 "여의도 20년이 쉬운 일이 아닌데, 지나고나니 금방 흘러간 것 같다"고 웃었다.
◆"모모랜드 제작, 자금난으로 어려움도 겪었죠"
모모랜드는 이형진 대표가 MLD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해 처음으로 제작한 걸그룹이다. 데뷔 전 엠넷 서바이벌 프로그램 '모모랜드를 찾아서'를 통해 얼굴을 알렸고, 2016년 11월 정식 데뷔해 '뿜뿜' 이전까지 3장의 앨범을 냈다.
이미 걸그룹 팬덤이 형성된 가요계에서 모모랜드의 연착륙은 쉽지 않았다. "신비주의가 아닌, 누구나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는 팀을 만들고 싶었다"고 방향성은 잡았지만, 대중들의 눈에 들긴 쉽지 않았다. 음악 색깔에 대한 시행착오부터 자금난까지 겪었다.
이 대표는 "'뿜뿜'이 나오기까지 정말 힘들었다. 주위에 이야기는 잘 못 했지만, 선배와 동료 매니저들이 저를 먹여살렸다. 저녁에 약속이 있으면 대신 계산해 줄 때도 있었다. 3년 동안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뿜뿜'을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니 절박해졌다. "모모랜드라는 팀을 시작하면서 여타 걸그룹으로 만들어보려고 했다. 그런데 3장의 앨범을 하면서 내가 잘하는 음악을 해야지, 남들이 하는 것을 쫓아가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모모랜드의 패턴을 바꿨다. 지금의 걸그룹에 없는 색깔, 빈시장을 공략했다. 신사동호랭이를 만나 멤버들의 개성이 담긴 '뿜뿜'이 탄생했다. 이후 모모랜드 멤버들이 "잘못해서 산으로 가면 어떡하지?"라고 대책회의를 했을 만큼,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색깔이었다.
'뿜뿜'에 대한 기대와 확신이 컸다. 그러나 '뿜뿜'은 발매 당일 실시간차트에 91위로 진입했다가 금방 차트에서 빠졌다. 소위 '멘붕'이 왔다. 그러나 컴백 쇼케이스에서 주이의 '새해복' 플래카드가 화제가 됐고, 운이 좋게도 연초 가요계 '빈집털이'에 성공하면서 '엠카운트다운' 1위 후보가 됐다. 역주행이 시작됐고, 순위는 점차 상승해 1위 트로피를 안았다. 지금도 '뿜뿜'은 차트에 머물며 롱런 중이다.
이 대표는 "'뿜붐'으로 제가 계획한 목표의 70%까지 끌어올리려고 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이 잘 됐다. 신보를 준비하며 부담감도 많았다"고 웃었다.
'뿜뿜'의 성공으로 매니지먼트사의 '역할'에 대한 답을 다시금 되새겼다. 회사의 규모가 아닌, 콘텐츠의 힘도 확인했다.
"히트를 하게끔 잘 준비를 하는 것이 저희의 몫이에요. 이 앨범이 잘될지 안될지는 하늘만이 안다고 하는데, 회사는 이 아이들에게 맞는 옷을 입혀주기 위해서 노력을 했어요. 음악적 변화가 있음에도, 아이들이 잘 쫓아와줬던 것이 시너지 효과를 내지 않았나 싶어요."
◆"SM-YG처럼 큰 회사 목표 아냐, 즐겁게 일할 수 있길"
이형진 대표는 '뿜뿜'의 성공 뒤에는 밝고 긍정적인 모모랜드 멤버들. 그리고 힘든 시간을 견뎌준 회사 직원들이 있었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이 대표는 "얼마 전 신곡 '배앰' 뮤직비디오를 찍으러 사이판에 갔다. 회사 직원들, 모모랜드 멤버들과 저녁을 먹는데. 지난 일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눈물이 핑 돌았다"라며 "그동안 변변치 않게 회식도 못 시켜줬는데 지금은 많이 도와주셔서 행복한 시간이 왔다"고 말했다.
모모랜드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은 '사재기 의혹'이 겹쳐지며 더욱 컸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의 조사 결과로 의혹을 벗었지만, 안팎의 시선에 마음고생이 컸을 터.
"모모랜드는 열심히 활동하는데 회사 때문에 아이들에게 피해가는 일이 있으면 안된다고 생각했어요. 연예계는 한 번의 잘못으로도 잊혀지는데 아이들의 잘못인 것처럼 피해가 가는 걸 원치 않았어요. 지금도 아이들에게 미안해요. 큰 회사가 아니기 때문에 대처하거나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한계가 있는 부분이 있었어요. 문체부에서 문제가 없다는 결과가 나왔지만, 그럼에도 악플이 많아요. 아이들이 그런 것을 알면서 꿋꿋하게 잘 버텨주고, 내색 없이 활동해준 게 고마워요."
소속사는 지난 5월 더블킥컴퍼니에서 MLD엔터테인먼트로 사명을 변경했다. 이형진 대표는 "K팝이 세계로 뻗어 나가는 시대에 발맞춰 회사의 이름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되었다"며 "새로운 사명으로 새롭게 시작하는 마음"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MLD엔터테인먼트의 글로벌 성장을 기대해 볼만한 가시적인 성과들이 드러나고 있다. 6월 일본 정식 데뷔를 했으며, 가와사키 라조나 공연에서는 7천여 명의 팬들이 몰리는 등 모모랜드에 대한 현지 반응이 뜨겁다.
모모랜드, 그리고 MLD엔터테인먼트의 목표에 대해 물었다. 이형진대표는 규모적인 면에서 큰 회사, 1등 기획사가 아닌 '행복한' 회사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다만 모모랜드는 일등 걸그룹으로 만들고 싶다는 목표는 확고했다.
"조금 더 어렸을 때는 큰 기획사, SM이나 YG, JYP 같은 회사를 만들고 싶었지만 한 번 망해서 바닥까지 내려가보니, 과연 그게 행복할까라는 고민이 들었어요. 60살이 됐을 때 돈이 많으면 행복할까. 물론 행복할 수도 있겠지만 즐겁고 재미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게 좋을 것 같아요. 그래서 가족적인 회사를 만들고 싶은 것이 목표입니다. (모모랜드) 아이들에게도 그런 것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하고 '즐겁게 일하는 게 좋다'고 주입시켜요. 그리고 매니저들이 좀 더 좋은 환경에서 일하게 만들고 싶어요."
"모모랜드는 일등 걸그룹이 됐으면 좋겠어요. 멤버들과 계약할 때 '나중에 결혼을 해서 아이들이 봤을 때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약속했죠. 이 친구들이 짧게 연예인 하려고 청춘을 바치는 게 아니잖아요. 어린 친구들이 바르게 갈 수 있도록 잡아주는게 목표고, 평생 연예인 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어요. 한 명 한 명 각자 분야에서 최고가 될 수 있도록 좀 더 투자해주려고 합니다."
모모랜드, 그리고 MLD엔터테인먼트의 성공은 매니지먼트 업계에서도 유의미한 일이다. 제작 환경이 열악한 중소기획사의 제작자들에게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제시해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대표는 건강한 가요계를 만드는, 좋은 매니저를 꿈꾼다.
"예전에는 자금이 많이 안 들어가도 제작할 수 있는 환경이 됐고, 제작자가 꿈인 친구들이 많았어요. 예전에는 5억으로 제작할 수 있었다면, 지금은 30, 40억이 필요하죠. 그래서 제작자를 꿈꾸기가 쉽지 않아요. 저는 매니저라는 직업을 좋아하고, 20년을 해왔기 때문에 제 후배들도 좋은 환경에서 제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어요. 그래서 몇몇이 모여 후원도 하고 있고, 그래야 이런 시장도 넓어진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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