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이성필 기자] "러시아~ 러시아~"
2018 러시아월드컵이 조별리그 첫 번째 경기가 끝나고 두 번째 경기로 접어들고 있다. 벌써 탈락 팀이 나왔다. 정말 경기를 잘해놓고도 운이 따르지 않은 모로코부터 모하메드 살라(리버풀)를 앞세우고도 2패를 기록한 이집트에 러시아와 개막전 0-5 대패를 극복하지 못하고 우루과이에도 0-1로 패한 사우디아라비아까지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하지만, 대회 흥행은 이들의 탈락과 무관하게 순항하고 있다. 경기장 수용 규모에 상관없이 95%를 웃도는 관중이 들어차고 있다. 우루과이-이집트전에 소위 부도 예약으로 불리는 '노쇼(No Show)'가 5천263장이나 나왔다. 그래도 전체적으로는 큰 문제 없이 흘러가고 있다.
개최국 러시아의 축구 열기가 경기를 치르면서 살아난 것이 가장 결정적이다. 러시아는 개막전에서 사우디를 5-0으로 이기더니 19일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이집트전에서도 3-1로 승리하며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경기 종료 후 상트페테르부르크 시내는 "러시아~ 러시아~"를 외치는 러시아 국민들로 가득했다. 이날 새벽 2시까지 지하철이 운행됐는데, 곳곳에서 러시아 국기를 흔들며 응원하는 모습이 보였다.
마치 2002 한일월드컵 당시 한국에서 열린 거리 응원을 보는 느낌이었다. 다만, 구호가 "러시아"로 단순해 열기가 뜨겁게 오르지는 않았지만, 한쪽에서 "러시아~"를 외치면 다른 쪽에서도 "러시아~"로 화답하는 모습이 정겨웠다.
다만, 고성방가까지는 가지 않았다. 공권력이 강한 러시아답게 거리와 지하철 곳곳에는 경찰력이 배치돼 있었다. 조금이라도 소란을 피우면 제지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이날 오전 모스크바 브누코보 공항 청사에서 소리를 지르며 응원하던 콜롬비아 승객 수십 명을 단 세 명의 경찰이 말로 정리하는 장면에서 공권력의 위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래도 개막 초반보다는 다소 느슨해진 모습이었다. 경찰도 러시아 국민, 이들 역시 경기 영상을 돌려보며 즐거워하는 모습이었다. 인파가 줄은 새벽 1시 반이 지날 즈음이야 이들도 즐거움을 안고 퇴근 대열에 합류했다. 러시아-이집트전을 취재하고 지하철로 귀가하는 국내 취재진을 향해 방끗 웃는 모습도 보여줬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 10년째 거주 중인 교민 안원철(45) 씨는 "보통 상트페테르부르크 6월의 풍경은 백야 때문에 시민들이 늦게까지 밖에 있다가 귀가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야간에 공공장소에서 고함을 치는 경우는 드물다. 경찰로부터 주의를 받거나 심하면 집중 조사를 받는 고초(?)를 겪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경기에 이겨서 적당히 봐주고 넘어가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행진이 얼마나 갈 것인지는 미지수다. 16강에서 B조 1, 2위를 만나게 되는데 하필 스페인-포르투갈이 있는 조다. 이란이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수도 있고 직접 16강에 진출할 가능성도 있다.
러시아 매체 로시스카야 가제타의 한 기자는 "러시아는 축구보다 아이스하키가 훨씬 인기가 많다. 그런데 월드컵을 계기로 축구에 대한 믿음이 좀 더 생기는 모양이다. 한국도 2002 월드컵 이후 그렇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우다취( Удачи)는 행운 또는 성공을 바란다는 러시아어입니다. 조이뉴스24는 이번 월드컵 기간 러시아에서 한국 대표팀을 비롯해 모든 곳에서 일어나는 흥미로운 일들을 소개합니다.
/상트페테르부르크(러시아)=이성필 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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