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이성필 기자] 2018 러시아월드컵에 나선 축구대표팀을 감싸는 분위기는 '부정적'입니다. 2002 한일월드컵 이후 16년 만에 첫 경기에서 패하면서 벌써 탈락에 대한 그림자가 대표팀을 감싸고 있네요.
올인했던 스웨덴전을 0-1로 패하면서 어두운 전망은 더 짙어졌습니다. 국민 여론도 필드골을 내주지 않고 패했던 결과보다 특정 선수, 정확하게는 수비를 통솔하는 장현수(FC도쿄) 때리기에 골몰하는 모습입니다. 전형적인 희생양 만들기 분위기라고 할 수 있겠죠.
멕시코, 독일전이 남은 시점에서 장현수 흔들기는 대표팀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장현수의 볼 다루기 실수가 박주호(울산 현대)의 부상과 김민우(상주 상무)의 페널티킥 허용이라는 나비효과로 이어졌다는 선정적인 논리까지 등장한 것을 보면서 대표팀과 근 한 달째 같은 동선을 유지하고 있는 처지에서는 답답할 노릇입니다.
대표팀 관계자는 "선수들이 가장 황당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 장현수 때문에 박주호의 부상과 김민우의 페널티킥 허용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경기를 하다 보면 여러 상황이 있게 마련인데 아쉽다"고 하더군요. 첫 경기 만에 팀을 흔드는 것이 과연 어떤 도움이 될까 싶습니다.
무엇보다 조 상황이 어떻게 변화할지 모른다는 겁니다. 2차전 결과에 따라 탈락, 16강 진출, 혼전 등 모든 가능성이 혼재하기 때문이죠. 단지 상대가 객관적으로 강하다는 이유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3전 전패를 하고 돌아올 것이라는 피상적인 예상만으로 아직 전투를 벌이고 있는 선수들을 흔들고 있다는 그 자체만 보더라도 월드컵과 축구를 제대로 즐기고 있는지 의문입니다.
월드컵에서는 16강 진출 못지않게 승리를 수확하는 것 그 자체로도 큰 의미가 있습니다. 한국은 2010 남아공월드컵 1차전 그리스에 2-0으로 이긴 이후 아직 승리가 없죠. 선수들은 어떻게든 승리를 맛보며 국민들께 희망을 주고 싶은 열망으로 가득합니다.
가장 좋은 예가 '한국의 숙적'이 되고 있는 이란입니다. 1998 프랑스월드컵 미국전 이후 20년 만에 모로코에 1-0으로 이긴 뒤 환호하더군요. 상대 자책골이었지만, 이겼다는 기록 그 자체는 역사에 영원히 남는다는 점에서 귀중한 승리입니다.
승리라는 기본 목표를 갖고 나서는 선수들에게 마지막 경기까지 보지 않고 비판하는 문화는 20년 전 차범근 전 축구대표팀 감독이 프랑스월드컵에서 네덜란드에 0-5로 대패한 뒤 중도 경질됐던 시기와 전혀 달라진 것이 없어 보입니다.
익명을 원한 K리그 A팀의 B감독은 "월드컵에서는 그 나라의 축구 문화 수준이 그대로 드러난다. 지금은 전투에 나간 선수들에게 이기고 돌아오라고 심리적인 독려가 필요하다. 그런데 희생양을 찾아서 잘잘못을 따지는 것이 무슨 도움이 될까 싶다. 그저 안타까울 따름이다"고 합니다.
현 대표팀은 지난해 7월 신태용 감독이 급히 부임한 1년 짜리입니다. 냉정하게 말하면 4년 전 브라질월드컵 대회를 그대로 답습한겁니다. 겨우 팀의 틀을 짜서 대회에 나서고 있구요. 과정과 대처에 대한 비판은 모든 전투가 끝난 다음에 해도 늦지 않을까 싶습니다. 지금은 선수단이 중심을 잡고 객관적인 전력에서 밀리는 멕시코, 독일을 상대로 '원팀'으로 싸워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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