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정병근 기자] '기름진 멜로'가 B급 감성을 절묘하게 품은 단짠 드라마의 정석을 보여주고 있다.
SBS 월화드라마 '기름진 멜로'(극본 서숙향, 연출 박선호)는 코믹했다가 짠하고 또 때론 설렘을 준다. 특히 허를 찌르는 기발한 요소들은 이 드라마만의 개성으로 자리 잡았다. 자칫 병맛 처럼 느껴질 수 있는 코드들이 곳곳에 등장하지만 이질적이지 않다. 오히려 코믹과 정극을 절묘하게 이어주는 역할을 하며 독특한 색깔을 내고 있다.
'기름진 멜로'는 주인공들의 짠한 상황을 유쾌하게 풀어낸다. 서풍(이준호)은 호텔 중식당에서 쫓겨나 동네 중국집에서 복수의 웍을 돌리고 있는 상황. 이러한 서풍이 호텔 문짝에 꽂아놓은 분노 서린 중식칼은 아직까지 주인의 저주 때문에 그대로 꽂혀 있어 웃픔을 자아낸다.
또 조폭 생활을 청산한 두칠성(장혁)이 병원에서 미친 듯이 짜장면을 맛보는 장면, 최악의 결혼식을 맞은 단새우(정려원)가 세상이 무섭다며 펜싱 투구를 쓴 채 말을 끌고 한강 다리로 가는 장면 등 분명 짠한데 코믹하게 그려지는 상황들이 독특한 매력으로 다가온다.
마치 예능처럼 예측불허 통통 튀는 요소들도 '기름진 멜로'의 매력 포인트다. 단새우의 애마 '임마'의 생각을 풀어낸다는 기발한 발상도 그 중 하나. 신동엽은 임마의 목소리 카메오를 맡아 폭소를 안겼다. 또 자신의 황동웍과 따오기(국자)를 무기처럼 여기는 셰프 서풍의 캐릭터, 만화 같은 요리 대결 등이 재치 넘치게 그려져 깨알 같은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기발한 요소들은 확 튀어 몰입도를 방해할 수 있지만 '기름진 멜로'는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력이 뒷받침돼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리얼한 웍질로 주방의 생동감을 만들고 있는 이준호. 뜬금없는 고백도 능청스레 소화하는 장혁. 엉뚱함과 사랑스러움의 끝판왕을 달리고 있는 정려원, 진지와 코믹을 넘나드는 세 사람의 환상의 케미가 빛을 발하고 있는 것.
뻔하지 않은 세 캐릭터 사이에 묘하게 형성된 로맨스 라인은 색다른 설렘까지 선사하고 있다.
여기에 서풍의 중국집 사람들도 남다른 개성을 뽐낸다. 연변 사투리를 쓰는 칼판 능력자 박지영(채설자 역), 조재윤(오맹달 역)을 비롯한 오합지졸 조폭 요리사들. 이미숙은 1인 2역으로, 두칠성에게 욕을 하며 껌을 파는 의문의 노파와 우아한 재벌집 사모님 진정혜를 넘나들며 독보적 존재감을 뿜어내고 있다.
'기름진 멜로'는 이제 모든 인물들이 주방으로 모여들며 그 시너지를 더욱 기대하게 만들고 있다. 이들이 모여 얼마나 더 중독성 있고 맛깔나는 이야기를 만들어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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