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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퇴라는 극약, 기어코 들이킨 황선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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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경기 이후 "분위기 살려야한다"고 한 후 곧바로 사의

[조이뉴스24 김동현 기자] 황선홍(49) FC서울 감독이 자진 사퇴했다. 시즌 내내 이어진 경기력 논란에 그는 결자해지를 택했다.

서울은 30일 보도자료를 통해 황 감독의 자진 사퇴의 뜻을 수용한다고 발표했다. 그의 사단이라고 할 수 있는 강철 수석코치 또한 함께 팀을 떠난다. 이을용 2군 코치가 감독 대행으로 올 시즌 서울을 이끈다.

사퇴는 분명 갑작스러웠지만 충분히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였다. 올 시즌 서울은 10라운드를 치른 1일 현 시점에서 2승2무4패 9득점 9실점을 기록, 리그 9위에 머물러 있었다. 지난 시즌 16승13무9패 승점 61점으로 리그 5위를 기록했던 서울이라고는 도무지 믿기지 않는 순위였다.

시즌이 시작하기도 전에 마찰음을 빚었다. 간판스타인 데얀이 라이벌인 수원 삼성으로 이적하는가 하면 수년간 팀의 주축 선수였던 오스마르를 세레소 오사카로 임대 이적시키면서 팬들의 비난도 커졌다. 안델손과 에반드로 등 J리그와 K리그에서 나름의 성과를 올린 선수들을 영입했지만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것이 중론이었다.

이러한 비판 속 좋지 못한 스타트를 끊었다. 제주 유나이티드와 별 소득없는 무득점 무승부로 개막전을 시작한 서울은 11일 강원FC와 홈 개막전에선 1-2의 충격패를 당했고 18일 전북 현대와 경기에서도 1-2로 패하면서 3월 무승의 늪에 빠졌다. 4월이 되어서도 좀처럼 올라오지 않았다. 인천 유나이티드와 1-1로 비겼고 수원 삼성과 슈퍼매치는 역대 슈퍼매치 최저 관중 속에 0-0 무승부로 팬들을 울렸다.

11일 포항 스틸러스와 경기에서 고요한의 멀티골로 반등세를 만드는가 싶었다. 그러나 직후 울산 현대에게 0-1로 패하면서 이마저도 잠잠해졌다. 팀의 주축 선수인 박주영이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황 감독을 비판하는 뉘앙스의 글을 올리면서 안팎으로 내홍이 더욱 커졌다.

그러는 사이 롤러코스터 성적이 이어졌다. 신예 조영욱을 선발로 내세웠고 조영욱이 맹활약을 펼치면서 다시 한번 반전을 노렸다. 대구FC와 경기선 3-0으로 이기며 분기점을 만드는가 했지만 25일 전남 드래곤즈와 경기선 전반 6분 터진 조영욱의 선제골을 지키지 못하고 충격적인 1-2 역전패를 당했다.

도화선에 기름을 부은 것은 28일 상주 상무와 경기였다. 황 감독은 이날 후반 18분 이후 실질적으로 네 명의 공격수를 한꺼번에 투입했다. 골을 노리겠다는 포석이었지만 선수들의 호흡은 무심하리만큼 맞지 않았다. 단순한 크로스가 무의미하게 남발됐고 결국 위협적인 장면을 거의 만들지 못했다. 팬들은 '정신차려 서울'과 '황새 아웃'을 외쳤다.

이날 경기가 끝난 후 황 감독의 표정은 잔뜩 굳었다. 평소 표정의 변화가 거의 없긴 했지만 지금까지 본 표정 가운데 가장 경직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경기를 총평해달라는 질문에 그는 쉽게 입을 떼지 못했다. 그러다가 "승리가 필요했지만 여러가지가 잘 되지 않은 것 같다.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것에 대해 상당한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다. 표정은 계속 굳어있었다.

그는 이어 "팀 분위기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다. 기술적인 부분도 그렇지만 팀 분위기 자체가 침체되어있는 것도 사실"이라면서 "축구가 완벽할 순 없다. 이런 부분을 보완해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선 뭐든 해야 한다는 뉘앙스가 담긴 말이었다.

다가올 경기들은 서울에겐 부담스러웠다. 말컹을 앞세운 경남FC 원정을 떠난 이후 어린이날엔 홈에서 라이벌 수원과 슈퍼매치가 열린다. 순위를 끌어올리기 위해선 해결책이 필요했다.그리고 그가 팀을 구하기 위해 꺼낸 묘책은 스스로를 내려놓는 일이었다.

사퇴 소식이 밝혀진 직후 황 감독에게 전화통화를 시도했지만 그는 받지 않았다. 28일 경기 직후의 표정으로 미뤄보아 그는 그날 경기가 끝난 시점에서 사퇴를 결심했을 가능서이 크다. 극약이나 다름없는 사퇴 카드가 침체된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조이뉴스24 김동현기자 migg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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