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김동현 기자] 뜨거운 팬들의 함성 속 초조함은 작아졌고 구위는 더욱 좋아졌다. 고영표(27, KT 위즈)의 완투승은 잘 짜여진 드라마처럼 완성됐다.
고영표는 26일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MYCAR KBO리그 롯데와 경기에서 9이닝 4피안타 1피홈런 2볼넷 9탈삼진 2실점으로 완벽에 가까운 투구를 펼쳤다. 타선이 5점을 지원하면서 2연승을 질주했다.
시즌 첫 완투승이라는 감투를 쓴 그다. 지난해 8월 20일 두산 베어스와 경기선 5.1이닝까지 던진 시점에서 강우 콜드로 기록한 완투승까지 포함하면 통산 세번째 완투승을 챙겼다. 9이닝을 꽉 채운 완투는 지난 2017년 4월 29일 LG 트윈스와 경기서 기록한 완봉승 이후 처음이었다.
경기가 끝난 후 만난 그의 표정은 늘 그렇듯 담담했다. 지난해 경기가 생각날 법도 했다. 상대는 달랐지만 날씨나 관중, 시기 모두가 겹쳤다. 그는 "경기 중에 조금씩 떠올랐다. 굉장히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그때를 회상했다.
하지만 달라진 점이 있었다. 집중력이다. 그는 "작년 그 경기에선 잘 던지다가 긴장이 풀리는 경우가 있었지만 오늘은 매순간 집중했다"면서 승리를 되짚었다.
1회초 김문호에게 2루타를 허용하면서 1점을 내줬다. 예상 외의 흐름이었는지 그의 표정도 일그러졌다. 그러나 이후 다잡았고 8회초까지 0의 행진을 이어갔다.
그는 "1회 때 좀 좋지 않다고 느꼈다. 그래서 마운드에서 좀 천천히 하자는 생각을 했다. 축 다리를 제자리에 놔둔다는 생각으로, 조금 천천히 던지자는 생각으로 집중했다"고 했다. 스스로 템포를 잡은 것이다. "제자리에서 중심을 잡는 느낌으로 릴리스 포인트를 조금 당겼다. 아마 이것때문에 체인지업이 약간 뜨는 것처럼 보였을 것"이라고 나름의 승인을 분석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는 지난 4경기를 돌아봤다. "체인지업에 대해 자신감을 잃었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 하지만 그는 또 스스로 답을 찾았다. "생각해보니 마운드에서 던지면서 자신감을 찾았던 적이 있었다. 타자들이 체인지업을 치기 어려워한다는 생각으로 비율을 늘렸다"고 했다. '좋았던 것만 생각하라'는 김진욱 감독의 지도 철학과도 상통하는 부분이다.
물론 이날 경기 전까지 초조함도 있었다. 그는 "마음처럼 야구가 안되면 누구나 초조함을 느낄 것이다. 나 또한 그랬다. 내가 '초심을 좀 잃지 않았나'라는 생각도 했다"면서 "그래서 그걸 비우려고 했고 그게 비워지다보니 다른 면이 채워진 것 같다"고 웃어보였다. 그러면서 "멘탈이 많이 흔들렸지만 체인지업이 잘 구사되면서 멘탈을 잡을 수 있었다"고 주무기인 체인지업에 공을 돌렸다.
고영표의 전매특허인 체인지업은 이날 롯데 타선을 춤추게 만들었다. 이날 그는 108구 가운데 48개, 전체 투구수 44.4%에 이를 정도로 많은 체인지업을 던졌다. 36개를 던진 직구보다도 많았다.
여기에 투심 패스트볼까지 던졌다. "지난 경기에서 2개 정도 던졌는데 오늘은 10개를 던졌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실제론 8개를 던졌다. 타자들의 타이밍일 빼앗기 위한 무기가 됐다. 고영표는 "따로 겨울에 준비하진 않았지만 직구와 체인지업 사이에 타이밍 빼앗을 수 있는 공이 필요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이 공은 적절하게 먹혔다. 9회말 던진 커브로 손아섭에게 홈런을 맞긴 했지만 그는 "잘 받아치신 것 같다"며 담담히 말했다.
그의 덤덤함과는 달리 팬들은 달아오르고 있었다. 7회부터 커지기 시작한 함성은 9회에 이르러선 KT의 본거지를 가득 메웠다. 그는 "잘 던지고 내려올때마다 들리는 함성에 가슴이 벅차오른다"면서 "그 함성이 커질 수 있도록 오늘 같은 투구로 앞으로 더 꾸준하게 노력하고 싶다"고 다부지게 말했다.
지난 겨울 그는 '조이뉴스24'와 인터뷰에서 "팬들을 더욱 기쁘게 만들게 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 내 유니폼을 입은 팬들이 더 많이 찾아왔으면 좋겠다"는 말로 2018시즌의 각오를 대신 했다. 이날의 완투승은 분명 그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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