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권혜림 기자] 쟁쟁한 배우들이 한데 모였다. '때깔' 좋은 영상, 고개를 까닥거리게 하는 음악의 조화는 예고와 작업기 영상만으로도 기대를 한껏 끌어올린다. 뜨겁고 근사하다. 하나부터 열까지 '비주얼버스터'라는 말이 꼭 어울리는 신작이다.
19일 서울 압구정 CGV에서 영화 '독전'(감독 이해영, 제작 용필름)의 제작보고회가 진행됐다. 연출을 맡은 이해영 감독과 배우 조진웅, 류준열, 김성령, 박해준, 차승원이 참석했다.
'독전'은 아시아를 지배하는 유령 마약 조직의 실체를 두고 펼쳐지는 독한 자들의 전쟁을 그린 범죄극이다. 여러 장르에 독특한 스타일을 창조해온 이해영 감독과 영화 '친절한 금자씨' '박쥐' '아가씨' 각본을 맡았던 정서경 작가가 시나리오 협업을 이뤘다.
조진웅은 실체 없는 유령 마약 조직을 잡기 위해 모든 것을 건 마약수사대 형사 원호로 분했다. 류준열은 마약 제조 공장 폭발사고 후 원호를 만나게 된 락 역을 맡았다. 김성령은 마약 조직의 후견인 오연옥으로, 차승원은 조직의 숨겨진 인물 브라이언으로 변신했다. 故김주혁은 아시아를 주름잡는 중국 마약시장의 거물 하림 역을, 박해준은 마약 조직의 임원 선창 역을 연기했다.
조진웅이 맡은 원호 역은 '독전' 서사의 흐름과 궤를 함께 하는 캐릭터다. 사건의 내막을 향해 달려가는 원호가 다른 주요 인물들을 차례로 만나며 벌어지는 이야기가 영화의 줄기다.
그간 여러 영화 뿐 아니라 드라마에서도 형사 역을 맡은 바 있는 조진웅은 "내가 대한민국에서 형사, 경찰 역을 좀 했던 사람인데 마약과 만나는 순간은 조금 다른 것 같더라"며 "그래도 정의를 수호하려 불철주야 움직이는 사람인 것은 맞다. (게임 한 판을) 깨고 나면 아이템이 없는 것 같은 흐름"이라고 말했다.
실제 형사들을 통해 배역을 그리기 위한 힌트를 얻었는지 묻자 "기존 작품을 할 때는 같이 합숙을 하기도 했고 선배 중에 실제 강력반 형사도 있었기 때문에 참고했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엔 달랐다. 형사가 수사하는 팀 자체가 그렇게 조직적으로 움직이는데, 원호라는 인물은 누굴 롤모델로 할 필요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조진웅은 "이 사건을 해결해 나가면서 (본인이) 본인 속으로 들어오기 때문에 원호와 원호의 싸움이 된다"며 "그 안에서 지는 경우가 많은데 원호에게 져도 캐릭터가 나가지 못하는 게 아니다. 이상한 집착이 생긴다"고 말한 뒤 "내가 누구인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도 날아가버린다. 마치 '당신은 왜 삽니까'라는 질문 같은 것"이라고 말해 궁금증을 자아냈다.
류준열은 "어릴 때부터 관객으로서 팬이었던 선배들과 작품을 해 기쁘게 생각한다"며 "이야기 자체가 치열하고 독하고 일상과 동떨어져 있지만 한편으로 가까운 세상을 사는 각자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재밌게 시나리오를 봤고 함께 할 수 있었다"고 답했다.
차승원은 '독전'에 출연을 결정한 이유를 알리며 "(작품에 대해) 길게 책임은 못 지고 뭔가 짧은데도 강렬하게 등장할 수 있는 영화가 뭐가 있을지 헤매고 다녔다"고 말해 웃음을 줬다.
이어 "마침 이 영화의 제작자와 친분 관계가 꽤 길게 있었다. 그렇다고 막역한 사이는 아니었다"며 "우정, 특별출연이라고 하는데 우정이 그렇게 깊진 않았다"고 재치있게 말을 이어갔다.
'독전' 속 자신의 활약을 "짧은 출연"이라고 말한 차승원은 "짧고 강렬하고 뇌리에 남는 영화를 찾던 중 이 역할 제의를 받고 덥석 물었다"며 "영화에 대해서 잘 모른다. 열심히 찍은 것은 맞다. 찍고 나니 우정이 생기고 돈독해져서 제작자의 다음 영화도 출연하기로 할 정도가 됐다"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마약조직 임원 선창 역 박해준은 "대본을 재밌게 봤다. 캐릭터들이 살아있었다"며 "조진웅과 '화이:괴물을 삼킨 아이' 이후 한 번 더 만나 맥주도 한 잔 하려고 했는데 조진웅이 다이어트를 해야 해서 못 마셨다"고 말하며 웃었다.
영화는 '천하장사 마돈나' '페스티발' '경성학교:사라진 소녀들' 등을 통해 연출력을 자랑했던 이해영 감독의 신작이다. 특히 따뜻한 세계관이 돋보였던 '천하장사 마돈나'와 비교할 때, 새 영화 '독전'은 감독의 새로운 시도라 할 만하다.
감독은 "('독전'에서도) 놀랍도록 따뜻한 순간이 있을 것"이라며 "'깜짝 놀랄만큼'이다"라고 말했다. 그간의 작업과 다른 스타일의 작품을 선보이게 된 것에 대해선 "처음엔 대단한 계산을 하거나 재거나 하지 않았다"며 "이 아이템과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때 본능적으로 끌렸다. 강렬하게 마음으로 너무나 한번 만들어보고 싶은 이야기였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제가 시나리오를 쓰거나 연출한 전작들과 너무 궤가 다른 작품이어서, '독전'의 시나리오를 쓰고 촬영하면서는 그간 쓰지 않은 뇌근육을 썼다"고 덧붙였다.
또한 감독은 "마음가짐이 아닌 실질적으로 새 영화를 만드는 것 같은 마음으로 영화 작업을 했다"며 "이 자리가 첫 연출작 '천하장사 마돈나'를 시사했던 극장인데 그 때 처럼 마이크를 잡고 이야기하니 신인이 된 것 같은 기분"이라고 특별한 소회를 알리기도 했다.
이해영 감독은 "개인적으로 전작까지의 연출작이, 길게 보면 1기까지 마무리한 작품이라면 독전은 새로운 기술을 2기로서 막 열어주는 시기 아닌가 싶다"며 "신인이라 불러달라"고 밝게 당부했다.
영화는 지난 2017년 세상을 떠난 배우 故김주혁의 유작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극 중 김주혁은 아시아를 주름잡는 중국 마약시장의 거물 하림으로 분해 외모부터 연기 스타일까지 변신을 시도했다.
이해영 감독은 김주혁과의 캐릭터 준비 과정을 떠올리며 그를 캐스팅하게 된 배경, 첫 촬영에 돌입하던 순간 등을 돌이켰다.
감독은 "김주혁이 악역도 많이 했고 강렬한 캐릭터도 많이 보여줬는데 하림 역은 그간의 캐릭터와 사뭇 다른 지점이 있었다"며 "어떻게 할지 굉장히 궁금했다. 프리프로덕션에서 김주혁 선배와 캐릭터를 이야기할 때는 저에게 주로 질문을 많이 하셨었다"고 말했다.
이어 "목소리가 클지 작을지, 탁성일지 아닐지, 피부색과 머리색 등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며 "예민한 인물이라 아주 자잘한 설정들까지 질문을 많이 하셨는데 제가 그에 답할 때마다 선배 의견은 단 한 번도 안 줬다"고 덧붙였다.
"내가 물어보면 매번 '가봐야, 해봐야 알 것 같다'고 하더라"고 말한 감독은 "전체 리딩 때도 전혀 안 보여줬었다. 현장에서 카메라가 돌아가고 첫 커트를 촬영했는데 너무 짜릿하더라"고 김주혁의 하림을 처음 만난 순간을 돌이켰다. 감독은 "엄청나서 입을 떡 벌리고 구경만 했다"며 "감독, 관객으로서 엄청난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영화는 오는 5월24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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