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권혜림 기자] 뉴욕 최고의 로펌 피어슨 하드먼에 신입 변호사 마이크 로스(패트릭 J. 아담스 분)가 입사한다. 하버드 출신만을 고용하는 이 로펌엔 날고 기는 실력의 법 전문가들이 즐비하다.
냉철한 카리스마를 지닌 대표 변호사 제시카 피어슨(지나 토레스 분)과 그가 가장 신뢰하는 변호사이자 실력에 비례하는 오만함까지 자랑하는 하비 스펙터(가브리엘 막트 분), 빼어난 두뇌와 성실함을 지녔지만 하비를 향한 열등감을 품은 변호사 루이스(릭 호프만 분) 등이 피어슨 하드먼의 명성을 일궈 온 인력들이다.
신입 변호사 마이크 로스는 천재들이 모인 이 로펌에서도 유독 눈에 띄는 존재다. 후배를 양성할 의무가 있는 시니어 파트너 변호사이면서도 남을 가르치거나 배려하는 데에 영 관심이 없던 하비 스펙터가 한 눈에 반해 채용한 신입이라는 사실도, 천부적 기억력 덕에 늘 기대 이상의 성과를 가져오는 모습도 그를 주목하게 하는 이유들이다.
하지만 마이크에겐 빛나는 천재성 외, 그를 둘러싼 모든 것을 비밀에 부쳐야 할 의무가 있다. 그는 하버드는 커녕 그 어느 법대도 졸업하지 못한 '고졸' 학력자이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는 방영 중인 미국 USA 네트워크의 드라마 '슈츠(Suits)'가 가져갈 모든 갈등의 출발이 된다.
비밀을 지켜야 할 존재는 마이크 뿐만이 아니다. 하비 역시 마이크의 정체가 '가짜 변호사'임을 알고 있다. 애초에 마이크를 피어슨 하드먼으로 데려온 이가 바로 하비다. 완벽주의자이자 무엇이든 혼자 이끌어가려는 오만함을 지닌 하비 스펙터가 이 위험천만한 일을 꾸미게 된 과정은 누구도 의도치 않았던 하비와 마이크의 운명적 만남으로부터 시작된다.
오전 10시, 피어슨 하드먼의 신입 면접이 진행 중이던 특급 호텔. 마이크 로스는 정장을 입고 서류 가방을 든 채 이 건물의 2412호에 묵고 있을 고객을 찾아 호텔에 들어선다. 평소보다 말끔하게 차려입은 마이크가 배달에 나선 물건은 다름아닌 마약이다.
대마초 운반책으로 돈을 버는 친구 트레버의 유혹적 제안을 들은둥만둥 했던 마이크지만, 지금 그에겐 자신을 키워 준 할머니의 병원비로 2만5천 달러가 필요하다. 대리 시험 아르바이트만으론 감당하기 어려운 거금이다. 결국 이 돈을 위해 위험한 거래에 나선 마이크는 변장한 채 잠복하던 경찰들의 존재를 눈치챈다. 그가 재빨리 몸을 숨긴 곳은 하필 피어슨 하드먼의 면접 장소다.
귀찮은 일을 만났다는 표정으로 신입 면접에 임하고 있던 하비는 비서 도나 폴슨(사라 라퍼티 분)에게 "꼭 나 같은 신입을 보면 신호를 하라"는 말을 남기고, "단지 경찰을 피해 이 곳에 왔으니 날 들여보내든 말든 상관 없다"고 말하는 마이크는 도나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마이크는 마침 제 때 도착하지 않은 지원자 대신 하비와 면접 아닌 면접을 보게 되고, 숨 가쁘게 달린 마이크의 손에서 버튼을 달깍대던 가방은 하비 앞에서 대마초 봉지들을 쏟아내고 만다.
마이크가 하버드 출신 지원자가 아닌, 대마초를 운반하다 경찰에 쫓겨 우연히 이 곳에 들어선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된 하비는 그를 내쫓을 생각을 하기도 전에 상대의 이야기에 흥미를 느낀다. 이 대화를 통해 하비는 마이크가 법 서적의 모든 페이지를 외웠을만큼 방대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다. 하비에겐 천재성과 자신감, 뻔뻔함을 모두 지닌 이 청년이 마치 자신의 거울상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대학 때까지 변호사를 꿈꿨지만 돈을 벌기 위해 시험 문제를 외워 팔았다 퇴학을 당했다는 이야기, 사법 시험에 합격할 수 있을지 궁금해 공부를 시작했다가 현직 변호사마저 놀랄 만한 지식을 축적하게 된 그의 사연은 말 그대로 '나 잘난 맛에' 살던 하비에게 신선하고도 흥미롭게 다가온다.
하버드 출신만을 뽑는 피어슨 하드먼의 고용 기준에서 한참이나 동떨어진 마이크지만, 결국 하비는 그에게 마음을 빼앗긴다. 마이크는 하비의 지시에 따라 가능한 모든 과거를 세탁한다. 그렇게 그는 뉴욕 최고의 로펌, 그 안에서도 '최고의 마무리 투수'로 통하는 하비 스펙터의 신입 변호사가 된다.
여기까지는 '슈츠'의 파일럿 1~2회 내용에 불과하다. 이후 전개는 비밀을 공유한 두 천재 하비와 마이크가 어떤 방식으로 사건들을 승리로 이끌고, 또 어떤 방식으로 그 비밀을 둘러싼 위기를 극복하는지 다룬다. 누구에게도 도통 의지할 줄 모르고, 안정된 사랑을 줄 줄도 받을 줄도 몰랐던 하비가 마이크를 보며 그 미성숙한 내면을 어떻게 변화시켜 나가는지도 그려진다. 자신의 곁에서 무럭무럭 성장해가는 마이크를 보며 느끼는 하비의 양가적 감정 역시 극의 주요 정서가 된다.
하비의 곁에서 빈틈없는 보조로 그의 변호를 돕는 비서 도나 폴슨, 법대 출신 법률보조관 레이첼 제인(메건 마크리 분) 역시 '슈츠'의 매력적인 인물들이다. 시즌 중반 이후 중점적으로 그려지는 마이크와 레이첼의 로맨스, 극이 흐를수록 그 과거에 대한 궁금증을 자극하는 하비와 도나의 관계에서도 눈을 떼기 어렵다.
2011년 시작돼 시즌7까지 방영된 '슈츠'에 대한 관심이 최근 더욱 뜨거워진 것은 KBS 2TV에서 한국판 '슈츠'(극본 김정민, 연출 김진우, 몬스터 유니온, 엔터미디어픽쳐스) 방송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최초로 미국의 '슈츠'를 리메이크하는 한국 '슈츠'의 캐스팅은 원작을 본 팬들에게 적잖은 만족감을 안길 만하다.
하비 스펙터를 각색한 캐릭터는 장동건이 연기한다. 매사 자신감 넘치고 오만하지만 그 모든 행동에 근거가 있어 도통 미워할 수 없는 주인공이다. 한국판 '슈츠'에선 최강석 역, 법무법인 강앤함의 파트너 변호사로 그려진다. SBS 드라마 '신사의 품격'에서 보여줬던 김도진 역을 떠올리게도 만드는 캐릭터다. 원작의 가브리엘 막트가 지닌 완벽한 외모 역시 반영된 캐스팅이라 할 법하다.
원작의 마이크 로스를 모델로 한 한국판 '슈츠'의 또 다른 주인공 고연우는 박형식이 맡았다. 천재적 기억력을 지닌 원작 캐릭터의 특징을 그대로 살린 인물이다. SBS 드라마 '상류사회'와 JTBC '힘쎈여자 도봉순' 등을 통해 명실공히 최고의 청춘스타로 거듭난 박형식 역시 원작 속 캐릭터와 높은 싱크로율을 자랑한다. 소년 같은 미소와 해사한 눈빛까지, 이 배역을 두고 상상할 수 있는 최고의 조합이다.
피어슨 하드먼의 대표 제시카 역은 한국판 '슈츠'에서 강하연 역으로 그려진다. 배우 진희경이 연기한다. 원작의 루이스를 모델로 한 채근식 역을 최귀화가 맡는다. 모든 변호사가 탐을 내는 실력파 비서 도나 역은 한국판 드라마에선 홍다함 역으로 각색됐다. 배우 채정안이 이 배역을 맡았다. 원작 속 마이크와 연인이 되는 법률보조관 레이첼 역은 김지나 역으로 각색됐다. 고성희가 이를 연기한다.
한편 한국판 '슈츠'는 오는 28일 첫 방송을 시작으로 매주 수, 목요일 밤 10시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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