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이성필 기자] "안타깝습니다."
신태용(48) 축구대표팀 감독은 중앙 수비수 겸 중앙 미드필더 장현수(26, FC도쿄)를 향한 누리꾼들의 인터넷 여론을 확인한 뒤 답답함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장현수는 지난 24일(한국시간) 영국 북아일랜드 벨파스트의 윈저 파크에서 열린 북아일랜드와 평가전에서 당시 A매치 5경기 경력에 불과한 김민재(22, 전북 현대)를 이끌고 수비에 나섰죠.
초반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권창훈(디종FCO)이 박주호(울산 현대)의 절묘한 패스를 받아 선제골을 넣으며 북아일랜드 관중들의 마음을 얼렸습니다. 하지만, 이후 두 골을 내주며 1-2로 역전패했죠.
정확도 떨어지는 골 결정력을 보여줬던 공격진이 아닌, 엉성한 수비를 보여준 장현수에게 집중됐습니다. 김민재가 상대의 세트피스 침투를 막으려고 몸을 던지다 자책골까지 넣으면서 분위기는 나빠졌고 역전골 장면에서는 두 선수의 동선이 겹치는 모습까지 보여줬습니다. 폴란드전은 수비와 미드필드 역할을 맡아 오가는 포어 리베로로 나름대로 역할을 했지만, 90분 집중력이 나오지 않아 2-3으로 졌죠.
신 감독은 "수비는 수비수만 하는 것이 아니다. 전체가 유기적으로 움직여야 한다"며 모두의 책임이라고 강조했지만, 마지막 상대 공격수에게 제쳐지는 장면만 각인 되면서 장현수가 책임을 뒤집어썼습니다. 장현수과 김민재 사이에 떨어지는 볼이 중원에서 압박이 헐거워지며 연결됐다는 연계 과정을 망각한 채 말이죠. '김민재의 기량을 장현수가 다 죽인다'는 억지 논리의 주장도 있었습니다. '기승전 장현수'라는 거죠.
장현수는 취재진이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 애타게 불렀지만, 조용히 고개를 숙이고 버스로 빠져나갔습니다. 폴란드 카토비체로 이동하는 전세기에서도 장현수는 거의 말이 없었습니다. 기성용(스완지시티)이 없으면 주장 역할을 맡아왔던 장현수의 침묵은 득보다는 독이었습니다.
카토비체 국제공항에서 짐을 찾기 위해 기다리던 신 감독에게 기자가 "컬링 대표팀처럼 핸드폰을 수거하고 외부 정보를 차단하면서 A매치를 치르거나 월드컵에 나서야 하는 것 아니냐"고 농담을 던지자 "지금은 월드컵 나가기 전 과정인데 이렇게 비판이 거세면 어떻게 뛰라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하더군요.
신 감독의 생각은 이렇습니다. "실점은 (장)현수의 문제가 아니라 전체의 문제인데 왜 그렇게 흔드는가. 이런 식으로 월드컵 나가면 더 위축된다. 실수에 대한 두려움이 생긴다. 누구보다 냉정해야 하는 수비수가 (상대와 경합하며 막는) 도전을 주저하면 팀 전체의 손해 아닌가. 장현수 혼자가 아니라 전체의 위축으로 이어진다. 지금은 보완점을 찾는 과정인데 말이다"라고 반문하더군요.
물론 장현수를 마냥 옹호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동아시아 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일본과 3차전 시작 3분 뒤 페널티지역 안에서 이토 준야의 돌파를 잡아 넘어트려 고바야시 유에게 페널티킥을 실점을 내줬습니다. 나머지 87분을 무실점 수비하며 4-1 역전승을 이끌었지만, 한 번의 실수가 너무 커 보였으니 말이죠. 압박감이 큰 경기에서 실수한다는 이미지까지 씌워지기에 충분하니까요.
비판을 수긍하면서도 빨리 잊어야 하는 것이 수비수입니다. 지난해 2월 수원 삼성 스페인 전지훈련에서 2002 한일월드컵 명수비수로 이름을 날렸던 김태영 코치에게 수비수의 역할과 운명에 대해 물은 일이 있었는데 김 코치는 그러더군요. "두들겨 맞아도 이겨내야 한다. 경기는 계속 있고 90분 동안 볼은 언제 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돌이 되어야 한다"고 하더군요. 잘해야 본전, 못하면 역적이니 마음 놓고 하라는 거죠.
폴란드전을 앞두고 훈련에는 집중하던 장현수였지만, 인터뷰는 하지 않았습니다. 취재진이 정식으로 요청해봤지만, 대표팀 관계자는 "지금은 무슨 말을 해도 비판만 받는다"며 수비 리더인 장현수에 대한 측은지심을 전하더군요. 팀의 구심점을 인터뷰 한 번으로 잃고 싶지 않다는 겁니다.
장현수는 이전 대표팀부터 지금까지 험한 일을 마다치 않았습니다. 측면 수비수, 중앙 수비수, 증앙 미드필더까지 소화하는 전천후 입니다. 대다수 감독이 좋아하는 성실한 자원입니다. 2014 브라질월드컵 경험이 있는 홍정호(전북 현대)가 폴란드전에서 완벽하지 않은 몸 상태를 보여줬고 김민재는 부상입니다. 윤영선(상주 상무)이 후반에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줬는데 그의 옆에는 장현수가 있었습니다. A매치 다섯 번째 출전이라는 경험 부족을 49경기의 장현수가 보완한 겁니다.
폴란드전이 끝난 뒤 수비수 출신의 한 K리그 지도자는 기자에게 메시지를 보내왔습니다. "내가 대표팀 감독이라면 수비진은 지금 멤버에서 부상이나 기량 저하가 있지 않은 이상 큰 변화를 주지 않고 갈 것 같다. 3개월 사이에 초대형 수비수가 나타나면 내가 영입하겠다. 장현수를 빼면 누가 월드컵처럼 중압감이 큰 대회에서 리드하겠는가. 김영권(광저우 에버그란데)도 여론으로 잃었는데"라고 하더군요.
냉정하게 판단해 장현수는 개인 신상에 큰일이 있지 않은 이상 최종 명단에 들지 않을까 예측해봅니다. 현재 수비진 중 A매치 경력이 가장 많습니다. 그가 월드컵에 간다면, 가서 어떤 모습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판단해도 늦지 않을까요. 원정 월드컵에 버금가는 두 번의 유럽 원정 경험이 어떻게 본선에서 쓰일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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