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이성필 기자] 마치 전일본피겨선수권대회나 국제빙상경기연맹(ISU) 그랑프리 시리즈 중 하나인 NHK 트로피를 보는 느낌이었다.
17일 강원도 강릉 아이스아레나, 2018 평창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에서는 일본의 홈 아닌 홈 경기가 열렸다. 하뉴 유즈루(일본)가 317.85점(쇼트프로그램 111.68점, 프리스케이팅 206.17점)을 받아 금메달을 차지했다.
은메달도 우노 쇼마(일본)가 가져갔다. 306.90점(쇼트 104.17점, 프리 202.73점)을 받았다. 일본의 올림픽 출전 사상 피겨 동반 금, 은메달이다.
경기 시작 전부터 분위기는 일본으로 기울어졌다. 일장기 물결이 가득했다. 다나카 게이지가 일본 선수 중 가장 먼저 나오자 함성이 쏟아졌다. 하뉴나 우노에게 지르는 수준은 아니었지만, 일장기가 가득한 풍경 그 자체로도 충분했다.
관중 상당수는 일본 팬들이었다. 하뉴가 좋아한다고 알려진 곰돌이 푸 인형을 들고 있거나 모자 형태로 머리에 쓰고 온 팬들이 많이 보였다. 이번 대회 피겨 관중의 절반은 일본이 차지했다. 단체부터 개별 관중이 많았다. 일본의 메달 가능성이 가장 높은 종목이라는 점에서 더 그랬다.
이미 지난해 2월 같은 장소에서 열린 사대륙선수권대회에서 일본의 위력을 확인한 바 있다. 당시 하뉴를 보기 위해 무려 4천명이 넘는 관중이 국내 또는 일본에서 원정 응원을 왔다. 덩달아 숙소 가격도 폭등하는 등 부가 효과를 가져왔다.
이번에도 같았다. 24명 중 22번째로 하뉴가 등장하자 일장기가 관중석을 뒤덮었다. 일본 내에서 치르는 대회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하뉴가 열정적인 연기를 끝내자 관중석에서는 푸 인형이 비 오듯 떨어졌다. 보조 요원으로 나선 어린 파겨 선수들이 빙판에 떨어진 인형을 줍느라 꽤 많은 시간을 보냈다. 바로 뒷순서인 하비에르 페르난데스는 어정쩡한 자세로 있다가 인형이 많이 사라지고 나서야 빙판을 돌 수 있었다.
가장 마지막에 우노가 등장했고 역시 관중의 함성이 커졌다. 연기 후에는 기립 박수를 치는 다수 관중이 보였다. 최선을 다한 우노에게 이름을 외치는 관중이 많았다.
압권은 우노의 성적 발표였다. 우노가 1.66점 차이로 페르난데스에게 역전극을 벌이며 은메달이 확정되고 하뉴의 올림픽 2연패가 결정되는 순간 경기장의 함성은 한국 관중들이 쇼트트랙에서 금메달로 환호하는 것 이상이었다.
빙판에는 간단한 축하 시상식이 열렸다. 일본 관중들은 마음껏 기쁨을 즐겼다. 그야말로 일본의 해방구였던 아이스아레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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