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유지희 기자]
(본문에는 영화의 결말에 대한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베일을 벗은 영화 '블랙 팬서'는 '마블스럽지' 않다. '마블의 가장 혁신적인 히어로가 온다'는 작품 소개 문구처럼 그간 마블 영화에서 볼 수 없던 모습이 가득하다. 하지만 마블 영화만의 특징을 기대한다면 실망할 수 있는 히어로물이다.
'블랙 팬서'(감독 라이언 쿠글러, 수입 배급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는 지구에서 가장 강한 희귀 금속 비브라늄을 보유한 와칸다 국왕 블랙 팬서 티찰라(채드윅 보스만 분)가 비브라늄을 노리는 새로운 강적들의 위협에 맞서는 내용이다. 올해 10주년을 맞이한 마블 스튜디오가 내놓는 히어로 영화 3편 중 첫 주자.
티찰라가 다스리는 곳, 와칸다 왕국은 대외적으로 전세계 최빈국 중 하나로 꼽히지만 실상은 전혀 다르다. 비브라늄을 다량 보유한 와칸다는 가장 기술이 발달한 최첨단 국가. 영화는 광활한 사막이 끝없이 펼쳐지는 가난한 와칸다와 상상 속에만 있을 법한 신세계 와칸다의 모습을 대비한다. 극과 극의 모습이 빠르게 교차돼 자연미와 인공미는 극대화된다.
영화는 마블 최초의 흑인 히어로 솔로 무비. 주요 인물 중 율리시스 클로(앤디 서키스 분)와 에버렛 로스(마틴 프리먼 분)를 제외하고 모두 흑인이 등장하는 마블 작품을 보는 느낌은 꽤 신선하다. 또 티찰라 옛 연인이자 여전사 나키아(루피타 뇽 분), 충실한 호위전사 오코예(다나이 구리라 분)와 같은 강인한 여성뿐 아니라 비상한 과학자 공주 슈리(레티티아 라이트 분)가 등장, 다양하고 많은 여성 캐릭터를 만끽할 수 있는 점은 '마블 팬서'의 미덕이다.
가장 눈길을 사로잡는 장면은 우리나라 부산에서 벌어지는 액션이다. 티찰라와 여성 전사들은 비브라늄을 지키기 위해 부산을 찾아 첩보 액션과 카체이싱을 펼친다. 부산 광안리 해변, 광안대교 등의 가로등 불빛과 형광색을 띠는 자동차의 색 조합은 화려하다. 이를 배경으로 질주하는 자동차 위에 납작 엎드린 블랙 팬서의 모습은 스펙터클하다. 빠른 비트의 힙합 곡까지 어우러져, 이 장면들은 스크린 밖까지 짜릿한 속도감을 전한다.
하지만 이를 제외하곤 '블랙 팬서'는 마블 영화만의 큰 스케일과 액션 쾌감 등을 느끼기에는 부족한 작품이다. 블랙 팬서 티찰라가 율리시스 클로·숙적 에릭 킬몽거(마이클 B. 조던 분)와 대결하는 맨몸 격투 신은 큰 긴장감과 타격감을 전하지 않는다. 극의 절정에서는 공중·지상·지하 3곳에서 전투 액션이 펼쳐지지만 스릴감을 일으키기엔 모두 역부족이다. 큰 한방 없이 작은 액션 신들이 병렬적으로 나열될 뿐이다.
영화는 블랙 팬서가 히어로로 본격 활약하기 전을 그린 프리뷰. 티찰라가 세계를 지키는 히어로로 거듭나는 과정은 기존 마블 영화에서 보여준 선과 악의 이분법이 아닌 이념 대결 속에서 그려진다. 그와 에릭 킬몽거 간의 갈등은 실존 인물이자 흑인 운동 지도자 마틴 루터 킹과 말콤 엑스를 떠오르게 한다. 블랙 팬서의 대립각에 있는 에릭 킬몽거의 행위 동기를 무조건 악하다고만 평가할 수 없는 이유다.
이런 서사를 마블 영화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은 새롭다. 하지만 선과 악의 대결 속에서 그려진 히어로가 익숙한 관객이라면 주인공 블랙 팬서에게 쉽게 감정 이입될 수 없는 지점이다. 에릭 킬몽거의 몰락에서 통쾌함만을 느낄 수 없기 때문. 게다가 에릭 킬몽거는 티찰라를 위험에 빠뜨리지만 어떤 초인적 능력을 크게 발휘하진 않는다. 이런 캐릭터에 맞서는 블랙 팬서, 티찰라의 힘 또한 '굳이' 강인하게 그려지지 않는다. '블랙 팬서'가 마블 영화스럽지 않은 또 다른 대목이다.
한편 '블랙 팬서'는 오는 14일 개봉한다. 러닝타임은 135분, 쿠키 영상은 2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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