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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한번볼래?]'올 더 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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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3세 유괴 실화 영화화… 리들리 스콧 신작

[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1973년 이탈리아 로마. 머리카락을 어깨까지 늘어뜨린 채 호기심어린 눈으로 밤거리를 걷던 16세 소년 폴(찰리 플러머 분)이 마피아에 납치된다. 소년을 감금한 이들은 곧 아이의 엄마에게 전화를 걸고, 1천700만 달러(한화 약 186억 원)라는 어마어마한 몸값을 요구한다.

도무지 협상이 이뤄질 수 없을 것 같은 액수지만, 소년의 집안에 대해 말하자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폴은 석유 재벌 J. 폴 게티(크리스토퍼 플러머 분)의 손자다. 고가의 예술품들을 수집하는 것을 취미로 삼아 온 세계 최고의 부호 게티 1세라면, 사랑스런 손자를 위해 수억만금이라도 내놓을 것만 같다. 게티 3세인 폴을 납치한 마피아들도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게티는 폴의 몸값으로 단 한 푼도 지불할 수 없다고 통보한다. 남편과 이혼한 후 아이들과 함께 살아 온 폴의 엄마 게일(미셸 윌리엄스 분)의 애원에도, 게티는 요지부동이다.

세계 최고의 부자이면서 '여윳돈이 없다'며 몸값 지불을 거부하는 게티, 자극적 이슈에만 주목하는 언론과 편견에 젖은 경찰에 둘러싸여 아들을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게일, 게티의 고용인이자 게일의 조력자가 돼 몸값 협상에 나서는 전직 CIA 요원 플레처(마크 월버그 분), 납치된 수 개월 간 끔찍한 고립감을 느끼는 폴의 이야기가 영화 ’올 더 머니'(감독 리들리 스콧, 수입 배급 판씨네마)의 줄거리다.

놀랍게도 영화가 소재로 삼은 사건은 실화다. J. 폴 게티 3세 유괴사건을 바탕으로 했다. 주요 인물들의 성격을 영화적으로 가공했지만 세계 최고의 부호이면서도 손자의 몸값을 내지 않겠다고 선언한 J. 폴 게티의 캐릭터, 세상 모든 관계를 오로지 금전적 가치와 결부짓는 그의 성격은 모티프가 된 실제 사건에서도, 영화 '올 더 머니' 속에서도 갈등의 중심이 된다.

게티가 "내겐 14명의 손주가 있고, 지금 유괴범들에게 돈을 준다면 13명의 유괴된 손주들을 더 보게 될 것"이라며 몸값을 주지 않겠다고 발표하자 게일은 플레처와 함께 차선책을 찾아 나선다. 이혼 당시 양육권을 가져오며 재산 분할을 포기한 게일은 마피아가 요구한 몸값을 감당할 수 없지만, 돈만을 좇아 살아 온 게티가 쉽게 마음을 바꾸지 않을 것이란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영화는 아들을 구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는 게일과 수 개월 간 몸값을 주지 않고 굳건히 버티는 게티의 모습을 교차하듯 보여준다. 손자의 목숨보다 부의 가치를 위에 두는 게티의 결정들이 이 과정을 통해 내적 설득력을 얻는다. 어린 손자의 손을 잡고 걷던, 자신 역시 손자를 사랑한다고 말하던 게티가 어떤 논리로 손자의 목숨값 앞에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는지, 이 비정한 부호의 가치관을 영화는 완결적으로 그려낸다.

부를 향한 끝 모르는 집착과 인간을 향한 불신이 뒤섞인 게티의 인생은 하나의 사건 앞에 시처럼 펼쳐진다. '부자로 사는 것'은 '부자가 되는 것'보다 어떻게 더 어려운지, 상상한 모든 것을 이룰 수 있게 된 부자들이 수많은 자유 앞에서 어떤 실수들을 하는지, 그 안에서 가족과의 관계를 망치지 않는 일이란 얼마나 어려운지, 영화는 게티의 대사와 행동이 만들어내는 역설을 통해 부의 배설물이 때로 불행의 얼굴을 하고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

또 하나의 흥미로운 지점은 영화가 취하는 갈등 구도의 유연성이다. '게티 대 게일'로 출발한 갈등은 점차 '게일 대 마피아' '마피아 대 게티' '게티 대 플레처' 등 다채로운 모양새로 전화한다. 특히 '마피아 대 게티'의 구도는 '소년을 납치한 마피아와 손자를 구하는 데 소극적인 할아버지 중 누가 더 나쁜가'라는 궤변론적 고민까지 안긴다. 범죄를 저지르고 있는 것은 마피아인데, 되려 환멸스러운 쪽은 손자의 값어치를 돈으로 환산하며 예술품을 거래하듯 흥정하는 게티이기 때문이다.

배우들의 연기에는 빈 틈이 없다. 미셸 윌리엄스는 절망과 위기를 겪는 어머니의 모습에 더해 아이의 할아버지를 향한 복잡한 감정 역시 그려냈다. 영화의 마지막을 꽉 채운 그의 오묘한 눈빛은 관객을 공명시키기 충분하다.

무엇보다 놀라운 활약을 보여준 배우는 아흔을 바라보는 대배우 크리스토퍼 플러머다. 인간미라곤 찾아볼 수 없는 부호 게티 역을 연기한 그는 큰 표정 변화 없이도 인물의 정서로 스크린을 꽉 채워낸다. 마크 월버그와 마주해 팽팽한 기운을 주고받은 후반부의 시퀀스는 명장면이라 부르기에 손색없다. 그가 돌아서 읊조리는 몇 마디의 혼잣말은 게티라는 인물을 이해할 수 있는 가장 명료한 단서가 된다.

영화는 애초 게티 역을 연기한 배우 케빈 스페이시가 성추문의 중심에 서며 캐스팅을 변경했다. 크리스토퍼 플러머가 게티를 다시 연기하게 되면서 개봉 일정을 앞두고 대대적인 재촬영을 감행했다. 이런 우여곡절 끝에도 완성도 높은 수작을 내놓은 이는 세계적 거장 감독 리들리 스콧이다. 역시 아무나 거장이라 불리는 것은 아니다.

'올 더 머니'는 평단의 호평을 얻으며 제75회 골든글로브 시상식 주요 3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됐다. 오는 2월1일 개봉한다.

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lima@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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