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김양수기자] 작품의 완성도를 비단 시청률과 화제성으로만 판단할 수 있을까. 흥미로운 소재와 전개, 감각적인 영상미, 배우들의 열연까지 3박자를 고루 갖췄지만 시청자들에게 아쉽게 외면을 받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그런 의미에서 여러모로 아쉬운 작품이 바로 MBC 수목드라마 '로봇이 아니야'다.
'로봇이 아니야'(극본 김선미 이석준, 연출 정대윤 박승우)는 인간 알러지를 앓고 있는 남자가 로봇을 연기하는 여자를 만나 병을 치유하고 사랑에 빠지는 과정을 그린 로맨스 드라마. 지난 12월6일 첫 선을 보인 32부작 드라마 '로봇이 아니야'는 이미 중반부를 넘어섰고, 11일 21회와 22회 방송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로봇이 아니야'의 최고시청률은 4.5%(2회, 12월6일 방송), 최저시청률은 2.4%(13회, 12월27일)다.(닐슨코리아, 전국기준) 드라마의 재미와 흥미를 고려한다면 아쉽기 짝이 없는 수치다.
'로봇이 아니야'는 한국인이 좋아하는 모든 로맨스 요소를 담아냈다. 드라마의 주인공은 잘 생기고 돈 많은 재벌 김민규(유승호 분), 오뚜기같은 근성을 가진 캔디형 여주인공 조지아(채수빈 분), 그리고 천재 과학자이자 지아를 잊지 못하는 전 남자친구 홍백균(엄기준 분) 등이다. 이들은 휴머노이드 로봇 아지3의 고장을 계기로 한데 얽히고 설키며 서로의 감정을 확인한다. 설정은 다소 황당무계하다. 하지만 배우들의 안정적인 연기력과 비현실적인 외모는 이러한 불가능성도 뛰어넘게 만든다.
하지만 '로봇이 아니야'를 단순한 로맨스 드라마로만 치부하기엔 아깝다. 드라마는 사람과 사람의 진정한 관계에 대해 말한다. 지금 TV를 보고 있는 당신에게 마음을 나누고, 진심을 다할 사람이 있는지 묻는다. 상처받기 두려워서 자기 보호막을 두텁게 쌓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다시 손을 내밀어 보라'고 제안한다. 그런 의미에서 '로봇이 아니야'는 가슴 따뜻하고, 교육적이기까지 한 휴먼 드라마다.
드라마에서 가장 빛나는 활약을 펼치는 건 채수빈이다. 로봇과 인간을 넘나들며 1인2역을 무리없이 소화하고 있다. 상큼하면서도 사랑스럽고, 털털한 듯 자연스럽다. 극 초반엔 추운 날씨에도 얇디 얇은 핑크색 원피스 한벌로 드라마를 종횡무진해 시청자들의 안타까움을 사기도 했다. 2017년에 이어 올해 역시 브라운관에서 맹활약할 여배우로 주목할 만하다.
유승호의 존재감 역시 빼놓을 수 없다. 그중 가장 열일하는 건 빛나는 외모다. 유승호는 아역시절부터 갈고닦은 탄탄한 연기력에 깎아 놓은 듯한 외모와 꽃미소로 여심을 홀리고 있다. 극중 민규는 괴팍한 성격의 '삼단봉'으로 알려져 있지만 알고보면 따뜻한 남자다. 시청자들은 지아가 민규에게 빠져드는 순간순간에 함께 몰입하며 어느새 두 사람의 핑크빛 로맨스를 함께 응원하고 있다.
두 사람이 드라마의 방향을 조정한다면, 수많은 조연군단은 극을 탄탄하게 만들고 있다. 전 여친의 감정을 알면서도 '키다리 아저씨'처럼 도와주는 백균, 그런 백균의 뒷모습을 남다른 감정으로 바라보는 파이(박세완 분), 그리고 어설퍼 보이지만 알고보면 천재인 '산타마리아' 팀의 혹탈(송재룡 분), 싼입(김민규 분)은 매회 시청자들에게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선사한다.
주요배역은 아니지만 비밀요원 마이애미(김기두 분)와 알프스(최동구 분)는 드라마의 웃음을 담당하고 있고, KM금융 대표이자 민규의 동창 황유철(강기영 분)과 그의 아버지 황도원(손병호 분)은 드라마 속 유일한 악역으로 활약 중이다.
지난 방송에서 민규는 아지3(조지아)를 사랑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지아는 진실(로봇이 아닌 사람이라는)을 밝히려 하지만 민규의 인간알러지가 재발할 수 있다는 의사의 소견에 눈물과 함께 말을 삼켰다. 그런 두 사람이 기차 안에서 재회했다. 과연 두 사람은 로봇과 인간이라는 한계를 뛰어넘어 진실한 관계로 거듭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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