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배우 박정민이 영화 '동주'로 신인상을 휩쓴 이후의 일상들을 돌아봤다. 큰 시상식에서 연이어 받은 트로피들의 무게가 묵직하게 느껴졌을 법도 한데 정작 삶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이 박정민의 이야기다. 부지런히 연기를 하고, 때로 무엇을 위해 이렇게 바쁘게 살고 있는지 고민하기도 하면서, 박정민은 여전히 진득하고 또 치열하게 살고 있었다.
4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감독 최성현, 제작 ㈜JK필름)의 개봉을 앞둔 배우 박정민의 라운드 인터뷰가 진행됐다.
'그것만이 내 세상'은 주먹만 믿고 살아온 한물간 전직 복서 조하와 엄마만 믿고 살아온 서번트증후군 동생 진태, 살아온 곳도 잘하는 일도 좋아하는 것도 다른 두 형제가 난생처음 만나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극 중 박정민은 진태 역을 연기했다.
지난 2016년 개봉한 이준익 감독의 영화 '동주'를 통해 박정민은 자신의 이름을 더욱 많은 관객들에게 알리는 데 성공했다. 실존 인물인 송몽규로 분해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 그에게, 영화계는 여러 개의 신인상 트로피를 안겼다. 수상 후의 삶이 바뀌었는지 묻자 박정민은 "전혀. 놀라울만큼 하나도 바뀌지 않았다"고 말해 웃음을 줬다.
"일은 조금 하고 있는데, (일이 많아진 것이) 상과 '동주' 덕분이라고 결론을 냈어요. 2017년을 진짜 바쁘게 소처럼 일했는데, 어느날 집에서 자리를 잡고 오랜 시간 고민한 적이 있어요. '내가 왜 이렇게, 무슨 계기로 갑자기 일을 하고 있는 거지?'라는 의구심이 들더라고요. 큰 계기가 없는데 말이에요. '대박' 난 영화에 출연한 것도 아니고, ('동주'가) '천만 영화'도 아니었고, 드라마에서 대중적 인지도를 얻은 것도 아닌데 말이죠."
몇 시간 가만히 앉아 이런 고민을 했다는 박정민은 "아무래도 모르겠더라. 불안한 마음도 있고, (이 모든 것이) 언제 사그라들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 굉장히 위험한 상태라는 생각이 들었다"고도 고백했다. 그가 받고 있는 지금의 스포트라이트가, 밀려오는 시나리오들이, 어느 순간 없었던 일이 될 수도 있다는 것에 대한 고민으로 들렸다.
"결국 '동주'가 많이 도와줬다는 생각으로 일을 하고 있어요. 그렇지만 그 날 하루는 그게 정말 큰 고민거리였어요. 지금 떠올리면 쓸데없는 고민을 한 것 같기도 하고 '옛날 일 생각해서 뭐해, 하던 거나 열심히 하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웃음), 그날은 그랬어요."
배우로서의 행보를 비롯해 여러 고민들이 머리를 어지럽힐 때 누구에게 조언을 구하는지에도 답했다. 그는 "이준익 감독에게 많이 말한다. '파수꾼'의 윤성현 감독에게도 조언을 구하고, 배우들 중에는 배성우에게 제일 이야기를 많이 한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배성우와) 잘 지내야 한다. 나에 대해 너무 많은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서로 많은 것을 알고 있다"고 말하며 웃어보였다.
'동주'로 얻은 호평 후 부지런히 여러 작품에 참여하며 난데없는 불안감을 느꼈다고 고백한 그는 지금도 문득 비슷한 감정들을 느끼곤 한다. 박정민은 "일이 너무 없어서 고민하고 힘들어했던 예전의 순간이 다시 찾아올지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문득 든다"며 "그래서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한다. 모든 사람들이 그렇듯 가끔 정신을 놓을 때가 있고, 그럴 때마다 무너지려 하니, 매번 예전의 고비들을 생각하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사람이 참 간사한 게, 일이 없을 땐 없다고, 많을 땐 많다고 힘들어하잖아요. 돌이켜보면 참 건방진 생각이더라고요.(웃음) 지금은 재밌게 일하고 있어요. 지금 찍는 영화 '사바하' 현장도 재밌고요. 즐기면서 작업을 하는 게 최고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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