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이미영기자] " 이제, 겨우, 고작, 단지, 사람 한 명 바뀌었을 뿐인데 공기가 달라진 것 같아요."
MBC에 새 사장이 왔다. 내부에서 '개혁'을 외쳤던 만큼, 연말 시상식도 변화가 있었다. 대상 시상자로 26년차 무명배우 최교식이 올랐고, 최승호 사장은 무대 아래 있었다. 대상은 더이상 시청자 투표로 뽑는 '인기상'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지나친 수상 남발과 쏠림 현상, 수고한 일부 배우들의 무관 등으로 그 영광이 빛을 바랬다.
지난 30일 오후 서울 상암 MBC에서 '2017 MBC 연기대상' 시상식이 열렸다. 경영진 교체 후 열리는 첫 시상식이었다.
대상 후보로'역적' 김상중, '죽어야 사는 남자' 최민수, '당신은 너무합니다' 엄정화, '병원선' 하지원, '군주' 유승호와 허준호, '투깝스' 조정석, '돈꽃' 장혁 등이 이름을 올린 가운데 대상은 김상중에게 돌아갔다.
MBC는 최고 영예상인 대상을 100% 시청자 투표에 맡겼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전문가 투표로 선정했다. '역적'에서 최고의 연기로 울림을 선사했던 만큼, 이견 없는 대상이었다. '역적'은 이날 대상을 포함해 올해의드라마상 등 총 8관왕에 오르며 상을 싹쓸이 했다.
김상중은 "드라마 '역적' 이야기를 하려 치면, 정치적 발언, 개념성 발언을 안할 수 없다. 하지만 오늘은 생략하겠다. 대신, 백성이 주인인 나라 그 나라에서 백성의 아픔을 뜨겁게 절절하게 연기하신. 드라마 엔딩 장식해주신 최교식 님의 모습이 드라마 '역적'의 주제였다. 다시 한 번 최교식 님께 박수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김상중은 "누군가에게는 나이가 선물일 수도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짐이 될 수 있다. 내 경우 한 살 한 살 나이 먹어가면서, 배우로서 배우는 즐거움, 사람을 대하는 유연함 등 감사드려야 할 게 너무 맣다. 한살 더 먹는 게 나에게는 선물이다. 여러분의 한 살 더 먹은 나이도 선물이기를 기원한다. 나도 어느덧 선배축에 끼고 있다. 대접받는 선배가 아니라 모범 되는 선배 되겠다. 감사하다"고 진정성 있는 소감을 전했다. '역적'을 함께 한 배우들도 박수를 보냈다.
이날 시상식은 경영진이 바뀌고 처음 열리는 연말 시상식이었던 만큼, '개혁'에 대한 노력이 엿보였다.
대상 시상자로 사장이 아닌, 26년차 무명배우 최교식이 오르는 '파격적인' 그림을 연출했다. 스스로를 "무명 단역배우"라고 소개한 최교식은 "연기하면서 시상식에 온 건 처음이다. 가문의 영광"이라면서 "나도 현장에서 먼지 마시며 땀 흘릴 때가 가장 보람차고 뿌듯하다. 지금도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자기 땀을 흘리고 있는 무명배우들이 많다. 우리 주변에 묵묵히 자기 일을 하는 분들이 많다. 그런 분들이 스포트라이트 받을 수 있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상 수상 방식도 달라졌다. 대상은 수 년간 시청자 투표로 선정돼 '인기상'이라는 지적도 많았다. 올해는 전문가 투표로 공정성을 꾀했고, 논란 없는 대상 수상자가 나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아쉬운 그림들도 많았다. 그간 연말 시상식은 '나눠먹기'와 공동수상이라는 고질병을 앓아왔다. 이날 시상식도 그 폐혜를 피해가진 못했다. 이날 연기대상은 시상 내역을 지나치게 세분화 해 상을 남발하면서 지루함을 안겼다.
MBC는 지난해까지 우수상과 최우수상을 연속극과 미니시리즈, 특별기획드라마로 쪼개어 수상했다. 올해는 아예 월화극 부문이 더 늘었다.
이날 최우수연기상을 살펴보면, 특별기획 부문 '돈꽃' 장혁과 이미숙, 미니시리즈 부문 '군주' 유승호, '병원선' 하지원, 연속극 부문 '돌아온 복단지' 고세원, '행복을 주는 사람' 김미경, 월화극 부문 '20세기 소년소녀' 김지석과 '투깝스' 조정석, '역적' 이하늬 등 무려 9명의 수상자를 쏟아냈다.
우수연기상 역시 특별기획 부문은 '돈꽃' 장승조, '당신은 너무합니다' 장희진, 미니시리즈 부문은 '죽어야 사는 남자' 신성록과 '자체발광오피스' 한선화가, 연속극 부문은 '별별며느리' 강경준과 '돌아온 복단지' 송선미가, 월화극 부문은 '역적' 채수빈, '투깝스' 김선호 등 8명의 배우가 수상했다.
연말 시상식이 잔치의 의미가 강한 만큼 1년 동안 MBC 드라마를 이끈 출연자들에게 감사를 표하고 누구 하나 서운하지 않게 배려하려는 마음을 모르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시청자들이 공감하지 못하는 수상이 지루하게 이어지면서 긴장감은 떨어졌고, 감동은 반감됐다.
이 와중에도 일부 드라마에 수상자 쏠림 현상이 나타나면서 되려 '찬밥' 신세로 전락한 듯 보이는 드라마도 있었다. 올해 MBC 미니시리즈 중 가장 좋은 성적을 냈던 '죽어야 사는 남자'의 경우 신성록이 우수상을 수상했을 뿐, 호평 받은 최민수 강예원 등은 무관에 그치며 시청자들의 아쉬움을 자아냈다. 일부 드라마의 경우도 '생색내기' 수상에 그쳤다며 푸대접을 불평하는 시청자들도 많았다.
반면 8관왕에 오른 '역적'은 정작 주인공 윤균상의 무관으로 시청자들의 불만을 샀다. 상의 지나친 남발이, 상을 받지 못한 이들에 대한 '홀대'를 부각 시키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한 것. 윤균상은 시상식장이 아닌 SNS에서 '역적' 팀에 축하 인사를 전했다. 특히 올해 시상식은 경영진의 교체와 함께 변혁에 대한 의지와 노력이 엿보였기에, '변하지 않은' 그림들이 더욱 아쉬웠다. 내년 연말 시상식은 좀 달라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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