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월드컵은) 누구나 나가고 싶어 하죠. 좋은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습니다."
올해 K리거 중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된 미드필더 이재성(25, 전북 현대) 다음으로 가장 주목을 받은 인물은 골키퍼 조현우(26, 대구FC)다. K리그 팬들에게는 조현우의 선방이 익숙하지만, 축구대표팀을 통해 본 팬들은 신선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조현우는 김승규(빗셀 고베), 김진현(세레소 오사카), 권순태(가시마 앤틀러스) 체제로 돌아가던 골키퍼 경쟁을 일거에 흔들었다. 정성룡(가와사키 프론탈레)이 부상 등으로 이탈한 사이 조현우는 지난 6월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카타르 원정에 비주전을 상징하는 3번 골키퍼로 등장하며 조금씩 존재감을 알렸다.
꾸준히 소집됐던 조현우에게는 본선 진출이 확정되고 해외파로만 치른 10월 원정을 지난 11월 콜롬비아, 세르비아와의 A매치 2연전에서야 기회를 얻었다. 세르비아전 선발로 나서서 눈부신 선방쇼를 펼쳤다. 일거에 대표팀 수문장 경쟁을 흔들었다.
세르비아가 장신에 피지컬이 좋은 선수들이 많아 쉬운 상대가 아님에도 예리한 프리킥을 막아내는 등 놀라운 반사신경을 보여줬다. 반응 속도가 워낙 빨라 인터넷 동영상 사이트에서는 조현우의 선방이 화제가 됐다.
세르비아전의 활약은 12월 일본에서 열린 2017 동아시아 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으로 이어졌다. 조현우는 북한과의 2차전에 나서 많은 일을 하지 않았지만 3차전 일본전과의 라이벌전에 선발 수문장으로 나서 가와마타 겐고의 헤더 슈팅을 선방하는 등 놀라운 집중력을 보여주며 4-1 승리와 우승에 공헌했다. 세 번째 A매치에 일본이라는 부담스러운 경기에서 활약이라 더 돋보였다.
2015년 11월 월드컵 3차 예선 라오스전에 부름을 받았던 조현우지만 본격적인 경쟁은 올해부터였다. K리그 최고 골키퍼라는 평가를 받으며 프로 입문 5년 만에 베스트11 골키퍼 부문의 주인공이 되는 영광도 얻었다.
올해 연말은 2013년 프로 입문 이래 가장 바쁘다. 대구의 클래식 잔류에 공헌했고 A대표팀에 다녀오면서 얼굴도 많이 알려졌다. 시상식과 홍명보 자선 경기에도 참석하고 각종 행사에 부름 받고 있다. 대구 관계자는 "구단으로 조현우에 대한 행사, 인터뷰 등 섭외 요청이 정말 많이 들어온다. 팀에 국가대표 한 명의 존재가 크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고 전했다.
조현우는 팬들에게 감사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스페인 국가대표 수문장인 다비드 데 헤아의 이름에 빗대 '대구 대헤아'라 불리는 등 시쳇말로 전국구로 떠오르고 있다. 체형과 움직임비 비슷하다는 이유도 있다.
이를 모르지 않는 조현우는 "주위에서 모두가 도와줘서 좋은 시즌을 보냈다. 보답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며 "지금이 끝이 아니라 내년에 더 발전하겠다. (월드컵에 가기 위해) 죽기 살기로 할 것이다. 가지 못하는 한이 있어도 내 스스로 후회하지 않도록 준비하려고 한다"고 굳은 의지를 표현했다.
국가대표로 월드컵에 출전하는 것은 조현우의 꿈이다. 그는 "(국가대표로 월드컵 출전은) 축구를 시작하는 계기다. 누구나 나가고 싶어 하지 않은가. 좋은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다"며 기회가 온 이상 절대로 놓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사실 조현우는 올 시즌이 끝난 뒤 군입대를 고민하고 있었다. 그러나 상황이 달라지면서 마음도 고쳐먹었다. 다른 구단 관계자는 "내년이 군입대 마지노선이다. 대구와 대표팀을 위해 내년까지 열심히 뛰고 가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E-1 챔피언십 기간 동안 일본 취재진도 조현우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았다. J리그에 한국인 골키퍼가 많아 그렇다. 익명의 한 매체 기자는 "우라와 레즈, 요코하마 마리노스 등에서 지난해부터 조현우에 대한 관심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 이번 대회로 더 관심이 커진 것 같다. 두 구단 말고도 다른 구단에서 한국 취재진을 통해 정보를 알고 싶어 하더라"고 말했다.
조현우는 당장 내년 1월 22일 A대표팀의 전지훈련 합류 가능성도 있다. 제대로 쉬지 못하고 대구 훈련을 하다가 대표팀에 합류하는 것이다. 그는 "대표팀이 생각과는 매우 달랐다. 처음에는 미숙했지만, 점점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겠다"며 "올해 대표팀에 뽑히면서 휴식을 많이 얻지 못했지만 다 내가 감당해야 하는 부분이다. 남은 휴식을 잘하면서 좋은 컨디션으로 경기에 나설 수 있도록 하겠다"며 자기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물론 경쟁은 필수다. 김승규, 김진현과의 경쟁은 유효하고 권순태에 경험이 풍부한 정성룡도 잠재적인 경쟁 대상이다. 조현우는 "그런 것(=경쟁 구도)은 신경 쓰지 않겠다. 우수한 골키퍼가 많으니 좋은 경쟁을 하겠다. 한국을 위해 막고 싶다"며 영리한 자기 관리와 기술 향상으로 대구와 국가대표 쌍끌이에 욕심을 내겠다고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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