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네. 저 선수는 정말 탄력이 좋아서 쇼지 겐이 잘 봐야 해요."
비교적 차분하게 2017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을 보도하던 일본 언론의 분위기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한일전이라는 특수성까지 고려하면 더 그렇다.
일본 축구대표팀은 지난 14일 일본 도쿄 국립훈련센터 아지노모토 니시가오카 훈련장에서 1시간 20분 정도 몸을 풀었다. 적은 시간이지만 꽉 짜인 훈련 프로그램으로 쌀쌀한 날씨를 잊게 했다.
일본 취재진도 열띤 취재 경쟁을 벌였다. 전원 J리거로 구성돼 2018 러시아월드컵 본선에 나설 완전한 대표팀은 아니지만 하나 된 대표팀으로 향하는 과정을 집중해서 지켜봤다. 본선에서 콜롬비아·세네갈·폴란드와 함께 속한 일본은 16강 진출에 사활을 걸었다.
바히드 할릴호지치 감독은 지난 12일 중국전을 2-1로 이긴 뒤 "한국전도 이기고 싶다"며 의지를 표현했지만 예전 일본 대표팀을 이끌었던 사령탑이 말한 것과 비교하면 강해보이지 않았다.
훈련 분위기는 즐거웠다. 지난해까지 FC서울에 뛰어 국내 팬들에게도 익숙한 다카하기 요지로(FC도쿄)는 웃음바다에 빠져 있었다. 피지컬 코치가 다카하기와 고바야시 유(가와사키 프론탈레)의 이름을 부르며 집중하라고 장난처럼 주의를 주는 등 분위기는 한국전을 대비하는 팀처럼 보이지 않았다.
대표팀의 즐거운 분위기는 일본 언론에도 영향을 미쳤다. 크게 다르지 않았다. 유럽에서 뛰고 있는 가가와 신지(보루시아 도르트문트) 오카자키 신지(레스터시티) 혼다 게이스케(파추카)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독일 분데스리가·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소식을 전하는데 열을 올렸다.
그러나 한 매체가 제작한 러시아월드컵 가이드북만 봐도 한국 선수들의 이력과 특징이 꼼꼼하게 적혀 있었다. 주요 활동 반경도 확실하게 표기했다. 그만큼 한국에 대해서는 충분히 알고 있다는 의미다.
공영방송 TBS는 일본 대표팀을 비롯해 유럽파와 해외 축구 소식을 전한 뒤 E-1 챔피언십 한일전 소식을 다루면서 한국의 전력에 대해서 분석했다. 특히 이재성(전북 현대)을 두고 "움직임과 탄력이 상당히 좋다. 그를 막아야 하는 수비수 쇼지(가시마 앤틀러스)가 집중해 따라다녀야 할 것이다"고 언급했다. 컴퓨터 그래픽까지 활용해 이재성의 동선과 패스를 그려주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쇼지는 완전체 일본 대표팀에서는 교체 요원이다. 같은 J리거인 마키노 토모아키(우라와 레즈)와 요시다 마야(사우스햄턴)라는 유럽파의 벽을 넘어야 한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할릴호지치 감독은 중앙 수비수는 3배수로 만들려 하는데 쇼지가 그 중심에 있다고 한다.
쇼지는 아시아 최종예선 이라크(원정) 호주(홈) 사우디아라비아(원정) 등 중요한 경기에 나서 나름대로 역할을 했다. 사우디전의 경우 본선 진출이 확정된 뒤라 김이 빠졌다고는 하지만 할릴호지치 감독의 신뢰를 얻었다. 이후 시리아·아이티와 평가전에 기회를 얻는 등 주전과 비주전의 격차를 줄이려는 할릴호지치 감독의 전략을 돋보이게 하는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전은 비주전 전력이 '탈아(脫亞)시아' 전략으로 세계와 경쟁을 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무대다. 일본 취재진도 북한·중국전은 비주전들의 조합을 찾는 경기로 인식하고 있다. 한일전 선발이 비주전 중 완전체 대표팀에 합류한다고 보고 있다.
익명을 원한 프리랜서 기자는 "일본은 많은 전력이 빠진 상태로 이번 대회에 나서고 있다. 상대적으로 한국은 수비진만 봐도 월드컵에 나설 자원이지 않은가. 이들을 상대로 골을 넣는 등 선수들이 좋은 활약을 해준다면 일본 전력 강화에는 긍정적인 부분이 될 것이다"고 분석했다. 결과와 상관 없이 월드컵 본선 엔트리 23명에 포함될 인원만 확실하게 나온다면 E-1 챔피언십은 성공적인 무대라는 뜻이다.
일본은 월드컵 본선으로 가는 과정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이날 훈련 뒤에는 니시노 아키라 일본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이 카잔을 베이스캠프로 낙점했다는 발표가 나왔다. 대표팀 훈련 소식을 순식간에 덮어버렸다. 오직 월드컵 준비에만 집중하고 있다.
일본은 이번 대회 최종전을 앞두고 남다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자칫 한일전을 그르친다면 월드컵은 고사하고 지구의 멸망이라도 오는 것처럼 느끼는 한국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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