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2015년, 당시 인천 유나이티드를 지휘하고 있던 김도훈 울산 현대 감독은 FA컵 결승전에 올랐다. 지도자 입문 첫 우승을 목전에 두고 있었다.
그러나 상대는 FC서울이었다. 최선을 다했지만 1-3으로 패하며 준우승에 그쳤다. 김 감독은 "자랑스러운 2등이다"는 소감을 남겼다.
하지만, 승부의 세계에서는 1등만을 기억하는 법, 김 감독은 올해 울산 지휘봉을 잡은 뒤 아시아 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조별리그 탈락 등 우여곡절을 겪었고 리그도 수원 삼성에 밀려 4위로 마쳤다.
ACL 출전권이 걸린 FA컵은 소중했다. 부산은 지난 10월 10일 심장마비로 고(故) 조진호 감독의 영전에 우승컵을 바치기 위해 투혼을 발휘했다. 조 감독과 친분이 있었던 김 감독도 당시 빈소를 찾아 슬픔을 같이 했다.
그러나 승부의 세계는 달랐다. 부산의 사정을 모르지 않았던 김 감독이지만 냉철하게 부산을 분석했다.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상주 상무를 꺾지 못해 클래식 승격이 좌절됐던 부산의 심리도 분석 대상이었다.
1차전에서는 부상 중이던 이정협의 출전 명단 제외까지 알고 있었다. 정보전의 승리였다. K리그 우승 2회, 리그컵 7회, ACL 1회 우승의 울산이 유독 FA컵 무관이라는 것을 모르지 않았고 선수들에게는 절치부심의 마음을 주입했다.
울산 관계자는 "FA컵 결승 1, 2차전을 치르기까지 2주 가까이 공백이 있었는데 김 감독은 선수들에게 스스로 집중하라고 강조하더라. 2등은 하지 말자고,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다는 말도 하더라. 선수들도 충분히 알고 있었기 때문에 동기 부여는 확실했다"고 말했다.
김 감독도 마찬가지, 3일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2차전은 오후 1시 30분에 열렸다. 기존의 3시나 5시 경기와는 리듬 유지부터가 달라야 했다. 이 때문에 지난달 21일 강원FC와의 K리그 최종전이 끝나기 전부터 오전 훈련으로 경기 시각에 몸을 맞췄다. 열을 정도 같은 시간대 훈련을 했다.
김 감독은 "자만 대신 자신감을 가지라고 주문했다. 희생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져야 우승이 가능하다. 개인적인 욕심보다 팀을 위해 희생하는 것이다"며 일치단결된 분위기를 강조했다.
결국, 울산이 원하던 승리는 이뤄졌다. 골을 넣어야 우승이 가능한 부산의 마음을 알고 수비에 충실하며 공격을 차단했다. 울산은 철저하게 역습으로 맞섰고 기다리던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들뜨지 않고 경기에만 집중했던 울산의 감격스러운 우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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