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눈물을 흘리며 고(故) 조진호 감독을 하늘로 보냈던 공격수 이정협(부산 아이파크) 다시 한 번 보은의 골을 넣었다.
부산은 25일 부산 구덕운동장에서 수원 삼성과 KEB하나은행 2017 FA컵 4강전을 치렀다. 지난 10일 조진호 감독이 급성 심장마비로 사망한 뒤 홈에서 치르는 첫 경기였다.
K리그 챌린지(2부리그) 두 경기를 남겨 놓고 2위를 확정하며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부산은 FA컵 4강 준비에만 몰두했다. 챌린지 35라운드 FC안양전에서는 비주전이 모두 나서며 주전들이 열흘 가까이 휴식과 훈련만 병행했다.
이정협을 비롯한 부산 선수단은 말이 없었다. 경기 전 몸을 풀러 그라운드로 나가는 얼굴에는 웃음이 없었다. 꽃미남 임상협은 하얀 피부 대신 다소 검게 그을린 얼굴로 나섰다.
부산 관계자는 "선수들이 수원전만 집중해 준비했다.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의지가 대단하다. 조진호 감독이 원했던 FA컵 우승을 꼭 해내겠다는 마음으로 뭉쳤다. 훈련 집중력이 대단했다"고 전했다.
수원은 이틀 전 부산에 내려와 여장을 풀고 훈련했다. FC서울과 슈퍼매치를 치르고 오느라 피로감이 있었지만 '디펜딩 챔피언'의 자존심은 대단했다. 조나탄과 김은선이 잔부상이 있어 벤치에 있었지만 전력은 수원이 앞섰다.
이승엽 부산 감독대행은 "90분 내에 끝내고 싶지만 연장전으로 가서 120분을 치르면 우리가 더 유리하다"며 빠른 마무리를 예고했다. 투혼을 발휘하겠다며 쉽게 수원에 밀리지 않겠다는 뜻을 전했다.
경기는 치열했다. 부산은 몸을 던졌고 수원은 빠른 패스로 투혼을 피했다. 전반 15분 만에 임상협의 부상으로 이동준이 들어오면서 부산의 열의는 더 타올랐다.
후반 21분 염기훈에게 페널티킥을 선제골을 내준 뒤에는 더욱 처절하게 싸웠다. 그 결과 32분 이정협이 정석화의 패스를 받아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오른발 땅볼 슈팅으로 골망을 갈랐다.
이정협은 환호하며 그라운드 밖으로 뛰어갔다. 그곳에는 조진호 감독의 얼굴이 새겨진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지난 14일 수원FC와의 챌린지 34라운드에서 골을 넣은 뒤 울면서 조진호 감독 현수막 앞으로 뛰어갔던 이정협이었다. 같은 장면을 홈에서 다시 한 번 그대로 연출한 셈이다.
올해 이정협은 조진호 감독의 야심작이었다. 조 감독이 챌린지 개막 미디어데이에서 대전 시티즌 시절 조련했던 아드리아노를 언급하며 "이정협을 아드리아노처럼 만들어주겠다"고 한 바 있다. 이정협은 챌린지 25경기 9골을 넣으며 초반 부상을 완벽하게 털어냈다.
부산은 이정협의 골을 앞세워 승부를 연장전으로 몰고갔다. 이정협은 부상으로 이탈한 '쌍협' 임상협의 몫까지 악을 다해 뛰었다. 울리 슈틸리케 전 감독 시절 황태자의 모습 그대로였다.
결과와 상관없이 스승에게 무엇이든 하겠다던 이정협의 약속은 지켜졌다.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