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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BIFF]'소공녀' 감독 "집값+담뱃세에 분노해 만들었다"(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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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 공식 초청작

[조이뉴스24 유지희기자] 퇴근 후 마시는 위스키와 담배가 유일한 낙인 가사도우미가 담뱃값이 인상된다는 소식에, 집을 포기하고 친구들의 집을 찾아 나선다는 이야기. 영화 '소공녀'는 이렇게 줄거리만으로도 흥미를 끈다. '소공녀'를 만든 전고운 감독이 영화의 출발점과 의미를 전했다.

지난 18일 부산 해운대구의 한 카페에서 조이뉴스24와 '소공녀'(감독 전고운, 제작 광화문 시네마) 전고운 감독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이솜은 서울의 비싼 집값 탓에 집을 버리고 떠도는 가사도우미 미소 역을 맡았다. 안재홍은 웹툰 작가를 꿈꾸는 미소의 남자친구 한솔을 연기한다.

'소공녀'는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 영화의 오늘-비전 부문에 공식 초청됐다. 전고운 감독은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됐을 때 다행이다 싶었다. '이 영화를 어떻게 극장까지 가져 갈까', '개봉이 안 되면 어떡하지' 하는 막연한 걱정이 있었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영화가 상영되기까지, 중간 다리를 해줄 수 있겠다 생각했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소공녀'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위스키, 담배, 집세다. 이 색다른 조합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그 시작은 '분노'였다. 전고운 감독은 "스무살 때 서울에 처음 왔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왜 이렇게 집값이 비싸지', '2~30년 동안 서울에 사는 사람들은 왜 집이 없지'라는 생각을 줄곧 하면서 분노해 왔다. 이 영화는 분노에서 시작됐다"고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문제의식에 대한 진지함은 잃지 않았다. 집세에서 시작된 분노는 담뱃세 인상으로 이어졌다.

"결혼한 지 4년차예요. 남편도 감독이고 글을 쓰는 사람이라서 방이 필요했지만, 투룸은 너무 비쌌죠. 투룸 정도는 보증금 없이 한 달에 7~80만원 정도 나가니까요. 또 어느날 제가 와플을 먹고 싶었는데 이게 만 원 넘기도 하니까 (먹지 못하고) 그게 쌓여서 울었어요. 이렇게 집세도 높은데 담뱃세까지 올라가는 순간, '이건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어 담배를 예찬(?) 하기도 했다. 전고운 감독은 "주변 사람들이 돈이 안 되는 일을 하고 있다. 돈을 벌어도 번 지 얼마 안 됐다. 다들 술, 담배를 했다. 담배를 다같이 피우는 순간, 그 분위기를 좋하는 것 같다. 담배 한 대를 피우면서 속 얘기를 하기도 한다. 제가 좋아하는 소재"라고 웃으며 말했다. 또 "택시비는 백원, 이백원 올려도 난리가 난다. '담배는 나쁜 거다, 건강을 위한 거다'라며 담뱃세를 올렸는데 건강이 중요한 이유라면 사고가 많이 나는 자동차를 없애야 한다"고 생각을 밝혔다.

'소공녀'는 여성 원톱 영화에 가깝다. 집세와 담배 때문에 집 없이 떠돌아 다니는 인물답게, 미소가 담배를 피우는 장면은 영화에 여러 번 등장한다. 전고운 감독은 "대부분 영화들에서 보이는 여성 흡연가에 대한 고정된 이미지를 바꾸고 싶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보통 영화들에서 담배 피우는 여성 캐릭터는 세요. 센 여성 캐릭터를 위해서 담배를 사용하기도 하고요. 일상에서 보면 엄청 순수한 여성도 담배를 피워요. 담배와 분리해 보더라도 미소는 용기 있고 예의 바르고 착한 친구예요. 여성 흡연가들은 생각보다 훨씬 더 음지에 있다고 생각해요. 여성 흡연가들은 이런 장면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을 거예요. 저 같아도 우리나라나 외국 영화에서 여성이 깔끔하게 담배 피우는 장면을 보면 기분이 좋아요."

'소공녀'는 이런 여성 흡연가의 모습을 배우 이솜을 통해 보여준다. 전고운 감독은 "일단 외모도 그렇지만 지금까지 이솜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 전체 때문에 캐스팅을 제의했다"며 "이솜의 이미지는 덜 소모된 느낌이다. 영화에 출연해 경험이 없는 것도 아니고 어떤 이미지가 계속 쓰인 상태가 아니라서 신선했다"고 밝혔다.

극 중 미소는 자칫 민폐 끼치는 인물이 될 수 있지만 영화에서는 그렇게 비춰지지 않는다. 전고운 감독은 "'얘 너무 염치 없지 않냐'라고 말하면서 사람들 집을 찾아다니는 미소가 미울 수 있다. 하지만 이솜이 정말 잘해줘서 많은 사람들이 미소가 민폐 끼치는 인물이라고 안 느낀 것 같다. 이솜이 밸런스 조절을 정말 잘했다. 그게 되게 힘든 연기"라고 말했다. 이어 "이래서 배우가 중요하구나 느꼈다"고 웃으며 덧붙였다.

배우 안재홍의 캐스팅 비하인드 스토리도 전했다. 전고운 감독은 "안재홍은 같은 대학교, 같은 과 후배다. 어쩌다 보니 작품을 같이 시작하게 됐다. 광화문 시네마 멤버들과 친하다"고 인연을 밝히며 "안재홍이 이런 진지한 사랑 연기를 해보고 싶어 했다. 광화문 시네마 작품을 이어가는 데 뭐라도 도움이 되고 싶어 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솜에 대해선 "시상식에서 마주친 정도였다. 이솜과는 이번에 작품을 하면서 친해졌다"고 했다.

극 중 현실은 어둡지만 영화는 유쾌한 분위기를 지닌다. 블랙 코미디에 가깝다. 위트 있는 요소를 넣은 이유를 묻자 전고운 감독은 "어릴 때는 예술 영화를 진짜 많이 봤다. 지금도 좋아하지만 나이가 점점 들면서 다운되는 영화에 손이 안 갔다"고 말했다. 이어 "되게 하고 싶은 이야기, 가치 있는 이야기를 보여주기 위한 거라면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영화를 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 방법이 코미디였어요. 어떻게 하면 영화가 재미있을 수 있을지 신경 썼죠. 시나리오를 쓸 때는 그런 위트 있는 부분들을 뼈대로만 생각해뒀어요. 많다고 하면 많을 수 있는데, 현장에서 그런 장면들은 배우들과 사전에 만들었고요. 현장이 진짜니까요. 현장에서 구조나 동선을 짤 때 엄청 열심히 했어요. 입에 붙는 대사, 안 붙는 대사, 동선 짜면서 생기는 아이디어, 웃긴 대사 등을 저와 배우들이 순발력 있게 만들었어요."

영화는 미소를 중심으로 여러 명의 이야기가 펼쳐니는 옴니버스 형식이다. 전고운 감독은 "워낙 캐릭터 중심으로 영화를 본다. 그런데 상업 영화에서든, 독립예술 영화에서든 캐릭터가 다양하지 않다. 다양한 캐릭터가 있는 도시락 같은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또 "이 형식이 쉬울 거 같았다. 장편을 찍고 싶은데 처음부터 서사만을 탁 펼치기에는실력이 모자란다는 생각을 했다"고 덧붙였다.

전고운 감독이 밝혔듯, '소공녀'는 전고운 감독의 첫 장편이다. 전고운 감독은 그동안 다수의 독립예술 영화에 참여하고 단편을 만들어왔다. 감독으로서의 출발점이 궁금했다. 전고운 감독은 "고향이 울진인데 공부를 잘해서 포항으로 유학을 갔다. 일찍 부모님에게서 떨어져 나온 게 조금 속상했던 것 같다. 예민하기도 했다. 공부를 잘하는 학교라서 비뚤어진 마음도 있었다. 규칙을 잘 못 지키는 편이라서 학교 기숙사 생활도 힘들었다. 스트레스를 너무 받는 상황에서 포항에 사는 숙모 집에서 영화를 보는 게 유일한 낙이었다"고 말했다.

"그때 예술 영화가 뭔지 모르고 봤는데 '웬지 내가 잘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있었어요. 그래서 대학교 때 영화과에 가서 영화를 시작했죠. 저는 상상력이 많은 편은 아니에요. 영화를 보는 눈도 별나서 장르 영화를 재밌어 하지 않아요. 저는 작품 아이디어를 생활에서 얻어요. 나이를 먹어가면서 제 주위에서 관찰되는 것들을 영화로 찍는 거죠. '소공녀'도 그런 현실에 판타지를 입힌 거고요. 이렇게 변주하는 게 재밌어요. 화도 많아요.(웃음) '그래서? 왜?' 했던 것들을 모아서 찍는 거 같아요."

전고운 감독은 "이 영화에 절대 만족하지 않는다. 아쉬운 점들이 많다. 그렇지만 절대 부끄럽지는 않다. 저의 대부분 작품들은 부끄러웠다. '소공녀'는 잘해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공감만으로 위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추운데 같이 사니까 반가워. 잘 버텨보자'라고 말하고 싶었다"고 설명하며 "'소공녀'는 그런 귀여운 영화"라고 소개했다.

한편,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지난 12일 개막해 오는 21일까지 열린다. 75개국 298편의 영화가 초청됐다. 월드 프리미어로 100편(장편 76편, 단편 24편)의 영화가, 인터내셔널 프리미어로 29편(장편 25편, 단편 5편)의 작품이 상영된다. 개막작은 신수원 감독의 '유리정원', 폐막작은 실비아 창 감독의 '상애상친'이다.

조이뉴스24 부산=유지희기자 hee0011@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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