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김동현기자] 메릴 켈리는 SK 와이번스 그리고 트레이 힐만 감독의 믿었던 금도끼였다. 그러나 이 도끼가 가을 야구를 향해 달리려던 팀의 발등을 찍다 못해 아예 잘라버렸다.
켈리는 5일 창원 마산야구장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와일드카드 결정전 NC 다이노스와 1차전에서 2.1이닝동안 6피안타 2피홈런 3볼넷 2탈삼진 8실점하며 조기 강판됐다.
그야말로 최악의 투구였다. 올 시즌 켈리가 7실점 이상 허용한 경기는 두 번 있었다. 공교롭게도 두 번 모두 KIA 타이거즈를 상대로 기록했다. 지난 7월 4일 경기선 2이닝동안 무려 9실점하며 패전투수가 됐고 같은달 25일 경기에서는 5이닝동안 7실점(6자책)을 기록하며 마운드를 내려왔다. 승리도 패배도 기록되지 않는 노디시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켈리를 NC와 1차전에서 선발로 내세운 이유는 명백했다. 켈리는 명실공히 올 시즌 SK 마운드의 에이스였다. 30경기에 선발 등판해 16승 7패 평균자책점 3.60을 기록했다. 탈삼진은 무려 189개를 뽑아내는 등 화끈한 투구로 팬들을 매료했다.
더군다나 NC를 상대로도 호투를 펼쳤다. 1경기에 등판했을 뿐이었지만 이날 기록이 군더더기가 없었다. 6이닝동안 6피안타 1피홈런 1볼넷 4탈삼진 2실점의 좋은 투구를 보였다. 힐만 감독의 선택에 이견을 달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그 믿었던 에이스의 난조가 화를 불렀다. 장타를 내준 것이 결정적이었다. 1회부터 점수를 내줬다. 박민우와 김성욱에게 연달아 안타를 맞은 후 나성범에게 좌측 담장을 크게 넘어가는 3점 홈런을 내줬다. 이어진 박석민에게도 솔로 홈런을 얻어 맞으며 1회말에만 대거 4실점했다.
결국 이 홈런 2방이 대량실점의 도화선이 됐다. 2-4로 팀이 추격하던 3회에는 볼넷과 폭투로 위기를 자초했다. 결국 마운드에서 내려왔지만 이어진 백인식이 책임주자를 불러 켈리의 실점은 8로 늘었다.
올 시즌 켈리의 장타 억지력은 상당했다. 3할9푼5리였는데 이는 규정이닝을 소화한 선수 가운데 7위에 해당하는 수치이자 팀 동료인 박종훈(3할8푼4리)에 이어 팀 내 2위였다. 켈리보다 좋은 선수가 6명 밖에 없었다.
피홈런으로 한정하면 더욱 켈리의 억제력이 돋보인다. 16개를 기록했는데 규정이닝을 소화한 선수 중 4번째였다. 마찬가지로 팀 동료 박종훈과 더불어 공동 4위의 기록이었다. 최고 수준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기 전 힐만 감독은 "비거리가 많이 나오는 것 같다. 장타나 홈런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홈런군단의 장타력에 대한 무한한 신뢰가 느껴졌다. 그러나 되레 홈런에 당했다. 좋았던 켈리가 결국 가장 힘을 발휘해야할 가을야구 첫 판에서 완전히 무너졌다. SK의 꿈도 이렇게 물거품이 됐다. SK는 5-10으로 패하면서 포스트시즌을 허망하게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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