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류한준기자] '그땐 나도 그랬지.' 양준혁 MBC 스포츠플러스 야구 해설위원은 특별한 날 친정팀 삼성 라이온즈의 홈 경기 중계를 위해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를 찾았다.
지난 3일 이곳에서 삼성은 넥센 히어로즈를 상대로 홈 경기를 치렀다. 시즌 최종전인데다 삼성 구단은 이날 경기를 일찌감치 이승엽의 공식 은퇴 경기로 지정했다.
양 위원에게도 후배 이승엽의 은퇴는 각별하다. 양 위원은 현역 선수 시절 프로 3년 차 시즌부터 이승엽과 함께 뛰었다. 양 위원이 트레이드를 통해 해태 타이거즈(현 KIA)를 거쳐 LG 트윈스에서 뛸 때. 그리고 이승엽이 일본프로야구에 진출했던 시기를 제외하고 삼성 유니폼을 입고 한솥밥을 먹었다.
둘은 공통점이 많다. 같은 좌타자에 KBO리그에서 각종 타격기록을 갖고 있다. 선배 양준혁의 기록을 후배 이승엽이 대부분 경신했다.
양 위원은 이날 경기를 앞두고 이승엽을 따로 찾지 않았다. 그는 "(이)승엽이를 찾은 사람이 한둘이겠냐"며 "승엽이도 아마 오늘 만큼은 여유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양 위원은 이승엽에 앞서 은퇴 경기와 은퇴식을 경험했다. 지난 2010년 9월 19일 대구구장에서다. 자신이 은퇴식을 치른지 2천570일 만에 이승엽이 그 뒤를 이은 것이다.
양 위원은 경기가 시작되기 전 그라운드를 바라보며 감회에 잠겼다. 그는 지난해 문을 연 라이온즈파크에서 삼성 유니폼을 입고 뛰지 못했지만 "내가 은퇴경기를 치렀을 때 생각도 난다"며 "승엽이는 아직 실감이 잘 안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내 경우에는 은퇴경기와 은퇴식을 마친 뒤에도 '이제 더이상은 선수가 아니구나'라는 사실이 잘 안와닿았다"며 "은퇴를 한 해(2010년) 팀이 한국시리즈까지 모든 일정을 마친 뒤 구단 사무실을 찾아가 유니폼을 반납했을 때 실감이 났다"고 얘기했다.
양 위원은 "정말 가슴 한 쪽이 탁 막히는듯한 느낌이 들었다"며 "구단 사무실을 나서는 정말 내 앞에 커다란 벽이 있는 것 같았다. 차를 몰고 집으로 오는데 도저히 들어갈 엄두가 안났다. 그길로 바로 서울로 올라왔고 해설위원 계약을 맺었다"고 은퇴 당시를 떠올렸다.
또한 양 위원은 후배를 위한 충고도 잊지 않았다. 그는 "선수 생활을 그만 둔 뒤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 막막했다"며 "계획도 많이 세우기도 했고 주변에서 많은 조언도 들었지만 정말 은퇴를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그순간은 백지 상태나 다름 없더라"고 덧붙였다.
양 위원은 후배를 믿고 있다. 그는 "승엽이도 은퇴 후 한 달 정도는 공허한 느낌도 들고 전과 다른 생활에 힘들어 할 수도 있다"며 "그러나 그 시간을 잘 버텨낼 것으로 본다"고 얘기했다.
한편 이승엽은 이날 은퇴식에서 당일 경기에 입었던 유니폼을 바로 구단에 반납했다. 그라운드와 타석에서 누구보다 강했던 이승엽은 유니폼을 벗으며 다시 한 번 눈가가 촉촉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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