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이미영기자] 우리가 '힐링'과 '욜로'를 외치며 서울을 떠날 때, 이들은 복작거리고 바쁜 서울로 왔다. 우리가 이국적인 풍경에 감탄을 쏟아낼 때, 이들은 우리들의 일상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지켜봤다. 무심코 스쳐지났던 그 거리가, 따분하게 느껴졌던 도시가 이렇게 생동감이 넘쳤던가. 이방인들의 시선에 담긴 서울은, 또 한국은 충분히 매력적인 여행지다.
국내 안방극장에 여행프로그램이 넘쳐난다. 세계 곳곳의 명소, 장관들이 안방극장에 고스란히 펼쳐지고, 스타들은 '세상은 넓고 볼 것은 많으니 어서 떠나라' '열심히 일한 당신, 여행을 누릴 자격이 있다'고 가슴 속 여행 로망을 부추긴다. 그런데 여행지의 그 풍경들이 나의 좁은 방구석 혹은 바쁜 일상과 대비되며 '현실 괴리감'이 느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어찌보면 대리만족, 그게 또 여행프로그램의 목적이기도 하니 비난할 수는 없다.
MBC에브리원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는 스타들이 외국 혹은 낯선 여행지로 떠나는 기존의 '여행 예능'에서 발상의 전환을 꾀했다. 한국에서 활동 중인 외국 출신 방송인이 자신의 친구들을 한국에 초대, 따로 또 같이 여행을 하며 외국인들의 시선을 통해 우리가 몰랐던 한국을 그려낸다. 알베르토의 이탈리아 친구들, 크리스티안의 멕시코 친구들, 다니엘의 독일 친구들이 한국을 찾았다.
한국을 잘 알지 못했던 외국인들이 난생처음 한국 여행에 도전하는 모습은 기대보다 훨씬 신선하고, 새롭다. 우리에게 익숙한 장소와 음식이라 하더라도 외국인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그 반응이 궁금해 되려 우리가 호기심 어린 눈으로 그들을 관찰하게 된다.
그 호기심 중 하나가 '먹방'이다. "독일과 한국에서 먹는 한식이 어떻게 다를지 궁금했다"는 다니엘 친구 마리오는 맛깔스러운 먹방으로 '한식 찬양'을 쏟아내고 페터는 김치는 맵다고 손사래를 치면서 그 빨간 떡볶이를 순식간에 먹어치웠다. 한상 가득 차려져 나오는 한정식집이나 무한리필 고깃집을 찾아 엄지를 치켜세우고,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산낙지와 매운탕을 먹고, 한국인들도 먹기 힘들다는 홍어 먹방에 도전하는 모습은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즐거움을 안긴다. 그들이 한국 음식에 대한 칭찬을 늘어놓을 때면 괜히 뿌듯해져 으쓱해지기도 하고, 더 맛있는 음식을 소개해주고픈 마음이 꿈틀거린다.
우리들에게 익숙해진 도시를 다시 보는 즐거움도 있다. 외국인 친구들은 여행 책자에 나오는 경복궁이나 남산 등 명소를 찾기도 하지만, 여행 기간 내내 우리의 평범한 일상을 파고든다. 그리고 그 안에서 벌어지는 소소한 에피소드들이 훨씬 흥미롭다.
예컨대 버스카드를 사놓고도 요금 지불 방법을 몰라 헤매고, 흔히 볼 수 있는 자동문 앞에서 쩔쩔 맨다. 비데 기능을 직접 체험하고 "하이테크"라며 놀라워하고, 화장실 안에서 큰 소리로 "너희 똥구멍 선풍기 써봤어?"라고 말하는 장면은 웃음을 자아내기 충분했다. '자동차 명가' 독일에서 온 친구들이 자동차 후방 카메라에 놀라워하는 모습도 신기하다.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했던, '하이테크'의 편리한 일상에 고마워하는(?) 행복을 새삼 찾게 된다.
그렇다고 외국인 친구들의 우스꽝스러운 면을 부각해서 웃음을 준다거나, 한국의 자긍심을 일깨워주는 프로그램만은 아니다.
외국인의 눈으로 바라본 한국의 민낯이 있다. 때로는 그것이 너무 적나라해 부끄럽기도 하다. '관광의 도시'라고 홍보하지만 정작 잘못된 정보가 부지기수고, 영어로 된 안내판도 제대로 구비되어 있지 않다. 우리의 자랑스러운 역사는 관광지가 되지만, 아픈 역사는 안내책자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한국에 대한 진정성 있는 그들의 시선은 깊은 울림도 안겼다. 다니엘의 독일 친구들이 DMZ(비무장지대)와 서대문 형무소를 찾아 한국의 아픈 역사를 되짚는 모습이 그랬다. DMZ에서 북한 땅을 바라보며 한국의 분단 현실을 안타까워 했고, 서대문형무소에서 일제 치하의 끔찍한 역사에 아파했다. 나치 정권의 과오를 반성한 독일과 달리 역사를 외면하고 있는 일본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그들의 소신있는 역사관에 화면을 지켜보던 MC들도 숙연해졌다. 아마 TV로 보고 있는 시청자들은 비슷한 마음이었으리라.
출연자들을 통해 그 나라의 민족성을 엿볼 수 있다는 것도 신선하다. '비정상회담'이 다양한 국가의 출연자들 '입으로 펼치는' 난상토론이라면,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의 출연자들은 온몸으로 리얼하게' 민족성과 문화의 차이를 보여준다. 예컨대 멕시코 친구들은 흥이 많고 즉흥적인 성격이라면, 독일 친구들은 계획적이고 철두철미하다. 물론 개인의 성격 차이도 있지만, 그 나라의 문화와 대비해 한국의 문화를 비교하고 받아들이는 그들의 다른 시선은 흥미롭다.
패널들에 대한 호불호는 엇갈린다. 김준현, 신아영 아나운서, 딘딘, 그리고 알베르토는 '관찰자'의 입장에서 리얼리티 여행을 지켜본다. '맛깔스러운' 설명을 더하기도 하고, 자신들의 경험담을 쏟아내고, 또 우리의 호기심을 부추긴다. 그러나 때로는 그들의 맥락 없는 대화와 과한 리액션이 흐름을 끊어놓는다며 불편함을 토로하는 시청자들도 있다. 물론 아직 초반인 만큼 출연자들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으니 조금 더 너그러운 시선으로 지켜봐주는 것은 어떨까.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는 재미와 감동, 그리고 공감을 잡으며 '대박'을 쳤다. 첫회 1%대 미만으로 시작해 연일 상승세를 타며 3%대를 넘었다. 지상파 예능프로그램을 능가하는 화제성으로, MBC에브리원의 최고 효자 프로그램으로 등극했다. 독일 친구들 다음에는 러시아 미녀 친구들이 출격한다. 그들은 또 어떤 시선으로 한국을 바라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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